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정책, 금융위 아닌 기획재정부가 맡아야"
금감원, 공적 민간 기구로 외부감사 위원회 필요
금융 감독의 체계 개편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다.
연말 대선 이후 정부조직법 수술이 예고돼 있기 때문이다.
국회입법조사처와 은행법학회는 26일 세미나를 열고, 학계의 금융관련 전문가들과 바람직한 금융 감독의 개편 방향을 두고 토론을 벌였다.
■ 금융 감독 '실패', 체제와 성격 고쳐야 = 금융 감독의 실패는 최근의 저축은행 부실 사태와 2000년대 초반 신용카드 부실 사태에서 드러났다.
저축은행들이 경영난을 겪는 과정에서 구조조정이 지연되고, 자본 확충을 돕기 위해 금융 당국이 후순위채(변제 순위가 늦은 채권) 발행을 허용하면서 결국 수십조원에 달하는 소비자 피해가 발생했기 때문.
카드 사태의 경우 정부가 소비를 늘리고 내수를 확대하려는 과정에서 결국 금융회사 건전성이 훼손됐고, 가계 부채 증가는 국가적 손실을 초래했다.
이날 세미나에서 국회 정무위원회 민병두 의원(민주통합당)은 "현행 금융 감독의 문제는 저축은행 부실 사태를 가장 큰 예로 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피해액 26조원, 사법 처리된 사람이 300여명을 넘는 것을 보면서 금융 감독이 제대로 돼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비가 많이 내리는데 그릇이 잘못 놓여 있으면 다 담을 수 없듯이, 금융 감독의 체제와 성격이 잘못되면 아무리 많은 예산을 들여도 소용없다"며 금융 감독 개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날 학계에서 내놓은 의견을 종합해보면 금융정책과 금융 감독의 기능을 완전하게 분리하고, 금융 감독의 경우 분산돼 있는 기능들을 통합하는 내용이 큰 골자다.
현행 금융정책은 정부인 금융위원회가, 금융 감독은 공적 민간 기구인 금융감독원이 맡고 있다. 그런데 금융 감독의 제도 수립은 금융위에서 맡고 있으며, 금감원은 집행만을 담당한다.
이러한 이유로 금융 감독 체계에 문제를 제기한 쪽은 주로 금감원 측이었다. 금감원은 지난 수년 동안 금융 감독 구조에 반발해왔다.
금감원 관계자는 "정부의 위탁을 받아 금감원이 금융 감독을 집행하는 상황에서는 정부가 금융정책 전체를 주도하고 관여하는 관치금융을 키울 수밖에 없고, 금융 산업의 발전이나 창의성을 저해한다"고 비판했다.
■ 상임위원에 외부감사 역할 맡겨야…임명권 개방화 '필요' = 고동원 성균관대 교수는 "금융정책 기능을 기획재정부로 넘기고, 금융위와 금감원을 통합해 공적 민간 기구로 운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이를 견제하기 위해 외부의 전문가로 구성된 '금융 감독 위원회'(가칭)를 만들어 비상설 기구로 둬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는 현행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구조와 비슷하다.
금융통화위원은 여러 기관에서 임명을 통해 선출되며, 외부 인사로 구성돼 어느 정도 독립성을 담보할 수 있다.
이준행 서울여대 교수는 "금융통화위원회와 같은 구조로 금융 감독 위원회를 만들어, 민간 위원인 동시에 상임위원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비(非)상임위원으로 운영될 경우 업무의 심도에 한계가 있고, 결국 관치금융에서 벗어나기 힘든 구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이외에도 상임위원의 임기가 짧으면 전문성과 책임감이 결여될 수 있다는 우려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또 상임위원이 외부 전문가로 구성되더라도 민간의 로비나 임명권의 한계에 노출돼 있는 만큼 중립성 유지가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와 관련 금감원의 한 관계자는 "상임위원 임기를 늘리고 임명권을 다양화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미국의 경우 여야 국회의원이 외부감사 위원회의 임명권을 절반씩 가지고 있어 비교적 중립성이 유지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