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건강했던 사람이 감을 따다 떨어져 사망했다. 그런데 보험회사는 사망진단서상 사인이 병사로 기록되어 있다는 이유로 재해사망 보험금 대신 일반사망 보험금만 지급했다. 어떻게 해야 할까?
피보험자 A씨는 보험가입 후 약 10년간 보험료를 납입하며 보험계약을 유지해오던 중 감을 따러 감나무에 올라갔다가 추락하였다. 가족들이 즉시 신고하여 119구급차로 근처 병원으로 후송되어 응급치료를 받았으나 사고 당일 사망하였다. 이 사실에 대해서는 사망자 가족이나 보험사 모두가 다툼없이 인정하고 있다.
유가족들은 피보험자가 사고로 머리를 다쳐 병원에서 응급치료를 받다가 뇌진탕으로 사고당일 사망한 점을 인정해 재해사망 보험금을 지급해줄 것을 요청했다. A씨는 평소 병원에 한번 가본 적이 없이 건강했기 때문에 질병으로 인한 사망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보험사가 일반사망 보험금을 지급하는 것은 부당하며 약관에 따른 재해사망 보험금을 지급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보험사는 피보험자의 사망진단서상 사망의 종류를 ‘병사’로 분류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사망원인을 뇌동맥류 파열에 의한 뇌지주막하 출혈로 진단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뇌동맥류 파열이란 뇌의 동맥 일부분이 풍선과 같이 혹 모양으로 부풀어 올라 동맥내의 혈압을 견디지 못하고 파열되는 질환이다. 이는 일반적으로 외상보다는 질병에 의해 발병된다는 것이 의학적인 견해라고 주장했다.
보험사는 사망진단서의 내용을 볼 때 사망에 이른 직접적인 원인은 체질적 요인에 의해 사망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피보험자가 추락한 것은 사실이지만 직접적인 사인이 될 수 없고 체질적 요인에 의해 사망했기 때문에 일반사망 보험금을 지급하는 것이 옳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의 분쟁조정위원회는 서류부터 먼저 검토했다. 보험금 수익자의 조정신청서, 보험사의 일반사망보험금 지급처리 의견서, 해당보험약관 및 청약서 등 기초서류를 우선 확인하였다. 그 다음으로 병원이 발행한 사망진단서 및 진료 기록지, 신경외과 전문의가 발행한 소견서, 응급 후송한 소방서가 발행한 구급증명서 및 구급 업무일지, 사고당시 목격자 인우보증서 등 관련자료의 기록내용도 분석했다.
분쟁조정위원회는 제출된 서류를 종합하여 피보험자의 사망이 당해보험약관에서 정한 재해사망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를 살폈다.
피보험자의 사망진단서상 사망의 종류가 병사로 분류되어 있고 사망원인도 뇌동맥류 파열(추정)에 의한 뇌지주막하 출혈로 기재되어 있는 것은 확인되었다. 그러나 피보험자가 평소 특정한 질병으로 병원에 가본 적이 없는 건강한 사람이었다는 점도 인정했다. 이에 따라 위원회는 A씨의 직접적인 사망원인을 밝혀내는데 집중했다. 사고당시 피보험자의 응급실 임상기록지와 두부단순촬영 및 뇌단층촬영 판독 결과에는 뇌기저골 골절이 있으며 뇌지주막하 출혈 및 경막하 출혈이 관찰되었다. 위원회는 담당의사의 소견에 주목했다. 사망원인은 추락사고에 기인된 두부손상 및 뇌손상으로 추정된다는 소견이었다.
분쟁조정위원회는 설사 사망진단서에 사망원인이 병사로 기록되었다 하더라도 사망원인이 추락 사고에 기인한 두부손상으로 추정된다는 담당의사의 소견을 감안하여 재해사망으로 인정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위원회는 신청인의 요청을 받아들여 보험사측에 재해사망 보험금을 지급하라는 조정 결정을 내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