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출근길, 줄 서서 기다리는 공무원들 = 기획재정부 공무원들이 29일 오전 8시30분경 정부과천청사 1동 재정부 건물에 들어가기 위해 긴 줄을 늘여 세우고 있다. 과천청사관리소는 지난 14일 벌어진 중앙청사 방화사건 이후 출입증 패용 등 보안점검을 한층 강화, 공무원들에게까지 철저한 검사를 실시한 이후 출입을 허용하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 국정을 책임지는 중앙정부부처 건물의 보안에 큰 구멍이 뚫렸다. 외부인의 출입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했음은 물론 청사 건물에 화재까지 발생했다.
지난 14일 서울시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 한 60대 남성이 가짜 공무원출입증으로 검색대를 유유히 통과, 18층 교육과학기술부 사무실에 불을 지르고 투신 자살한 사건이 일어났다.
그동안 정부부처 건물의 보안점검이 얼마나 허술했는지를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으로서, 대형 화재 및 인명피해로 이어지지 않은 것만도 천만다행이었다.
이번 사건으로 청사 보안에 큰 허점을 노출하며 언론으로부터 뭇매를 맞은 정부는 부랴부랴 청사건물 보안점검을 대폭 강화했다. 방화사건이 발생한 중앙청사 뿐만 아니라 경기도 과천시에 위치한 정부과천청사도 마찬가지였다.
단일 건물로 운영되는 중앙청사와 달리 과천청사의 경우 청사 5개동, 후생동, 안내동 등으로 건물만 7개가 넘고, 대지면적만 36만6991㎡에 달해 철저한 보안점검을 실시하기가 상대적으로 어렵다.
이에 따라 과천청사관리소는 그동안 공무원들에게는 청사 출입문과 건물 정문 등에서 공무원증이나 출입증을 확인하는 등 다소 간단한 보안검사만 실시하고 출입을 허용해왔다.
민원인 등 공무원이 아닌 민간인의 경우 우선 안내동으로 출입할 때 신분증 검사를 받고, 안내동 정문에서 가방 및 소지품에 대한 X-ray 검사를 통과한 이후 청사 출입증을 받아 각 건물에 들어갈 수 있었던 것과 비교하면 매우 단순한 검사다.
하지만 지난 14일 벌어진 중앙청사 방화사건이 가짜 공무원증을 이용해 발생함에 따라 이제는 공무원증도 과천청사를 무사 통과할 수 있는 신뢰할만한 '패스'가 되지 못한다.
청사관리소는 방화사건 이후 청사 출입문과 각 건물 정문에서 공무원증 사진과 직원들의 얼굴을 직접 대조하고, 각 건물 입구에서 청사관리소 직원들이 공무원 및 방문객들의 가방 속 소지품을 확인하는 등 검색을 강화했다.
이처럼 공무원들에 대한 보안검사가 강화되자 최근 들어 출근하는 직원들이 몰려드는 오전 8시20분부터 50분 사이에는 과천청사 건물마다 공무원들이 긴 줄을 서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청사관리소 직원들이 공무원증 및 청사 출입증의 진위 여부를 확인하는데 꽤 시간이 걸려 공무원들이 출근길 때아닌 불편함을 겪고 있는 것이다.
청사 건물과 공무원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보안검사를 철저히 실시하는 것은 좋지만, 바쁜 출근길에 건물 앞에서 한참을 기다려야 하는 공무원들은 다소 불만 섞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25일 기획재정부 건물 앞에서 줄을 서서 기다린 후 출입검사를 통과한 한 공무원은 "직원들에게까지 이렇게 심하게 보안검사를 할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공무원 출입증으로 통과할 수 있는 스피드게이트를 빨리 설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청사관리소도 최근 들어 공무원들의 불만이 접수되며 대책을 강구하고 있지만, 문제는 예산 확보다.
공무원증 등으로 쉽게 출입을 통제할 수 있는 스피드게이트 등 보안검색기기를 설치할 예산을 확보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청사관리소에 따르면 현재 지하철 탑승 게이트와 같이 공무원증을 갖다 대면 출입문을 통과할 수 있는 스피드게이트를 설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일단 스피드게이트의 경우 행정안전부 청사관리소 집행예산 잔액을 일부 전용하고, 예비비로 일부 예산을 신청하기로 했다.
또한 현재 예산 부족으로 과천청사 1동 기획재정부 건물에만 설치한 X-Ray 검색대도 5개동에 모두 들여놓고, 청사 출입문에 무인차량인식시스템도 설치하기 위해 내년도 예산 증액을 추진 중이다.
스피드게이트, X-Ray 검색대, 무인차량인식시스템 등 보안검색기기가 설치되기까지는 과천청사에서 근무하는 공무원들의 불편함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
청사관리소는 중앙청사에서 벌어진 방화사건의 재발을 막기 위해 공무원들의 불편함을 감수하더라도 앞으로 과천청사 보안점검을 계속 강화할 방침이다.
김명근 정부과천청사관리소 운영과장은 "현재 출입자들의 신분증 진위 및 본인 여부를 확인하는 작업을 강화하고 있다"며 "금년에 청사관리소 집행잔액 등을 전용해 스피드게이트를 설치할 예정이며, 장비·인력확충 등을 위해 내년도 예산을 증액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