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경영硏 "민간소비 부진 심화될 것"
저성장의 국면이 장기화됨에 따라 민간소비의 부진은 상당기간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우울한 보고서'가 나왔다.
하나금융그룹(회장 김정태) 소속 하나금융경영연구소(소장 배현기)는 9일 '장기 저성장 대응 시리즈' 세 번째로 '민간소비 부진 개선 가능한가?'라는 보고서를 내놨다.
연구소는 우선 가계의 원리금 부담 누적과 금리상승 가능성으로 인해 소비부진이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했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디레버리징이 진행된 주요국들과 달리 가계부채 증가세가 지속되며, 2012년 가계금융부채 규모가 1099조원에 달하고 가처분소득 대비 비율도 155%를 기록하는 등 가계부채가 소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임계점을 이미 상회하고 있다는 것이 연구소 측의 진단.
주택시장 부진 등으로 향후 가계의 디레버리징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고, 미국의 출구전략 시행 등에 따른 금리상승 가능성은 변동금리 대출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국내 가계의 원리금 상환 부담을 증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해 소비부진 현상을 심화시킬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처럼 장기 저성장의 짙은 그늘에서 급속한 고령화의 진행은 소비성향의 하락을 가속화 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연구소는 고령화와 공적연금의 미흡 등 구조적인 요인도 소비부진을 가속화시킬 것으로 내다봤다.
연구소에 따르면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며 가구주 연령이 50~60대인 가구의 평균소비성향이 2000년 80%대에서 2012년 70%내외로 급감했다.
이에 대해 김완중 연구위원은 "자녀교육비 부담 등으로 노후대책 마련이 충분하지 못한 가운데 노후를 자녀에 의존하기 어렵고 공적연금의 보장 규모가 크지 않다는 점에서 고령층의 소비가 제약을 받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우울한 경제 시나리오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장기 저성장으로 인한 일자리 창출 부진과 영세자영업자 증가 등 소비 부진 요인들이 곳곳에 산적해 있다는 것이 연구소 측의 우려다.
특히 연구소 측은 베이비부머들의 은퇴 이후 차입자금을 통한 자영업 진출 확대가 경기부진 지속과 맞물려 영세화를 심화시키면서 소비 부진이 가속화되는 상황은 가계부채 구조의 취약성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 연구위원은 "침체된 민간소비가 단기간 내 활성화되기 어렵다"며 "민간소비 개선을 위해 가계부채 구조 개선 및 주택시장 연착륙 유도, 역모기지 활성화 등을 통해 가계 재무건전성을 제고시킴으로써 소비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완화시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