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후 서울 서초동 베라체웨딩홀에서 의미있는 세무사들의 모임이 하나 만들어 졌습니다. '세무사미래포럼'입니다.
이 자리에 모인 세무사들의 면면은 대단했습니다. 국회의원을 지낸 전직 세무사회장을 비롯해 전·현직 지방세무사회장, 전·현직 고시회장, 전 여성세무사회장, 서울지역세무사회장 등 무려 80여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습니다.
행사를 주관한 안수남 세무사(세무사미래포럼 추진위원장)도 20여명 정도로 조촐하게 만들겠다는 생각이었는데 이렇게 많이 모일 줄 몰랐다고 했습니다.
이날 행사는 포럼 발대식으로 명명되었고, 포럼의 정관을 확정했습니다. 임원진은 공동대표에 추진위원장인 안수남 세무사를 비롯해 5~6명정도가 내정되었으며, 전직 본회와 지방회장등이 참여하는 고문단도 내정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운영위원장은 황선의 종로지역세무사회장이 선임되었으며, 30명내외의 운영위원을 조만간 꾸릴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날 확정된 정관에 따르면 포럼은 세무사의 희망미래, 제도발전, 정책개선 등에 대한 비전을 제시함으로써 세제·세정에 대한 연구, 세무사제도 개선, 세무사회의 변화와 혁신, 세무사의 업무영역 확대를 도모하고, 소통과 화합을 통해 세무사의 정체성을 확립하는데 목적을 둔다고 했습니다.
특히 포럼은 내달쯤 대선캠프 관계자를 초청해 세제·세정에 대한 조세제도 및 정책에 관한 생각을 듣는 자리를 마련하고, 내년 1월에는 세무사미래포럼 워크숍과 창립총회(1월 14일), 1차 세무사미래포럼을 갖기로 하는 타임스케쥴도 확정했습니다.
◆ 안수남 위원장이 밝힌 세무사미래포럼 추진 배경은?
이날 모임의 추진위원장을 맡은 안수남 세무사는 가장 먼저 단상에 올라 세무사미래포럼이 싹튼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그는 특정세력들이 모여 차기 회장 띄우기 등의 목적으로 만들어지는 것 아니냐는 일부의 우려를 의식한 듯 모임의 선명성을 강조하는 모습이 역력했습니다.
그는 "(세무사미래포럼은) 최근 들어 지인들과 만나 세무사회가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세무사들은 뭘 고민하는지를 이야기하던 중 본회의 운영과 관련한 여러가지 이야기와 세무사들에 대한 많은 걱정을 들으면서 관심 있는 회원들이 모여 세무사들의 미래이야기를 해가는 포럼을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에 시작하게 되었다"고 포럼의 탄생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그는 이어 "처음에는 20명 정도의 모임으로 생각했었는데 뜻하지 않게 확대되면서 역대 회장, 임의단체 회장 등 많은 회원들이 참여하게되면서 여러가지 오해가 생기고 있지만 이 자리에서 이 모임이 필요한지, 필요없는지 까지도 논의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면서 모임의 순수성을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안수남 위원장의 순수함은 희망사항, 이어진 포럼 발대식은 현 집행부의 성토장으로 변했고, 이미 정치적 모임의 성격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 나오연 전 회장의 '야단'
가장 먼저 성토에 나선 사람은 나오연 전 세무사회장이었습니다.
나 전 회장은 "뭐가 답답해서 구종태 전의원 등과 함께 현 세무사회 회장의 잘못에 대해 지적 비판하는 글을 쓰겠습니까? 세무사제도는 지난 50년 동안 많은 사람들의 도움으로 이뤄졌는데 마치 한 사람이 유일한 업적을 남긴 것처럼 선전하고, 야단을 치니 모양새가 우습다"면서 "사실이 아닐뿐더러 왜곡된 부분도 많다"고 강하게 지적했습니다.
그는 이어 "2003년도 공인회계사가 세무사명칭을 사용하지 못하게 한 것은 자신이 법안을 만들어 10여명 의원들의 공동명의로 제안해 국회를 통과했다"면서 "당시 정 회장도 고생했지만 많은 세무사들이 여러 의원들을 찾아다니는 등 수고가 많았는데 혼자서 했다는 것은 맞지 않다"고 열변을 토했습니다.
그는 이와 관련 "최근 (정구정 회장과)단둘이 만나 저녁을 하면서 남이 한 것을 자기가 한 것처럼 하고 다니면 되겠느냐고 호되게 야단치다시피 이야기했다"는 이야기까지 공개했습니다.
나 전 회장은 또 "세무사회의 인사와 예산문제까지 지적하며, 상식과 정의에 맞지 않는 것은 시급하게 뜯어고치는데 힘을 모아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특히 "총회에서 1억2천만원 연봉의 상근부회장을 증원하고, 임기를 3년으로 한 것과 공익재단 이사장의 임기 등은 아주 잘못된 것으로 임시총회라도 열어 바로 잡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다음은 구종태 전 회장이 발대식 참석자들을 향해 격려사를 하며, 사자후를 토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구 전 회장은 "집행부는 한강의 돛단배이고, 회원은 한강의 물과 같다. 한강물이 노하면 무서운 파도를 일으킨다. 여러분들이(발대식 참가자) 소금이 되어 차근차근 실행해 나가는데 뜻을 모야야 할 것"이라며, "진실로 세무사회와 제도가 발전될 수 있는 시발점이 오늘이라고 생각한다"며 발대식에 힘을 보탰습니다.
◆김상철 서울세무사회장 "본회장의 독선, 조직의 큰 문제"
이어 지난 5월 취임 후 정구정 회장과 잦은 의견충돌을 빚어온 것으로 알려진 김상철 서울세무사회장이 단상에 올랐습니다.
김 회장은 "이 자리에 오기까지 많은 고뇌를 했으나 조직의 문제가 우선이라는 점에서 개인적인 고뇌는 뒤로하고 왔다"며, "조직이 잘되기 위해서는 소통이 잘되어야 하는데 그것이 안되어 오늘 이 자리가 생긴 것 같다"고 현 집행부의 소통부재를 정면으로 겨냥했습니다.
그는 이어 "조직의 하모니는 리더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운을 뗀 뒤 "지난 5월 서울회 사무국 인사를 하면서 자신이 운용해야 할 인사를 사전에 상의 한마디 없이 본회장이 단행했다"며 "이런 독선은 조직의 큰 문제점"이라고 일갈했습니다.
김 회장은 또 세무회계프로그램과 관련 "지난해 5월 세무사회 이사회에서 결정된 사안이 아직까지 지방회장들 명의로 돼 있어 많은 회원들이 혼란스러워 하고 있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김 회장은 세무사회의 선거제도에 대해서도 언급했습니다. 그는 "현재 세무사회 선거제도는 시간과 돈이 없으면 출마를 할 수 없다"며, "이런 제도로는 우리가 원하는 지도자를 선출할 수가 없다"면서 "선거사무소 방문폐지, 선거공영제도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현직 서울세무사회장으로서 본회장의 회무를 공개적으로 비판하기 쉽지 않았을 텐데 용기를 낸 것에 대한 격려인지 참석자들의 박수 소리가 크게 들렸습니다.
◆'공익재단 기부금' 문제 정면으로 거론
이어 등장한 황선의 종로지역세무사회장의 지적은 이날 포럼 발대식의 분위기를 고조시켰습니다.
그동안 세무사업계에서 논란이 일어온 공익재단과 관련 기부금을 강제로 징수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정면으로 제기했습니다.
그는 "일부 젊은 회원의 경우 자기월급은 고사하고 하루 세끼를 컵라면으로 해결하는 회원도 있다면서, 오히려 도움을 받아야 하는 어려운 회원들에게까지 공익회비를 강제로 징수하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그는 "(공익재단의)이사장 임기 또한 본회장이 바뀌면 새로운 회장이 맡아서 해야하는데 이에 대한 장치는 전혀 없는 것으로 알고있다"면서 "이를 회칙에 명확하게 해야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또 연봉 1억2천만원의 상근부회장을 2명으로 증원한 것에 대해서도 날선 비판을 가했습니다. "수입금액이 5천만원도 안되는 회원이 1천명에 달하고, 1천명 회원이 1년간 내는 실적회비가 1억2천만원에도 미치지 못하는데, 연봉 1억2천만원의 상근부회장을 두명이나 두고 있다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박연종 역삼지역회장은 직원인력난 문제와 관련 의견을 개진했고, 박점식 전 고시회장도 연단에 올라 천지세무법인의 사무실 운영에 대한 노하우를 전달했다.
◆게시판 접근금지 당한 '윤정기·김성욱' 세무사 참석
지난 9월 추석전 회원게시판에 글을 올렸다가 '접근금지'라는 사상 초유의 조치를 당한 윤정기 세무사와 그동안 세무사회 게시판을 통해 회무에 대해 날선 비판을 지속적으로 해오다 같은 접근금지를 받은 김성욱 세무사가 참석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윤 세무사는 단상에 올라 "공익재단과 관련한 기부금문제, 상근부회장 문제 등에 대한 글을 올렸는데 접근금지를 당했다"면서, "회원게시판에 글을 올리지 못하게 하는 것은 회원으로서의 기본권리이자 언론의 자유를 막는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이어 그는 "세무사회의 조치는 시대상황에도 맞지 않는 것으로 당장 허용되어야 한다"며, "인터넷을 통제하는 곳은 북한 정도일 것"이라고 따끔하게 꼬집었습니다.
◆신방수 세무사, '세무사신문·연수원' 개선안 발표
이날 6번째 주제발표자로 단상에 선 신방수 세무사는 세무사신문 및 세무사회연수원에 대한 문제점과 개선안에 대해 깊이 있는 지적을 해 참석자들의 박수를 받았습니다.
그는 현행 세무사신문은 홍보지, 소식지 기능이 강하고, 내용도 진부해 한마디로 읽을거리가 없다면서 세법에 대한 분석기사, 세무사 업무확대와 관련된 주제들과 세무사의 위상을 담는 그릇이 되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그는 연수원도 교육의 다양화, 상설화, 선도화를 꾀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의견을 덧붙였습니다.
◆세무사회 집행부 성토 2막 '자료집'
이날 세무사미래포럼은 이들 회원들의 주제발표와 함께 앞서 배포한 자료를 통해서도 이미 세무사회의 집행부를 도마위에 올려놓고 성토를 이어갔습니다.
이날 미래포럼측이 배포한 자료는 '전근대적인 세무사회의 구조와 선거제도의 개편이 시급하다'는 내용이 주류였습니다.
다음은 포럼측이 이날 배포한 자료의 일부 내용입니다.
[한국세무사회는 1만명 회원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이제 2만명 회원시대를 준비하는 시스템과 의사결정구조를 통한 정기총회, 회의체 등 기존의 제도와 규정에 대한 변화와 혁신이 필요하다.
회원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특정의 소수 회직자들에 의해 모든 것이 결정되는 전근대적인 세무사회는 과연 어찌해야 할 것인가 깊은 고민에 빠지게 한다.
세무사회장을 정점으로 한 일부의 회직자에 의해 회가 운영됨으로써 회원 다수가 아닌 이들 이해집단의 기득권을 유지 강화하는 방향으로 모든 회의 업무가 진행되고 있다. 예산권과 인사권을 틀어쥐고 회원은 물론 지역세무사회와 지방세무사회의 의견은 안중에 없다.
본회 중심의 회무 집행에 대해 의견을 제시하는 것조차 용납조차 못하고, '지방세무사회가 무슨 필요가 있느냐'면서 심지어 '무용론'까지 들리는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세무사회가 이런 모순적인 구태의 구조에서 탈피하고 회원과 소통하는 조직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전근대적인 선거관리규정의 정비 △정기총회와 선거 분리 △독단적인 회무집행 구조개선 △지방세무사회의 독립 등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팽배하다.
서울지방세무사회와 중부지방세무사회 회원워크숍 등에서 이 문제들이 공통적으로 제기되었고, 회원들의 큰 관심 속에 논의가 확대되는 상황이다.
◇ 전근대적인 선거관리규정의 정비
최고의 전문자격사 집단이라고 자부하는 세무사회 회직자 선거에서는 시대에 역행해 수건 배송하기, 식사 등 향응제공하기, 심지어는 선거명목으로 금품 돌린다는 소문까지 있다. 오직 선거 승리만을 목적으로 본업은 팽개치고 회원들에게 얼굴을 알리기 위해 연중 '지방유람'에 나서는, 50년 전 세무세사회 창립 당시에나 가능한 '고무신 선거'가 계속되고 있다.
실제 지난해 2월 세무사회장 선거유세에서 모 후보는 수년간 전국 4000여 세무사사무소를 방문했다는 것을 실적으로 당당히 자랑하기도 했다. 회원들은 개인사무소 운영이라는 본업을 팽개치고 선거에만 매달리는 이런 행태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따라서 특정 연고나 친분에 치중한 인기투표가 아닌, 회원들의 의사가 반영된 정책 선거가 되기 위해서는 선거운동 기간 이전의 사전 선거운동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도록 선거관리규정을 개정하는 것이 시급하다.
◇ 본회장 '유일체제'인 독단의 세무사회 운영구조 타파
현재 세무사회는 1만 명의 회원을 거느린 거대한 조직이지만 운영면에서는 모든 권한이 세무사회장 1인에 집중되어 있고, 모든 회무는 회장과 몇몇 회직자에 의해 독단적으로 결정되고 시행되는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 회원의 기본 권리인 표현의 자유를 무시한 세무사회
지난 9월 25일에는 공익재단기금 문제와 집행부에 비판적 의견을 제기한 일부 회원에 대해 이용약관에 위배됐다며 세무사회 홈페이지 게시판 접근을 원천적으로 차단했다.
◇ 회원서비스 확대 위해 시대 흐름에 맞게 지방회 독립 이뤄져야
앞서 언급한 세무사회장 1인 체제의 폐해를 근절하고 회원에 대한 맞춤형 서비스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세무사회 조직의 분권화가 우선적으로 실현되어야 한다.]
한편 이날 세무사미래포럼 발대식을 전해들은 일부 세무사들은 "'어! 제2의 세무사회'를 만들자는 것이네"라는 반응도 나왔습니다.
이날 발대식에서는 행사측이 세무사회 홍보팀 기자의 카메라 필름을 압수해 순수한 행사(?)의 뒷맛을 씁쓸하게 하기도 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