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세자들의 권익을 보호하고 과세당국의 세무행정 편의를 돕는 우리나라 최고의 세무전문가인 세무사들을 뽑는 최종 관문에 올해는 총 654명이 합격했다.
세무사 자격시험을 주관·시행하는 한국산업인력공단은 17일 제49회 세무사 2차 시험 합격자 명단을 발표했다.
이날 오전 9시에 전격 발표된 세무사 2차 시험 합격자 명단을 찾아보기 위해 지난 7월 시험을 치른 이후 약 3개월 가까이 마음을 졸이던 수험생들은 물론, 수험생 가족들과 선·후배 및 친구 등 지인들은 한국산업인력공단 홈페이지에 접속했다.
하지만 홈페이지에 접속해 합격자 명단을 클릭한 수험생 등은 순간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합격자 명단에서 수험생들의 이름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합격자 명단'이라고 정확하게 박힌 산업인력공단의 자료에는 합격자들의 이름은 하나도 게재되지 않았다. 합격자 654명의 수험번호만 순서대로 나열돼 있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합격자 이름을 왼편에 먼저 게재하고, 동명이인(同名異人) 구분을 위해 수험번호까지 친절하게 표시해주던 산업인력공단에서 이번 시험부터는 합격자들의 이름을 지워버리고 수험번호만 공개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산업인력공단은 올해 하반기 이후 실시된 국가자격시험의 합격자 명단을 이름이 없는 수험번호로만 공개하고 있다. 지난달 발표됐던 관세사 2차 시험 합격자 명단에서도 합격자들의 이름은 찾아 볼 수가 없었다.
산업인력공단에 따르면 개인정보보호를 강화하기 위해 합격자들의 이름을 지우고, 수험번호만 공개하기로 합격자 명단 발표 규정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인력공단 관계자는 "하반기부터 개인정보보호 강화 조치의 일환으로 합격자 명단 발표시 이름을 제외한 수험번호만 공개하고 있다"며 "이미 수험생들에게도 충분히 공지했고, 수험생들은 각자 수험번호로 로그인해 합격여부와 개인 득점 등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산업인력공단의 설명대로 수험번호를 알고 있는 수험생 개인은 합격자 이름이 없어 다소 당황스러울 수 있지만, 수험번호를 통해 어렵지 않게 자신의 합격여부를 검색할 수 있다.
다만 수험생 가족들과 선·후배, 친구 등 지인들이 문제다. 수험생의 수험번호를 알 수 없는 이들로서는 수험생의 합격 여부를 전혀 알 수 없게 됐다.
이날 오전 이름 없는 합격자 명단이 발표되자 산업인력공단을 비롯해 합격자 명단을 보도한 언론사 등에 수험번호를 잊은 일부 수험생들과 수험생 가족 등의 전화가 끊이질 않았다.
수험생의 이름을 대며 합격여부를 확인해 달라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이외로 수험생들의 불만도 많았다.
자신과 함께 공부한 주변 친구들의 합격여부를 알지 못해 답답하다는 푸념이다. 자칫 시험에 떨어진 친구나 선·후배 등에게 합격여부를 물어볼 경우 불합격자를 2번 죽이는 마음의 상처를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 수험생은 "솔직히 수험번호만 공개해도 자신의 합격 여부는 쉽게 알아 볼 수 있다"며 "하지만 주변 친구들과 선·후배들의 합격 여부를 알지 못해 불편하고, 나중에라도 떨어진 친구에게 합격여부를 묻다가 난감한 경우가 생길 수도 있어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한편 산업인력공단 측에서 개인정보 노출을 문제로 합격자들의 이름을 비공개하기로 했지만, 합격자 이름 공개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 아니라는 관계당국의 유권해석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공인회계사 시험을 주관하는 금융감독원 공인회계사시험관리팀에 따르면 최근 개인정보보호 업무를 주관하는 행정안전부로부터 회계사 시험 합격자 명단 발표시 이름을 공개하는 것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사항이 아니라는 유권해석이 내려졌다.
금감원 관계자는 "회계사 시험 합격자 발표시 이름을 공개하는 것이 개인정보보호법에 저촉되는 사항인지를 행안부에 질의했고, 위반사항이 아니라는 유권해석을 받았다"며 "회계사 시험 합격자 발표는 예전과 같이 이름과 수험번호를 함께 공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