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오연 前회장 3선(選)도전 어떻게 가능했나?
회칙개정 시도 '불발'…회장 입후보등록 '가처분'…낙선(落選)
임영득 전 회장의 3선도전과 함께 한국세무사회 역사를 또 한번 소용돌이 치게했던 사건은 나오연 전 회장의 3선도전기다.
나오연 전 회장은 1989년 4월부터 1993년 3월까지 16대 17대회장을 연거푸 지냈다. 현직 국회의원 신분이었다. 회원들에게 힘있는 회장으로 각인되면서 3선에 도전하고 싶어졌던 것이다.
나오연 전 회장은 유권해석을 통한 우회로가 아닌 회칙개정이라는 정면돌파를 시도했다. 그러나 회원들로부터 선택을 받지 못했고 3선도전의 꿈도 실현시키지 못했다.
세무사업계에 따르면 당시 나 전 회장은 1993년 2월 임시이사회를 열어 회장중임을 제한하는 회칙을 폐지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통과시킨 데 이어 3월 4일 임시총회를 열어 회원들의 찬반을 묻는 투표를 진행했다.
당시 나 전 회장은 집권여당인 민자당 의원으로서 세무사회 감독기관인 재무부와 국세청 등을 관할하는 국회 재무위원회 소속이었다. 세무사회의 이익을 대변해 줄 적임자라는 여론이 형성되었다. 그럼에도 중임제한 규정에 묶여 더 이상 출마를 할 수 없다는 것은 업계의 이익에 반하는 것이라는 의견이 퍼지기 시작했다.
이런 여론에 힘입어 나 전 회장측은 3선출마가 가능한 쪽으로 회칙 개정을 시도했다. 또 당시에는 이웃 일본의 경우에도 중임제한 규정이 없었다는 점에서 회칙 개정을 추진했던 측에서는 상당히 자신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찬성하는 회원들보다 반대하는 회원들이 더 많았다. 민주화 시대에 역행하는 시대착오적 발상이라며 반발하는 기류가 강하게 형성되었고, 조직의 내부규정을 특정인의 편의를 위해 개정하려는 것은 유신시대의 발상이라는 등 회원들의 반대목소리가 더 설득력있게 퍼져나갔다.
결국 회칙 개정안은 부결되었고, 나 전회장의 3선도전 계획도 물거품처럼 사라졌다.
더욱이 이듬해 선거에서 나 전 회장이 힘을 보탠 것으로 알려졌던 후보마저 낙선하면서 새로 당선된 방효선 전 회장(18대)측에서 상임이사회를 열어 당시 회칙 23조 5항(현재는 23조 6항)에 대한 기존의 유권해석(임영득 회장시절의 유권해석)을 취소하고, 새로운 유권해석을 선포하면서 나 전 회장의 3선도전은 더욱 어려움을 겪게된다.
당시 방 회장측이 새로 선포한 유권해석은 "(회칙 23조 5항의)중임규정은 두 번만 재임하는 것으로써 계속해서 재임하던지(연임), 1차 재임후 간격을 두고 재임하던지 한 사람이 일평생 두 번만 재임하는 규정이다"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여기서 물러날 나 전 회장이 아니었다.
절치부심(切齒腐心)해오던 나 전 회장측은 1995년 3월경 "방모 회장을 비롯한 현 집행부는 나 의원이 입후보할 경우 자신들의 재선이 가망 없음을 알게 되자 입후보 자체를 봉쇄하려고 자의적으로 기존의 유권해석을 바꾼 것으로, 이는 대법원에서 판결한 것에 위배된다"며 '나 전 회장 후보자 피선거권 및 입후보등록가처분신청'을 서울민사지방법원에 제출하게 된다.
당시 나 의원측이 제시한 대법원 판결에 위배된다는 것은 임영득 전 회장에 대한 당선무효소송에 대한 판결(1988년)로 '회장은 1차에 한하여 중임할 수 있다'라는 뜻은 '회장의 계속 재임은 1차에 한 한다는 것으로 해석함이 상당하고, 간격을 두고 재임하는 경우까지를 포함하여 평생에 2번 이상은 재임할 수 없다는 것은 아니라고 봄이 상당하다' 라고 판결한 것이었다.
이같은 나 의원측의 가처분 신청에 대해 서울민사지방법원은 '회장은 1차에 한하여 중임할 수 있다'라는 것은 '회장직을 연속하여 맡는 것을 1차에 한하도록 제한하는 것'이라는 나 의원측의 주장을 받아 들여 세무사회는 나 의원의 회장입후보등록을 받아주어야 한다고 판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나 전 회장은 이처럼 어렵사리 3선의 출사표를 던졌으나 안타깝게도 4월 28일 상대후보인 신상식 전 회장의 벽에 부딪혀 뜻을 이루지는 못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