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통과 안 될 경우, 명분-실리 모두 잃는 꼴
과거 수 십년간 세무사업계의 숙원이었던 를 위한 세무사업계의 고강도 정부 압박이 가해지고 있다.
세무사회는 지난달 29일 사상 유례없는 세무사자동자격에 대한 여론조사(한국갤럽)까지 실시, 그 결과를 발표했다. 예상대로 국민 10명중 8명이상이 자동자격은 폐지되어야 한다는 의견을 내어 놓았다.
더욱이 이날 국회 재경위의 재경부 국정감사에서도 유례없이 일부 국회의원이 세무사자동자격은 '부당하다'며 주무장관을 상대로 의견을 구하는 질의를 하기도 했다. 일종의 압박이다. 이날 국회의원들이 이 문제를 언급한 이면에는 세무사회 집행부의 노력이 있었다고 집행부 관계자가 귀띔했다.
이어 세무사자동자격 폐지를 골자로 하는 공청회가 오늘 열린다. 자동자격 폐지를 두고 토론회를 여는 것 또한 유례없는 일이다. 이와함께 세무사회는 자동자격 폐지의 정당성을 설명하기 위해 국세청 출입기자들과 두 차례에 걸친 간담회를 갖는 열성도 보이고 있다.
세무사자동자격 폐지에 대한 여론이 이 만큼 조성된 것은 세무사회 집행부의 집요한 노력 덕분이다. 전임 집행부(회장 임향순)에서 자동자격 폐지 및 조세소송대리 쟁취를 위한 서명운동을 벌여 무려 1백만명의 서명을 받은 것이 결정적인 촉매제가 되고 있다. 바통을 이어 받은 현 집행부(회장 정구정)는 바야흐로 자동자격 폐지를 위해 '사활'을 걸고 있는 모습이다.
현재 전해지고 있는 세무사업계의 전략은 국회 통과여부는 차치하더라도 일단 정부안만 만들어지면 소기의 성과를 올린 것으로 평가할 분위기다. 이는 그동안 줄기차게 세무대리일원화를 주창해 왔음에도 회계사회의 반대에 부딛혀 정부안 자체가 성안된 적이 없기 때문이다. 물론 이번에도 쉽게 정부안이 성안되리라고 믿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
세무사업계가 "일단 정부안만 이라도"라고 생각하는 것은 국회 통과여부를 떠나 정부안이 만들어진다는 자체가 자동자격폐지의 정당성을 인정받는 수확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하지만 회계사회의 대응도 만만치 않아 정부안이 성안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이런 가운데 세무사업계 일부에서는 현재 추진중인 세무사자동자격 폐지 작업은 과거 20여년간 세무사업계가 일관되게 주장해온 '세무대리일원화'(세무대리업무는 오직 세무사만 할 수 있다)를 일부 포기한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현 집행부는 돌아 올 수 없는 루비콘강을 건넜다는 것이다.
즉 세무사집행부는 이번에 자동자격 폐지라는 결과를 이끌어 내지 못할 경우 과거 수 십년동안 주장해오던 세무대리일원화라는 명분도 잃고, 자동자격 폐지라는 실익도 잃는 '전부실패'라는 나락으로 떨어질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과거 세무사업계가 주장한 세무대리 일원화는 세무대리업무는 오직 세무전문가인 세무사만이 가능토록해야 한다는 이른바 . 그러나 이번 세무사회가 추진하는 방향은 이 행위독점주의를 포기한 다. 즉 세무사는 세무사법에 의해 회계사는 회계사법에 의한 세무대리를 하자는 것이다.
따라서 만일 이번에 기울이고 있는 자동자격 폐지에 대한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경우 세무사업계가 앞으로 내세울 주장은 궁색해 질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현 집행부로서는 '자동자격 폐지'에 퇴로 없는 막다른 골목에서 접전을 벌이고 있는 형국이다. 사실 도박에 가깝다고 해야 할 것 같다.
여론조사에서도 나타났듯이 대부분의 국민이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자동자격문제를 세무사회가 제대로 추진하지 못했던 것은 자동자격의 또 다른 수혜자인 변호사들이 즐비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과연 통과할 수 있겠느냐는 장벽 때문이었다.
따라서 이번에 설사 정부안이 마련되고 국회 재경위를 통과한다 하더라도 법사위에서 좌절될 경우, 세무사업계로서는 현실적으로 얻은 게 없는 '힘만 낭비한 꼴'이 된다. 힘이야 다시 비축하면 되겠지만 잃어버린 실익과 명분으로 인한 회원들의 자괴감은 어디서 보상받아야 할 지. 지금 세무사들은 자동자격 폐지를 위해 한목소리를 내며 분기탱천하면서도 속으론 걱정이 많은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