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개혁의 꽃, '출총제와 순환출자'…'빅3'의 입장은?

대선 최대 화두인 경제민주화의 핵심은 '재벌개혁'이다. 대선에 뛰어든 '빅3(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후보들은 각자의 색깔을 담은 재벌개혁 정책을 내놓고 국민들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이들이 내놓은 재벌개혁의 기본 뼈대는 대동소이하다.

금산분리, 대기업 총수일가 사면 금지, 그리고 '출자총액제한제도(이하 출총제)'와 순환출자다. 이 기본 뼈대에 대한 후보 각자의 정책노선이 다를 뿐이다. 특히 출총제와 순환출자를 둘러싼 각 후보의 노선은 두 갈래로 갈린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후보는 출총제와 순환출자에 대한 정책노선을 공유하고 있다. 하지만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이들과 확실히 다른 노선을 채택하고 있다.

앞선 두 후보는 출총제가 폐지된 현행 제도를 유지하고, 순환출자에 있어서는 신규 출자에 있어서만 금지하겠다는 입장이다. 기존 출자분은 기업이 자율적으로 해소해야 한다는 점에 있어서도 같다. 

반면 문 후보는 출총제를 부활하고, 순환출자도 신규출자 금지는 물론 기존출자도 3년의 유예기간을 주고 해소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 경제민주화의 대척점, '출총제'와 '순환출자' = 출총제란 기업소유지배구조 왜곡을 억제하기 위해 1987년 도입된 제도로 대규모 기업집단이 자산의 일정범위 이상을 다른 회사에 출자할 수 없도록 규제하는 제도다. 이후 몇 번의 폐지와 부활을 반복하다, 지난 2009년 재차 폐지됐다.

순환출자는 재벌 그룹이 적은 지분으로 계열사를 지배하기 위해 사용하는 방법으로 재벌들의 소유구조 개선의 핵심적인 방안으로 꼽혀왔다. 

경제민주화가 대선의 핵심 화두로 떠오르면서 재벌규제의 상징이나 다름없는 출총제와 순환출자 문제가 다시 전면에 부각됐다. 대선 후보들이 고개를 내밀기 전부터 여야는 이 문제를 놓고 '신경전'을 벌여왔다.

일찍부터 당 차원에서 출총제 부활이 필요하다고 주장해온 민주통합당의 문재인 후보는 상위 10대 대기업집단의 계열사들이 순자산의 30%까지만 다른 회사의 주식을 소유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이와 함께 출총제가 나온 근본 원인인 순환출자 문제도 건드렸다. 신규 순환출자를 금지하는 동시에 기존 순환출자도 3년의 유예기간을 두고 모두 해소하는 방안을 내놓은 것이다.

순환출자가 자율적으로 해소되지 않을 경우에는 의결권을 제한하고 이행강제금을 부과하는 등 적극적인 대처에 나서기로 했다. 

반면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출총제 부활의 실효성에 의문을 던지며 공정거래법을 보완하는 정도의 입장을 내놨다. 또한 신규 순환출자는 금지하되, 기존 순환출자는 "기업이 자율적으로 해소하도록 한다"고 밝혔다.

무소속 안철수 후보 또한 이 부분에 대해서는 박 후보와 같은 노선을 택했다. 출총제가 정권에 따라 폐지됐다 부활하며 일관성을 잃고 있다는 점을 지적해온 안 후보는 결국 출총제 재도입을 재벌개혁 정책에서 제외했다. 

안 후보 캠프의 전성인 교수는 "출총제가 정책적 효과보다는 이념적 표상이 된 것 같다"며 " 냉정하게 판단한 결과 이번 과제에서는 포함시키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출총제를 반대하기 보다 실효성을 감안해 과제에서 제외했다는 설명이다. 

순환출자에 대해서도 신규출자만 금지하는 방안을 내놨다. 이에 대해 안 후보 캠프의 경제정책을 총괄하고 있는 장하성 교수는 "30대 재벌 중 순환출자 심각하게 해소하기 어려운 재벌은 아주 소수"라면서 "각 재벌들이 스스로 해소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더 효과적인 재벌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안 후보가 이 부분과 관련해 박 후보와 취지는 다르지만 같은 입장을 선택함에 따라 민주당은 박 후보 측의 재벌개혁 정책을 비판할 수 없는 '웃지 못할 상황'(?)에 처했다.

후보 단일화 카운트 파트너의 정책공약을 비판해봐야 감정만 상할 뿐 얻어낼 수 있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 출총제와 순환출자 금지, 과연 효과있을까 = 출총제와 순환출자 금지의 효과에 대해선 각 진영마다 제각각 다른 입장을 가지고 있다.

박 후보 진영은 기업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며 출총제를 반대하고. 문 후보 진영은 출총제와 순환출자 금지를 통해 기존의 지배구조를 개선해야만 재벌대기업 중심의 경제구조가 바뀔 것으로 보고있다.

반면 안 후보 진영은 출총제 자체가 효과가 미미하다는 입장이다. 그렇다면 현재 대기업들의 상황은 어떠할까.

경제개혁연구소에 따르면 10대 재벌의 모든 계열사에 대해 순자산의 40%를 상한선으로 할 경우, 출자해소가 필요한 그룹은 총 3개로 SK그룹(2조4010억원), 한화그룹(2조651억원), 한진그룹(1조5662억원) 등이다.

순자산의 25%를 규제할 경우에는 한화그룹(3조 4002억원), SK 그룹(2조8507억원), 현대중공업그룹(2조6842억원), 한진그룹(2조4658억원)의 순이다.

이를 바탕으로 경제개혁연구소는 "야당에서 제시한 방안은 다양한 회피 수단들이 존재해 경제력 집중 억제를 위한 충분한 대응책이 되지 못한다"는 결론을 내놨다. 예외가 적용된다면 효과는 거두기 어렵다는 뜻이다.

다만 출총제 도입을 주장하는 근본 원인인 순환출자 금지에 대해선 긍정적인 입장을 내놨다. 경제개혁연구소는 지배주주가 경영권 유지를 위해 매입해야 하는 지분만을 따진다면 현대자동차(5조9874억원), 현대중공업(1조5763억원), 삼성(7656억원), 영풍(1799억원), 한진(169억원) 등을 제외하고는 거의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기존 순환출자 금지로 인한 '부작용'은 그리 많지 않다는 뜻으로 해석되는 셈이다.

하지만 재계는 이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전경련 경제본부 이철행 기업정책팀장은 한 보고서를 통해 "출총제 폐지 후 대기업이 무분별하게 계열사를 확장했냐고 말한다면 억울하다"며 "공정위 역시 출총제 폐지 이후 2년간 계열사 증가율이 전보다 비교해 낮았다고 했다"고 강조, 정치권의 주장에 억울함을 토로했다.

순환출자 금지에 대해선 "이 중 어떤 한 고리에 대해 의결권을 제한할 경우 투자할 돈을 지분매입에 쓰게 될 것"이라며 "기존 순환출자를 해소한다면 자사주는 의결권이 사라지고 해외매각에 따른 국부유출이 일어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