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인 없어 감사받지 못하는 사태 초래 우려
양국 규제당국 간의 합의 도출 시급
미국과 중국이 회계마찰을 보이며 갈등국면에 접어 들자 다국적 기업들이 혹시 불똥이 튀지나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감사보고서 제출을 거부한 세계 최대 회계 법인의 중국 지사들을 기소(起訴)하면서 중국 금융당국과 마찰을 빚고 있는 가운데 중국에 지사를 둔 다국적 기업들은 이번 사태가 더 큰 회계위기를 초래할지도 모른다는 우려에 전전긍긍하고 있는 것.
뉴욕타임스(NYT)가 9일(현지시간) 세계 시장의 양대 산맥인 미·중의 이번 회계마찰로 인해 미 시장에 상장 된 중국 기업들의 대거 퇴출 가능성은 물론 중국에 진출해 있는 많은 다국적 기업들이 회계감사를 받는데 어려움에 직면 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미 규제당국은 감사보고서 제출을 거부한 딜로이트, 언스트앤영, KPMG, PwC, BDO의 중국 지사들에 대한 기소 조치와 함께 이들 회계법인들이 미국 전체 상장법인들에 대한 감사를 아예 수행하지 못하도록 SEC로부터 등록 해지하는 등 제재를 가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돌고 있다.
현행 미 증권거래법은 SEC에 등록된 회계법인만이 상장사들의 감사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NYT는 한 회계 전문가의 말을 인용 "만약 SEC가 중국 측 회계법인들에 대해 이 같은 제재를 가한다면 중국에 지점을 둔 많은 다국적 기업들이 감사인을 찾기란 불가능할 것"이라며 "미·중 양측이 하루 빨리 합의점을 찾지 못한다면 상상하기 무서운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이미 상당수 미국의 다국적 기업들은 이 같은 사태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며 빠른 시일 내 양국 규제당국 간의 합의 도출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KFC,피자헛, 타코벨 등을 운영하는 세계최대 외식 업체이자 뉴욕증권거래소 상장기업인 '얌(YUM)' 대변인은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면 SEC가 인정하는 중국 감사법인을 아예 찾을 수가 없을 것"이라며 "양측은 외교적 해결책을 시급히 강구해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국의 건설기계업체인 캐터필러(Caterpillar)도 이메일 회신을 통해 미·중 양측이 상호간의 이해와 배려를 통해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 3일 SEC가 미국 증권시장에 상장한 중국 회사 9곳을 대상으로 부정회계 등에 대한 조사에 착수하면서 관련 회계감사 자료 제출을 요청했으나 기소된 회계법인들은 중국 정부가 미국 금융당국에 자료를 제출하는 것을 금지한다는 이유로 협조에 응하지 않은 것이 이번 사건의 발단이 됐다.
중국에 진출해 있는 한 글로벌 법률회사 관계자는 "중국증권감독관리위원회(CSRC)는 자국 측 기업들의 회계자료를 미 규제당국에 제출을 금지하는 법안에 대해 절 대 양보하지 않을 것"이라며 "타협점을 찾지 못한다면 미국은 향후 다른 정책에 대해서도 중국과 협력하지 않을 것이며 이는 결국 '팃포탯(tit-fortat)'전략, 즉 보복성 외교 정책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중국 규제감독국은 이번 SEC의 기소 건에 대한 공식적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다만 통 다오치 CSRC해외관리국장은 최근 홍콩에서 열린 컨퍼런스에서 "시장건전성을 유지하는 데 있어 감사보고서는 아주 중요한 자료"라며 "CSRC는 관련 사항에 대해 미국측과 긴밀히 협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해 미국과의 타협가능성을 열어 놓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