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와 저금리의 파고 속에 그 어느 해보다 금융계는 파란 많은 시기를 보냈습니다.
덕분인지 금융권에서는 업권을 가릴 것 없이 송년회 분위기는 예년과 다르게 가라앉아 있다는 평이 많습니다.
지난주에는 금융감독원, 한국은행, 금융위원회 등의 송년모임이 몰려 있었습니다.
이날 금융수장 3인은 제각각 의미를 담아 건배사를 제창했는데 지나온 시간에 대한 회한과 다가올 미래에 대한 다짐이 교차하는 내용이 주를 이뤘습니다.
우선 올해 3월 취임한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의 건배사는 '당신 멋져'였습니다.
건배사의 의미는 '당'당하고 '신'사답고 '멋'지게 '져'주자는 것.
하지만 최 원장이 이 건배사에는 개인적인 추억이 담겨 있었다고 합니다.
최 원장은 "5~6년 전 인생에서 가장 어려웠던 시기에 친구가 가르쳐 준 건배사를 잊지 못한다"며 건배사에 얽힌 사연을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최 원장은 지난 2008년 금융위원회 기획조정관과 한나라당 정책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을 지내다가 잠시 슬럼프를 겪었고, 지난 2009년 12월 제11대 금융정보분석원장과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을 거쳐 올해 3월 제9대 금융감독원장으로 화려하게 부활한 바 있습니다.
이 같은 인고의 과정이 있어서 그랬는지 최 원장은 부임 직후 현장을 돌며 의욕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데, 내년에도 진일보한 금융당국의 진면목을 유감없이 보여주겠다는 의욕을 다지고 있습니다.
19일 한국은행에서 진행된 출입기자단 송년 모임에서 김중수 총재는 '이 모든 것을 위하여'라는 의미 심장한 건배사로 주목을 받았습니다.
내년 3월까지 잔여임기를 남겨 두고 있는 김 총재는 이날 5분여 동안 짧게 모두 발언을 하겠다고 했지만 결국 16분여 동안 지나온 시간을 회고했습니다.
특히 인상 깊은 7가지 추억을 상기시켜 눈길을 끌었는데요. 첫번째로 꼽은 것은 대한민국 사람으로서는 처음으로 뉴욕클럽(Economic club of New York)으로부터 초청을 받아 '글로벌 성장과 금융안정: 한국의 관점'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펼친 것이었습니다.
뉴욕클럽은 1907년에 창립된 비영리 단체로 이곳에서의 강연은 주요국의 중앙은행 총재와 전·현직 재무부 장관 등 국제경제계에서 최고수준의 위상을 갖고 있는 이들에게만 기회가 주어져 왔습니다.
그만큼 한국 금융의 위상이 세계적으로 높아졌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었던 겁니다.
또 김 총재는 G30회의 참석, 한국은행 총재로서 처음으로 기록된 2013년 경제공동학술대회 기조발표와 4월 IMF 거시건전성 정책 발표, 발상의 전환을 이뤘던 한은 건물에서의 송년음악회,지역경제보고서(골든북 발간), 한은 사상 첫 여성 임원 탄생 등을 7가지 추억에 포함시켰습니다.
이어 김 총재는 '이 모든 것을 위하여'를 선창하며, 한은에서 진행했던 업적들에 대한 진한 회한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20일 저녁에 있었던 송년 모임에서 '금융 강국'이라는 건배사를 제안했습니다.
건배사에 앞서 신 위원장은 이날 박근혜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으로 이뤄진 금융인들과의 간담회를 화제로 꺼냈습니다.
신 위원장은 "오늘 자리에서 박 대통령께서 신 위원장이 금융강국을 좀 만들어 달라고 말씀하셔서 마음이 무겁지만 아무래도 제가 일은 조금더 할 것 같다"고 말해 좌중에 웃음을 전했습니다.
신 위원장은 올 한해를 정책의 밑그림을 만든 시기로 규정했습니다. 내년에는 이를 토대로 금융회사들과 함께 새로 길을 개척해 나가겠다는 것이 그의 포부였습니다.
그는 "얼마 전 맹호부대를 방문하게 됐는데 이 부대가 세계 10대 부대라고 하더라"며 "이에 사단장과 부대원들에게 여러분들은 나라를 지키고 금융은 국민의 재산을 지키는 것과 똑같다고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그만큼 금융이 나라를 지키는 국방에 못지 않게 중요하다는 점을 재차 강조하고 싶었던 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