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12일 치러지는 제11대 서울지방세무사회장 선거가 초반부터 혼탁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표심의 유동을 좌우해야 할 후보(기호1번 임채룡·기호2번 김상철)들의 공약이 채 공개되기도 전에 '분열'이라는 단어가 떠오르며 네거티브 선거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지난 19일 임채룡 후보의 러닝메이트 부회장 후보로 나선 김완일 세무사가 밝힌 출마의 변이 '시발점'이 됐다. 평소 신사 이미지를 간직해 오던 김 세무사는 느닷없이(?) 상대 후보에게 비난의 화살을 날리며 향후 선거가 어떤 양상으로 전개될지 가늠해 볼 수 있는 단서를 제공했다.
김 세무사는 "(김상철 후보가)회장으로 있던 지난 2년 동안, 세무사들의 업역확대와 같은 제도개선 활동에 전혀 도움을 주지 않았다"며 "본회와 대립과 분열을 일삼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민주적인 절차에 따라 당당히 당선된 정구정 세무사회장을 끌어내리기 위해 조직적으로 서울회를 장악하려 하고 있다"고 몰아 부쳤다. 강도 높은 그의 도발에 김상철 후보 측도 발끈해 선관위 제소를 운운하며 선거전 초반, 혼탁도를 높이고 있는 양상이다.
과거 크고 작은 세무사회 선거 과정을 되돌아 보면 후보들 사이의 네거티브 경쟁은 어느 정도 존재해 왔다. 아무리 후보자들이 서로 생채기를 내지 않고 공정하게 경쟁하자 약속한다 해도 승패의 간극이 큰 선거의 특성상 그 약속을 온전히 지키기는 어려운 법이다.
네거티브 경쟁이 무조건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는 이야기다. 다만 1~2년 전으로 시간의 폭을 좁히면 세무사회 선거전에 등장한 네거티브의 '동력'은 한 가지였다.
'분열'이다.
지난해 치러진 세무사회장 선거는 그 결정판이었다. 정구정 현 세무사회장이 생각지도 못한 논리를 들고나와 3선에 도전장을 던지면서부터였다.
정 회장의 행보에 순식간에 야권 후보로 위치가 바뀐 여타 후보들은 "세무사회를 반으로 갈라놓는 처사"라며 출마 반대목소리를 높였고, 세무사회 분열의 책임을 지고 심판해야 한다는 논리를 전면에 내세워 정 회장과 맞붙었다.
정 회장이 3선에 성공한 이후 세무사회 '분열론'은 수면 아래로 급격하게 가라앉았다. 하지만 잠재해 있던 분열론은 공익재단 기부금 강제징수 등 정 회장의 비상식적 회무집행이 시도될 때마다 되살아났고 이번 서울세무사회장 선거의 승패를 가르는 핵심 키워드로 떠올랐다.
사실 누가, 어떤 이유에서 분열론을 선거전에 끌어들였는지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1만명 회원들이 모두 똑같은 생각을 가지고 똑같은 이상을 추구하도록 만들 수는 없는 일이다. 찬성이 있으면 반대가 있고, 음지가 있으면 양지가 있는 것이 세상의 이치이기 때문이다.
국가도 마찬가지지만 어느 집단의 리더라면 자신의 뜻을 지지하는 축은 물론이고 반대편에 서 있는 이들 또한 포용하려는 '아량'을 베풀어야 한다. 실패하더라도 그들을 끌어안으려는 진솔된 모습을 보여야 한다.
하지만 정구정 현 세무사회장이 3선을 전후해 보여준 행보는 이와 거리감이 존재하고 있다.
멀쩡한 세무사회 임원들을 자신의 뜻과 반대된다는 이유로 숙청했고 회무에 부정적인 의견을 세무사회 인터넷 게시판에 게재한 회원들을 단합에 방해된다며 축출했다. 세무사회 분열의 단초(3선 도전)를 제공한 것도 모잘라 반대파들이 더욱 '독기'를 품도록 만들었다.
당선 직후 큰절을 넙죽 올리며 화합과 통합을 이끌지 못하고 갈등과 분열을 일으킨 데 대한 용서를 구하던 모습은 당선 이후 정 회장의 행보에 투영되지 않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무사 업계 분열의 책임은 따로 있다는 것이다.
일부 지방회장이 본회의 뜻과 반대되는 행보를 걸었다 하더라도 이것만 가지고 '분열' 운운하는 것은 좁은 시각이며 앞뒤가 맞지 않는 처사다.
세무사회는 공무원 조직이 아니다. 본회는 지방회가 사용할 예산배분권을 쥐고 있을 뿐이다. 지방회도 자체적인 특성과 상황에 맞게 정책을 펴야 하는 것이 맞다.
지난 십 수년 동안 지방회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들이 내놓은 대표적 공약 중 하나가 '지방회 독립'이었다. 본회의 뜻에 맞게 움직이도록 할 요량이라면 지방회장을 선거로 선출하지 말고 본회장이 직접 임명하도록 회칙을 개정하면 되는 일이다.
정치의 영역을 떠나 현실로 눈을 돌려보자. 회무에 관심을 가진 일부를 제외하고 흔히 '밑바닥 표심'이라 불리는 일반 세무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당장의 문제는 '주머니 사정'이 나아질지 여부다.
이들에게 분열이든 단합이든 큰 관심이 없다.
회원들이 바라는 부분을 직시하고 실현 가능성 높은 좋은 공약을 내놓아 이들의 선택을 유도, 선거 승리를 도모해도 모자를 판에 분열이라는 정치적 수사에 기대 선거전을 유리하게 이끌어 나가려 한다면 그 후보는 리더의 자격이 없다.
리더가 된다해도 '니편 내편'을 갈라 유리한 쪽만 취하려들 것이기 때문이다.
표심을 잡기 위해 필요한 것은 웃는 얼굴과 뜨거운 악수가 아니다.
힘든 현실과 싸우며 변화를 바라는 회원들의 요구를 귀담아 듣고 공약과 이를 실현할 현실적 대책을 고민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먼 과거와 가까운 과거에도 없었던 '정책선거'라는 새로운 세무사회 선거전의 트렌드를 만드는데 두 후보가 남은 시간을 할애해 주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