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거론되는 부처 개편 문제를 두고 최근 논의가 한창이다.
7일 한국경제학회가 '10년 후를 내다보는 금융 감독 체계 개편'을 주제로 심포지엄을 연 가운데, 학계와 금융계 전문가들은 국내 금융과 국제금융의 금융정책 기능을 합치고, 금융회사 건전성 감독과 영업 행위 감독 기능을 민간의 기관이 맡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는 현행 금융정책과 금융 감독을 담당하는 금융위원회를 없애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과 하나의 부처로 통합하면서, 민간인 금융감독원을 건전성 감독과 영업 행위 감독 기관으로 운영하는 시나리오다.
현행 금융감독원 산하에는 금융소비자보호처가 소비자 보호 기능을 담당하고 있는데, 소비자 피해는 금융업의 부당 영업과 직결되는 만큼 여기에 감독 기능을 일부 이관해야 한다는 의견이 일각에서 제기됐지만, 이는 업무의 효율을 저하시킨다는 지적이다.
김인철 한국경제학회 차기 회장(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은 "10년 뒤 정권이 바뀌어도 금융 감독 체계가 바뀌지 않으려면 관치로부터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건전성 감독과 영업 행위 감독을 분리하는 외국의 사례가 논의된 바 있지만, 이는 우리 금융시장 특성에 맞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오정근 아시아금융학회 회장(고려대 경제학과 교수)은 "관치금융의 우려가 큰 금융위원회를 해체해 기획재정부의 국제금융과 정책 기능을 통합하고, 금융안정위원회를 설립해 당국 간의 유기적 협조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 교수는 또 "현재 금융감독원 산하의 금융소비자보호처 기능을 강화하고,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감사위원회 및 금융감독평가위원회를 설치하는 조치들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홍기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부로부터 금융 감독 기구의 독립성은 55개국 중 52위로 평가될 정도로 낮은 상태이다"며 "금융정책과 금융 감독의 기능을 분리하고,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에 분산된 금융 감독 체계를 단일 기관에 귀속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의 금융정책을 통합해 정책적 일관성을 유지해야 위기에 대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행 금융 감독 체계는 중복된 규제로, 금융회사나 소비자에 혼란을 준다는 지적이 그동안 수차례 제기된 바 있다.
한편, 김석동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축사를 통해 "금융 감독 체계 개편은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를 계기로 부각됐다가 시간이 흐르면 사라지는 신드롬이 아니라 시대적인 과제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수차례 금융 감독 체계 개편이 이뤄졌는데, 현행 구조는 금융 위기를 효과적으로 극복한 반면에 소비자 보호 등에 미흡했다"며 "이처럼 견제 장치의 미비는 (금융 당국의)신뢰와 효율성을 떨어뜨려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