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원/달러 환율이 1090원대까지 떨어지며 환율하락 문제가 커지는 가운데, 정부가 편성한 내년도 세입예산과 세출예산의 기준환율이 50원이나 차이나는 것으로 밝혀졌다.
기획재정부가 편성한 2013년 예산안에서 환율에 큰 영향을 받는 관세수입 추계에 적용된 환율이 예산안 편성 기준환율인 1130원보다 실제로는 50원이나 낮은 1080원으로 계산된 것으로 나타났다.
기준환율 1130원으로 계산할 경우 관세수입액이 너무 많이 잡힐 것을 우려한 재정부 세제실 담당 직원이 자신의 주관대로 1080원의 환율을 적용해 세수를 추계했고, 1130원 환율에 맞춰 관세 실효세율 등을 미세조정해 역산 방식으로 세입예산을 맞춘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은 지난 1일 개최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정책질의에서 김춘진 민주통합당 의원이 환율 하락에 대한 정부 대책을 질의를 계기로 밝혀졌다.
김 의원은 기획재정부가 제출한 자료를 토대로 "세입예산안을 짤 때는 기준환율을 1080원으로 하고, 세출예산은 1130원으로 짰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 9월 정부가 발표한 2013년 예산안의 기준환율은 1130원이다. 그러나 재정부 세제실이 국회의원들에게 제출한 관세 등 세입예산안 자료에는 세수추계에 적용한 기준환율이 1080원으로 기재돼 있었다.
기준환율이 1080원으로 나와있는 세제실 세입예산안 자료를 본 김 의원이 1130원으로 짜인 세출예산안과 기준환율이 다른 이유를 직접 질의한 것이다.
이에 김동연 기획재정부 2차관은 "예산심의 과정에서 세입예산안을 짤 때 기준활율이었던 1080원을 1130원으로 맞추겠다"며 "세입예산안을 1080원 기준환율로 했을 때 고려가 미흡했던 것 같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김 차관의 답변으로 일단락 되는 듯 보였던 세입·세출예산 환율 문제는 이날 오후 한 언론에 보도된 재정부 직원의 멘트가 야당 의원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며 더 크게 번졌다.
이날 한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김춘진 의원의 질문에 대해 재정부 환율 담당 과장이 "국회의원이 잘못된 질문을 한 것 같다"며 "내년도 예산안은 기준환율 1130원으로 예측해 짜여졌고 1080원은 처음 듣는다"고 말했다.
세제실에서 제출한 자료를 토대로 질문한 김 의원 등 야당 의원들의 입장에서는 국회의원이 잘못된 질문을 했다는 재정부 직원의 멘트에 격분할 수밖에 없었던 노릇이다.
이에 2일 오전 속개된 국회 예결위에서는 정책질의 시작 전부터 재정부에 사과는 물론 이번 사건에 대해 정확한 해명을 요구하는 야당의원들의 비난이 이어졌다.
정청래 민주통합당 의원은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국회의원이 질문을 잘못했다고 말한 기재부 직원이 누구냐"며 "기사에 의원이 잘못 질문했다라고 말했는데 (재정부 자료를 토대로) 질문한 국회의원이 잘못된 것이냐"고 지적했다.
박 장관의 해명에 따르면 국회에 제출된 자료에서 세입·세출예산안의 기준환율이 다르게 작성된 것은 재정부 세제실 관세추계 담당 직원의 실수로 밝혀졌다.
박 장관은 "환율의 경우 내년도 실제 전망치를 정부가 정확히 제시할 경우 외환시장에 미칠 영향이 커 전통적으로 예산안 편성 환율은 직전 3개월의 평균을 기준치로 한다"며 "2012년 6, 7, 8월 평균 환율인 1130원을 기준환율로 삼고 세입·세출예산을 작성했다"고 말했다.
세입·세출예산안에 적용된 기준환율은 예산안 발표(지난 9월) 전 3개월 동안의 평균환율을 기준으로 모두 1130원으로 계산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박 장관의 설명에 따르면 재정부 세제실의 관세수입 추계 담당 직원은 최근 환율하락 등을 이유로 관세수입이 계속 감소하는 점을 감안, 1130원을 기준으로 내년도 관세수입을 계산할 경우 세수가 너무 많이 잡힐 것을 우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세제실 직원은 주요 IB(Investment Bank, 해외투자은행) 등의 내년도 환율 전망치 평균 등을 참고해 내년도 환율을 1080원으로 가정해 세입예산을 계산했고, 내년도 관세수입이 약 11조원이 적당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예산안 편성 기준환율인 1130원을 적용하면서도 관세수입은 1080원의 환율로 예측한 11조원이 될 수 있도록, 관세실효세율 등 관세수입을 계산할 때 적용되는 기타 변수를 미세조정했다.
실제로 재정부가 지난 9월 발표한 2013년 세입예산안에 따르면 내년도 관세수입은 올해보다 1조원이나 줄어든 10조6000억원으로 편성됐다.
박 장관은 이번 사건에 대한 재정부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올해만 하더라도 여러 할당관세 적용, 한·미 FTA 발효 등으로 관세실효세율이 떨어져 관세수입이 목표에 미달할 가능성이 높고, 하향추세를 감안할 때 1130원을 적용해 관세수입을 계산할 경우 추계가 과도해 무책임하다고 생각한 직원이 11조원이 최적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는 "직원은 11조원을 유지하고 기준환율 1130원도 유지하면서 기타 여러 변수를 미세조정해 역으로 역산해 맞춘 것으로 이해하시면 된다"며 "세입은 정교한 회귀분석 모형에서 세수를 분석한 이후 담당자들의 주관적 판단으로 여러 변수 등을 감각에 입각해 조정한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세수를 부풀리기 위해 조작한 건 절대 아니고 가장 현실적인 세수추계 만들기 위해 미세조정을 한 것"이라며 "실무자가 실효관세율이 계속 떨어지는 과정이라 기준환율을 1130원으로 적용하면 세수추계가 너무 과다하게 되므로 보수적으로 계산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박 장관에 따르면 세제실 담당 직원이 관세수입 추계 기준환율을 1130원으로 설정하고 계산하고 난 뒤, 이전에 적용했던 1080원의 환율이 기재된 자료를 그대로 국회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장관은 "담당자는 양심으로 봤을 때 11조가 맞았다고 생각해 한 것"이라며 "의원님들께서 다시 한번 의정활동 하시는데 불편과 혼선 초래하게 돼 죄송하고, 담당자가 비공개로 야당의원들께 시간이 나는 데로 소상히 설명해 드리겠다"고 전했다.
한편 재정부는 이날 중으로 관세추계 담당 직원과 지난 1일 언론에 김춘진 의원의 질문이 잘못됐다고 말한 환율담당 과장을 국회로 불러, 예결위 야당 의원들을 대상으로 이번 사건에 대한 해명을 실시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