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의원, 국감서 관세인하안 질타
업계, "설탕시장 특수성 감안해야"
정부의 무리한 설탕관세 인하정책이 국정감사에서 도마위에 오르면서 정부와 제당업계의 희비가 교차하고 있다.
정부가 물가안정을 이유로 수입설탕에 대한 기본관세를 대폭 인하하고 할당관세 적용물량을 대폭 증가하는 등의 방안을 제시하며 제당업계를 압박하던 정책에 급제동이 걸렸다. 반면 제당업계는 한숨 돌린 모양새다.
8일 국회 기획재정위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은 정부의 설탕관세 인하안에 대해 "단기적인 물가안정에 급급해 자국산업의 기반을 붕괴할 수 있다"며 질타했다.
민주당 김현미 의원은 “정부가 설탕관세 대폭 인하를 추진하고 있으나 물가인하를 위해 자칫 잘못하면 자국 산업과 시장을 붕괴시킬 우려가 높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남미의 베네수엘라가 설탕을 물가관리 품목으로 선정하여 내수가격을 국제가격과 동일한 수준으로 통제한 결과 자국 제당산업이 붕괴해 결과적으로 설탕가격이 3배나 뛰어 가격안정과 공급확대 모두 실패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관세는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방패막이 기능을 하는데 이를 함부로 변경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이한구 의원도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정부의 잦은 세법개정으로 산업계가 겪는 애로가 많다”며 대표적인 사례로 설탕관세 인하정책을 지목했다.
설탕관세는 2009년 민주당 의원의 발의로 세율을 40%에서 10%로 낮추는 입법안이 제시됐지만 기재부의 반대로 통과되지 못했다. 그러나 불과 2년만인 2011년에는 갑자기 정부 입장이 돌변해 시장에 혼선을 줬다는 것이다.
이 의원은 이런 잦은 세법개정이 국가의 중장기적 조세정책 방향성에 일관성을 저해할 뿐 아니라 기업들의 예측가능성을 불가능하게 하는 다양한 문제점을 발생시킨다고 지적했다.
∎ 제당업계 한시름 더나...
정부는 기본관세를 탄력적으로 변경할 수 있는 할당관세제도를 통해 수입설탕에 대한 할당관세를 0%로 내리고 물량도 대폭 확대하며 설탕업계를 압박한 바 있다.
제당업계는 국회에서 정부의 설탕정책에 대한 지적이 이어지면서 안도하는 분위기다.
제당업계 관계자는 “국제 설탕시장에서 덤핑수출물량이 넘쳐나는 특수성을 감안하지 않은 채 설탕 수입을 장려하는 정부의 정책은 관련산업을 붕괴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업계가 안도하는 반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설탕 기본관세 대폭 인하를 추진하던 정부로서는 국회에서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높아지자 떨떠름해졌다.
정부는 지난해 수입설탕에 대한 기본관세를 35%에서 5%로 30%p 대폭 낮추는 법안을 발의했다가 국회에서 “물가를 낮추는 효과는 없이 국내 산업피해만 클 것”이라는 우려에 따라 소폭 인하(5%p)로 법안을 수정한 바 있다.
그러나 불과 8개월만인 지난 8월 세법개정안을 발표하면서 관세율을 30%에서 5%로 대폭 낮추는 안을 들고나와 업계의 반발을 샀다.
∎ 설탕가격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 0.04%에 불과
설탕가격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얼마나 될까?
제당업계는 "설탕가격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한데도 정부는 설탕 값만 잡으면 물가를 잡을 수 있는 것처럼 확대 해석하고 있다"며 볼멘 목소리다.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소비자 물가지수 가중치 자료에 따르면 설탕이 물가에 미치는 정도는 전체 481개 품목 중 315위(0.04%)에 그쳤다.
물가에 가장 영향력이 큰 품목 1위 ~3위는 돼지고기(0.83%), 쇠고기(0.78%), 쌀(0.62%) 순으로 나타났다. 반면 설탕은 콩나물(0.06%), 시금치(0.05%) 보다 영향이 더 적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설탕은 대량의 원료구매 및 생산시설 가동률을 높여야 하는 장치산업의 특수성으로 인해 재고물량이 남게 되고 각 나라 제당업체들은 이런 잉여생산량을 제조원가에 못 미치는 덤핑 가격으로 국제시장에 수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수입설탕 관세는 국제시장의 이러한 특수성을 감안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제설탕시장은 WTO가 인정한 ‘불공정 덤핑시장’으로 각국은 고율의 관세 장벽을 통해 외국의 덤핑 물량으로부터 자국시장을 보호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각국의 설탕에 대한 관세장벽은 높다. EU는 85%로 가장 높고 일본이 70%, 미국이 51%로 대부분의 나라에서 수입설탕에 대한 관세를 높게 유지해 자국 산업을 보호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