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이하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통과됐지만, 주요 정책인 투자은행(IB) 육성과 관련한 내용은 빠졌다.
20일 정무위는 법안심사소위원회 및 전체 회를 열고, 자본시장법 개정안 내용 중 장외거래 중앙청산소(CCP) 도입과 비(非)상장법인 특혜 폐지 등을 국회 본회의에 상정하기로 의결했다.
CCP는 파생 상품 장외거래 시 매도인과 매수인 간 결제 이행을 보장하는 기능을 한다.
또 상장법인과 비상장법인의 자사주 취득 및 소각, 사채 발행 기준 등은 현행 상법과 자본시장법 사이에 차별이 있어 이를 통일했다.
하지만 당초 자본시장법 개정의 목적이었던 IB 설립은 민주통합당 의원들의 반대에 부딪쳤다.
김용범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국장은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대형 증권사 규모를 더 키우고 중소형 증권사에 차별을 두는 것으로 일부 정치권은 보고 있어 결국 무산됐다"고 설명했다.
금융위는 지난해 자본시장법 시행령을 일부 개정하고, 대형 증권사들이 헤지펀드(국제증권 및 외환시장에 투자해 단기 이익을 올리는 민간 펀드)를 직접 개발해 판매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그동안 해외의 헤지펀드를 간접 판매했던 국내 증권사들에 새로운 수익 모델을 열어주기 위한 조치였다.
또 일정 규모(자기자본 3조원) 이상의 대형 증권사들을 IB로 등록시켜, 기업 인수합병(M&A)이나 기업 자금 대출, 비상장증권 직접거래, 프라임브로커(증권 대여, 재산 보관 등) 업무를 허용하는 내용을 담아 자본시장법 개정을 추진했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가 발생하자, 이러한 대형 증권사의 투자를 규제해야 한다는 논의가 세계적으로 진행됐고, 중소형 증권사의 차별 문제도 제기돼왔다.
이러한 이유로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지난해 11월, 올해 6월 두 차례에 걸쳐 국회에 제출됐다가 통과되지 못했다.
한편, 이번 정부에서 자본시장법 개정이 사실상 무산되자, IB에 대비해 자기자본을 늘린 대형 증권사들의 피해도 우려된다.
자기자본을 늘린 대형 증권사는 삼성증권, 현대증권, KDB대우증권, 한국투자증권, 우리투자증권 등이다.
IB 설립은 다음 정기국회 시 다시 논의되도록 추진할 계획이라고 금융위 측은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