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리더십 크게 흔들려…당 전대 앞두고 권력투쟁
반역사적, 반민족적 망언으로 파문을 일으켰던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가 24일 끝내 사퇴했다.
지난 10일 지명된 후 14일 만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단행된 개각에서 안대희 전 총리 후보자 낙마에 이어 두 번째 낙마사태가 빚어지면서 박근혜 정부의 향후 국정장악력이 크게 흔들릴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정부 첫 총리로 내정됐다 낙마한 김용준 전 후보자를 포함, 1년 4개월 만에 총리 후보자가 세 명이나 사퇴하는 진기록을 세우게 됐다.
세 명의 총리 후보자 낙마와 주요 장관들의 결함 등 박근혜 대통령의 인사 리더십은 지난 1년 4개월 내내 논란이었다. 현재 '차떼기 전달책' 역할을 한 이병기 국정원장 후보자와 제자 논문 가로채기 의혹과 역사 편향을 드러낸 김명수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 등도 논란 대상이다.
투명한 인사 시스템이 아닌 비선라인과 수첩인사로 대변되는 박 대통령의 인사가 총체적 문제를 드러낸 만큼 리더십에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특히 인사위원장인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의 책임론은 불가피하다. 야권은 당장 김 실장의 경질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에 박근혜 대통령의 조기레임덕이 가시화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앞서 문 후보자의 망언이 보도되면서 정치권 안팎에서는 박 대통령의 레임덕을 우려했다.
특히, 여당인 새누리당 내에서부터 문 후보자의 자진사퇴를 주장하고 김 실장을 비판하고 나선 것은 레임덕 초기 증상으로 바라보고 있다. 무엇보다 친박 맏형 격인 서청원 의원과 당권 경쟁자들이 나서 문 후보자의 자진사퇴를 거듭 압박해 온 것은 이대로 가다간 '당도 죽는다'는 위기 의식이 발동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실제 문 후보자 지명 후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일주일새 10%포인트가 급락해 세월호 참사 때보다 떨어져 40% 붕괴를 눈앞에 두고 있다. 새누리당 역시 40%대 지지율에서 30%대로 뚝 떨어져 새정치민주연합과 오차범위 내로 좁혀졌다.
김대중 대통령 비서실장 등 국민의 정부 핵심 인사였던 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 의원은 당권 경쟁자들의 사퇴 압박 발언과 19대 국회 후반기 국회의장에 친박 황우여 의원이 아닌 친이계인 정의화 의원이 된 것을 강조하며 "레임덕은 야당에서 오지 않는다. 당 내부, 측근에서 온다"고 지적한 바 있다.
실제 당 내부 관계자는 문 후보자의 자진사퇴 목소리가 높아지는 것에 대해 "지지율이 문 후보자 지명 후 급락하지 않았나. 이런 적은 최근 들어 처음일 것"이라며 "무엇보다 우리가 떨어진 지지율을 야당이 그대로 가져가지 않았나. 그게 아마 당 내부에서는 위기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조기 레임덕이라는 지적에 대해 말을 아끼면서도 "대통령 권력이 최고인 현 상황에서 국정장악력을 잃은 것은 맞지 않나 싶다"며 "앞으로가 문제다. 이런 식으로 인사가 반복되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여당 내에서도 '수첩인사'가 아닌 투명한 인사시스템의 구축을 주문하고 있다. 이날 박대출 대변인은 청와대를 향해 "인사시스템을 조속히 재정비해서 더 이상의 공직 후보자 낙마를 막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14일 동안 국민적 분노를 자초한 박 대통령의 인사 참사에 대해 당장 당 내부에서 책임을 묻는 등 권력다툼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차기 당 대표를 뽑는 7.14 전당대회를 앞두고 여론조사 조작 의혹 등으로 당권 경쟁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다. 친박 주류인 서청원 의원과 비주류인 김무성 의원 간의 싸움으로 전개되는 이번 전대 결과는 앞으로 박근혜 정부의 국정운영에도 절대적 영향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