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청이 관세를 과다 환급받았다는 이유로 국내 대형 정유사들에 대한 대대적인 기획심사에 들어가면서 업계에 무거운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29일 관세청 서울본부세관에 따르면 관세청은 지난해부터 GS칼텍스, SK에너지, 현대오일뱅크 등 대형 정유사들의 관세 과다 환급 여부에 대한 현장 조사에 들어갔다.
서울세관에 따르면 이들 정유사들은 원유를 수입해 가공한 뒤, 이를 수출할 때 관세 환급을 더 받기 위해 자신에게 유리한 수입신고필증을 임의대로 제출한 혐의가 포착됐다.
정유사들은 원재료를 수입할 때 수입신고필증을 받는데 여기에는 수입 당시 관세를 몇 %냈는지가 기재돼 있다. 현행법상 원재료를 가공해 수출할 때 이 수입신고필증을 2년 내에 제출하면 수입 당시 냈던 관세를 환급받을 수 있다.
문제는 급변하는 무역환경 속에서 관세가 바뀐다는 점. FTA 체결로 원산지에 따라 관세가 다르게 적용되지만 수입신고필증을 제출하는 기간이 2년이나 돼 자신에게 유리한 수입신고필증으로 제출하는 것이 그동안 업계의 관행이었다.
예를 들어 원유를 수입해 석유를 생산하는 A업체가 2년 전에는 관세 10%를 내고 50ℓ의 원유를 수입했고, 지금은 해당 국가와의 FTA 체결로 관세가 철폐돼 관세율 0%를 적용받은 원유 50ℓ를 수입했다고 가정하자.
만약 A업체가 100ℓ 전부를 수출한다면 문제가 되지 않지만, 이 중 50ℓ만 수출한다면 A업체는 5%의 관세만 돌려받아야 하지만 관세를 많이 환급받을 수 있는 높은 세율의 수입신고필증을 제출해 10%의 관세를 돌려받는다는 것.
이렇게 관세청이 지난해 돌려준 관세 환급액은 5조1469억원이었으며 이 중 절반 정도가 정유사의 몫이었다.
이런 정유 업계의 관행을 뿌리뽑고자 관세청은 지난 3월 '지하경제 양성화 추진단'을 발족한 후, 그 첫 행보로 관세 누수를 막기 위해 수입신고필증 기간을 현행 2년에서 3~4개월로 단축하겠다고 밝혔었다.
이것이 곧 '정유사'를 타깃으로 한 것이었다는 점에서 정유업계는 긴장감을 감추지 못했었다.
서울세관 관계자는 "현재 조사가 진행되고 혐의점을 찾은 것도 맞다. 다만 얼마를 추징할지는 아직까지 전혀 알 수가 없다"며 "3개월 정도 지나면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