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하순 조세일보가 본란을 통해 정구정 현 세무사회장이 '세 번째 회장직에 도전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업계의 물밑 이야기를 싣자 많은 세무사들의 문의 전화가 이어졌습니다. 또 취재현장에서 만나는 세무사들 역시 향후 전망을 묻는 등 예상보다 훨씬 큰 관심을 나타내며 관련 정보를 한가지라도 더 귀동냥하려는 모습을 숨기지 않았습니다.
3선(選) 이야기(2012년 12월 26일자, 세무사업계 '3선(選)의 추억(追憶)'와 관련 기자에게 직접 전화로 의견을 보내준 세무사들은 "업계에서 그런 이야기들이 있다는 것은 듣긴 했으나 그것이 말이된다고 생각하느냐. 술자리 안주거리 이야기라면 몰라도…"라며 부정적인 견해를 밝히는 부류와 "솔직히 정 회장처럼 세무사들을 위해 일할 사람들이 또 누가 있느냐"며 "지금 자천타천 거론되고 있는 예비후보들 정도라면 차라리 정 회장이 훨씬 낫지 않느냐. 오히려 업계에서 정 회장이 마음 편하게 출마할 수 있는 길을 터 주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정 회장의 '3선 옹호론'을 아주 적극적으로 펼치는 세무사들도 있었습니다.
부정적 기류와 긍정적 기류 분명히 둘 다 상존했습니다. 어느 쪽이 더 많았다는 이야기는 하지 않겠습니다.
물론 정 회장이 출마를 한다면 "목숨을 걸고 반대할 것이다"라는 등 '절대 안된다'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세무사들의 톤(음성)이 더 크게 들렸습니다. 그러나 그 톤에는 다소 감정적인 부분도 엿보였습니다.
정구정 현 회장은 세무사회장 선거에만 무려 6번이나 출마한 경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세무사업계의 선거판에서는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선수'이자 '호랑이'입니다. 그런 점에서 지금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는 회원들로서는 정 회장이 출마하지 않는다면 '호랑이 없는 굴에 여우가 행세한다'는 말처럼 자신이 가장 근사한 후보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 것이고, 무조건 정 회장의 출마를 막는 것이 급선무 일 것입니다. 당연히 목숨을 걸고 막아야 할 일일 것입니다.
사실 회칙에 맞서 세 번째 도전하겠다는 것은 정말 '개콘'에 나올 만한 웃기는 이야기 일 수 있습니다. 아무리 '영웅'으로 불리기도 하지만 회칙개정을 포함한 출마가 가능한 법적 장치를 마련하지 않고 막무가내식 도전장을 내민다면, 한순간 영웅에서 범부(凡夫)로 그리고 '속물'로 곤두박질 칠 것입니다. 그리고 그의 치적도 한순간에 깡그리 뭉개질 수도 있습니다.
기자에게 전화를 해와 절대 안된다라는 입장을 전하며, 3선을 반대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부터 몇가지 사례를 전하겠습니다.
가장 먼저 전화를 한 회원의 말입니다. "이게 사실이냐? 3선을 선언하는 순간 그는 영웅에서 나락(奈落)으로 떨어질 것이다. 세무사를 누구보다 사랑하는 정 회장이 그런 판단을 할 리가 없다. 3선 이야기 자체가 그를 욕보이는 것이다. 어떤 사람들이 이런 말도 안되는 이야기를 하고 다니느냐"며 쩌렁쩌렁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또 다른 회원은 "나도 그런 이야기를 얼핏 들었습니다. 두건장이가 숲속에서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외친 것처럼 정 회장이 생각할 수 있는 시나리오를 모두 발가벗겨 버렸군요. 이렇게 홀라당 자신의 생각을 들킨 마당에 3선을 생각하기란 쉽지 않을 것 같네요"라고 담담하게 말했습니다.
이어 다른 회원은 현실적인 우려를 직시했습니다. "만일 정 회장이 3선 출마를 강행한다면 법정싸움으로 비화될 것"이라며 큰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그는 이어 "유권해석이든 회칙개정이든 어떤 방법으로 정 회장이 출마를 강행한다면 전임 조용근 회장도 출마가 가능하겠네요?"라며 정 회장이 출마를 밀어붙일 경우 야기될 또 다른 파장을 걱정했습니다.
3선과 관련 정말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관심을 나타냈습니다. 그만큼 세무사업계로서는 예민하고 또 중요한 일이라는 점 때문일 것입니다.
회원들이 궁금해 한 부분 한가지 더 이야기 하겠습니다.
이 회원은 더 현실적으로 분석했습니다. "지난번 자신(정 회장)이 위원장을 맡고 있던 자리(업무침해감시위원장)에 측근을 임명했더라구요. 저는 그 인사를 보면서 아마 정 회장이 자신의 생각(3선이야기)이 들통나자 측근을 차기주자로 염두에 두고 단행한 인사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아마 '3선기사'가 나간 이후지요?" 정 회장이 자신의 생각이 모두 읽히자 사실상 3선 도전을 접고, 자신의 측근을 중요직책에 임명한 것이라는 분석이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그 기사로 사실상 정 회장의 3선 출마를 막았다고까지 했습니다. 칭찬한 말로 들렸습니다. 기자도 결과가 그렇게 아름다웠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참 순진하구나!' 라는 생각도 갖게되었습니다.
정 회장이 3선에 도전을 해야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았기 때문입니다. 어떤 것일까요?
"지금 세무사업계는 국세청 고위직 출신이 온다고 해서 쉽게 해결될 일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리고 지금 출마를 저울질하는 일부 예비후보들이 정 회장과 비교가 됩니까? 자신의 영달과 명예욕 외에 진정으로 세무사업계의 발전을 위해 회장직을 갈구하는 사람이 있느냐는 것입니다."-A세무사
"중임제한규정을 폐지하기 위한 자발적 모임을 하나 만들고 싶은 심정입니다. 중임제한 규정을 폐지한다고 회원들이 입는 피해는 없습니다. 정 회장이 출마를 한다고 해도 반대하는 분들은 표를 주지 않으면 그뿐 아니겠습니까?"-B세무사
"그동안 정 회장이 이루어낸 일은 차치하더라도 지금 세무업계의 가장 큰 과제는 세무사회 소유의 프로그램 확보 문제와 소송대리권 쟁취 등 두 가지 입니다. 소송대리권은 세무사들의 자존심을 또 한번 가슴 찡하게 할 숙원중의 숙원입니다. 이 문제를 누가 가장 잘 해결할 수 있을까요." 세무사회의 미래를 위해 정 회장 이외에 대안이 없다는데서 회원들이 그를 지지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C세무사
다음은 D세무사의 의견입니다.
그는 이 문제에 대해 깊이 있게 연구를 한 것처럼 보였습니다. 여러 가지 사실들을 매우 구체적으로 적시했습니다. 그는 그동안 정 회장이 한번 더 해야한다는 이야기 외에 인근 자격사회의 사례를 들었습니다. 가장 가까운 회계사회의 경우 임기2년에 중임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기자가 확인해 본 결과 맞는 주장이었습니다. 회계사회장의 경우 중임 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습니다. 다만 연임은 1차에 한해서만 허용하고 있습니다.
그는 이어 관세사회와 건축사회의 경우 임기2년에 중임 및 연임제한 규정이 없으며, 대한의사회와 대한약사회는 임기3년에 중임 및 연임제한 규정이 없다고 전했습니다. 이 회원은 그러면서 당장 임시총회를 열어 회칙을 개정했으면 한다고까지 말했습니다.
또 한 회원은 지인(세무사)의 이야기라면서 "정 회장이 5년 정도는 더 해 주었으면 한다는 의견을 피력하더라"고 전했습니다.
이 정도면 몇가지 가능성중 '회칙의 유권해석'을 통한 3선도전이 아닌 정면돌파를 하지 않을까하는 생각까지 듭니다. 임시총회를 열어 중임제한 규정을 바꾸는 회칙의 개정시도 말입니다.
정 회장의 3선이야기에 "말도 안된다"며 분기탱천하는 회원들의 경우 이렇게 찬성하는 회원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정말 '억장'이 무너질 일입니다. 그런데 이것이 현재 세무사업계가 처한 엄연한 현실입니다.
현실이 어떠하던 결국 정작 중요한 것은 정 회장의 마음일 것입니다. 정말 출마할까요?
얼마전 기자가 직접 만나 물어보았습니다. 정 회장은 '출마하지 않을 것이다'라는 말은 절대하지 않았습니다. 당연히 레임덕 방지를 위해서라도 벌써부터 그런 말을 하고 싶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출마하지 않을 것이라는 쪽이 더 가깝지 않을까 라고 생각해 봤습니다. 왜냐하면 그는 세무사회를 정말 아끼고 있다는 믿음 때문입니다.
다만 불길한 단서는 있습니다. 그는 현재 그가 3선에 도전한다면 무조건 당선될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는 듯 합니다. 그렇다면 그가 3선도전의 생각을 접을 수 있는 것은 그가 아름답게 퇴임할 수 있도록 멋진 퇴임식을 만들어 줄 때 일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 세무사업계에서는 '영웅의 퇴임식'을 준비하는 이가 아무도 보이지 않는 것이 불안합니다.
아름다운 퇴임을 위한 배려보다는 '나오지 말아야 한다. 한번 더 해야한다'라는 두 가지 흑백논리만 목도됩니다. 모두들 자기의 앞길 만 쳐다보고 달리고 있는 것입니다. 어떤 회원은 역설적으로 업계의 이런 점이 정 회장의 출마를 자극하는 요인이 되는 것 같다고도 했습니다.
실제로 최근들어 업계에서는 '정 회장이 유권해석이던, 회칙개정이던 여하한 방법으로 3선에 도전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세무사업계는 이미 두 명의 전직 회장의 3선도전이 있었습니다. 한 명은 당선에 성공을 했고, 한 명은 낙선했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회칙개정을 위한 임시총회 소집 공문이 사무실로 날아들지도 모르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