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에 보수의 아이템인 태극기가 등장했다. 진보 진영에서 태극기가 전면에 등장한 것은 이례적이다.
대선을 하루 앞둔 문재인 후보는 18일 영등포 당사에서 직접 마이크를 잡고 "투표가 권력을 이긴다"며 국민들에게 마지막 한 표를 호소했다.
문 후보는 기자회견에서 MB정부와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의 민생 파탄의 책임을 따지고 서민들의 눈물을 닦아주는 힐링 대통령을 약속했다. 또 안철수 전 무소속 후보와의 단일화를 강조하며 국민연대, 대통합 내각 구성을 내세우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태극기가 배경으로 쓰였다. 태극기는 보수 진영에서 자주 쓰는 소품으로 최근에는 박 후보 진영에서 태극기를 나눠주며 유세를 진행해 선관위로부터 경고를 받기도 했었다. 문 후보의 유세 때는 태극기는 찾아보기 힘들고 '투표 참여' 같은 플래카드가 등장하고는 한다. 두 후보가 유세하는 현장만 보더라도 태극기는 어느 쪽에서 애용하는 아이템인지 알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기자회견의 배경으로 태극기가 등장했다. 더구나 문 후보는 그동안 기자회견을 할 때 그 주제에 맞는 배경을 사용해와서 더욱 대조를 이룬 모습이었다.
서민주거안정 관련 정책 발표할 때는 그 슬로건을 걸었고, 대통령 집무실을 광화문으로 옮긴다는 공약을 발표할 때는 '국민속으로, 규국민 곁에'라는 구호를 배경으로 내걸었다. 군 사병 복지 공약을 발표할 때는 '조국 그대의 자랑, 그대의 조국의 자랑'이라는 문구가 걸렸었다. 이밖에는 대개 '새 시대를 여는 첫 대통령'이라는 초록색 바탕의 배경이 걸린다.
그런데 대선 전날 문 후보의 마지막 기자회견에서 태극기가 전면에 등장했다는 것은 여러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해북방한계선(NLL)을 포기하는 발언을 했다는 새누리당 공세를 차단시키고 북한 로켓 발사로 인한 안보 불안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뜻으로 읽혀지고 있는 것이다.
또한 새누리당이 통합진보당 이정희 전 후보가 정권교체를 이유로 후보직에서 사퇴한 것을 빌미로 문 후보를 엮으려고 한 것에 대한 방어로도 해석된다. 새누리당이 애국가를 부르지 않거나 이 전 후보의 '남쪽정부' 발언 등으로 생긴 종북 이미지를 문 후보에게 덮어씌우려고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민주당은 이런 해석을 거부하고 있다. 지난 15일 광화문 유세 때 애국가를 불렀던 것과 같은 의미라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태극기를 배경으로 한 것은 NLL하고는 연관이 없다"며 "우리는 진보와 중도, 합리적 보수까지 다 아우르는 대통합을 한다고 했고 그런 의미에서 태극기를 건 것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