시험장으로 들어서는 입구에는 1차 시험 때와 마찬가지로 세무사 시험을 주관하는 기관인 국세공무원교육원 직원들이 나와 시험장 운영을 하고 있었다.
1차 시험 때와는 달리 유난히 나이 든 수험생이 많아 보였다. 교육원 담당자는 "이들은 대부분 1차 시험 면제자로 근무년수 10년 이상된 전·현직 국세공무원"이라고 말했다.
건물 6층에 마련된 시험본부에서는 서울·경기 지역에서 파견 나온 서울청, 중부청 직원들과 서울·경기 지역 세무서 직원들이 시험 감독 요령을 숙지하고 있었다.
교육원 관계자는 "매년 세무사 시험이 있을 때마다 시험 감독을 위해 각 지방청에서 400∼500명 가량이 파견 나온다"고 전했다.
그는 "지난 1차 시험 때 조세일보에서 합격자 명단을 일주일 전에 보도하는 바람에 이번에는 합격자 발표 직전에 명단을 공개할 예정"이라고 귀띔했다.
5급 이하 직원들로 구성된 감독관들이 각 교실로 들어가면 전체 시험 운영을 맡고 있는 국세공무원교육원 직원들은 문제지와 답안지 수거를 위한 준비를 시작한다.
한편 각 교실에서는 2차 시험 답안을 작성하는 수험생들 사이로 긴장감이 돌고 있었다. 간혹 참석한 수험생 사이사이로 빈자리가 눈에 띄었다.
오후 5시 50분. 시험의 끝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리고 각 교실에서 지친 수험생들이 쏟아져 나왔다.
세무사 공부를 시작한 지 3년 됐다는 한 학생은 "작년과 비슷한 수준이었으나 회계학의 경우 계산 문제 위주로 출제돼 시간이 많이 모자랐다"며 "세법학의 경우 2부 주제인 지방세, 조세특례제한법, 특별소비세 등이 어려웠다"고 말했다.
전직 국세공무원이었던 수험생은 "예전과 달리 2차 시험문제가 총론이 아닌비교적 답이 확실한 각론 위주로 출제돼 애를 먹었다"며 "회계학의 경우 회계적 사고를 묻는 질문이 많아 회계학적 사고에 약한 1차 시험 면제자(국세 공무원)들이 많이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세법학 2부에 출제됐던 지방세 문제는 제대로 작성하지 못했는데 적지 않은 수험생이 이 문제에 대한 답안 작성을 못할 정도로 어려웠던 것 같다"고 전했다.
3년 넘게 세무사 시험을 준비했던 한 중년 응시자는 "도대체 이런 법이 어딨냐"며 "국세공무원들을 합격시키기 위해 우리는 들러리일 뿐"이라며 노골적인 불만을 터뜨렸다.
그는 "이제까지 2차 시험 합격자 수를 밝히지 않고 있는데 일반인들과 이들의 시험답안 채점을 따로 한다고 들었다"며 "국세공무원들에게 주는 특혜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교육원 관계자는 "국세공무원들이 십년 넘게 일하면서 습득한 업무적 지식도 인적자원이고 이들에게 우대조항이 없으면 결국 인적자원이 사장되는 일이 발생한다"며 "이 문제로 법원에 소송이 제기된 적이 있지만 법원에서도 '합리적 불평등'이라는 판결을 내 현 제도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결론이 났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수험생은 "다른 제도에는 불만이 없지만 시험시간이 너무 길어 체력이 저하돼 제대로 실력발휘를 못했다"며 "회계사 시험처럼 이틀에 걸쳐 시험을 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제안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