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 4사 최근 3년 분기 영업실적
*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S_OIL, 현대오일뱅크 합계 자료 : 각사 사업보고서
매출감소 불구 원유가·환율 덕에 이익…원유가 하락땐 또 위기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S-OIL, 현대오일뱅크 등 정유4사가 상반기에 영업이익 3조4642억원의 실적을 올려 역대 최고수준의 이익을 올리고도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익이 이처럼 크게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매출은 55조 5000억원 선으로 전년도보다 34%나 줄어 유래없는 감소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정유4사의 매출이 급격히 감소하면서도 대규모 이익이 발생한 것이 외부요인에 의한 것이어서 경영전망을 불투명하게 만들고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들은 상반기중 국제유가와 환율이 정유사의 손익구조를 개선시킬 수 있는 절묘한 조합을 이뤄 대규모 이익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하고 있다.
정유사들은 원유를 주문한 뒤 원유를 들여와 정유작업을 거쳐 제품으로 판매할 때까지 3~5개월이 걸린다. 이때 국제유가가 오르면 싸게 사들인 원유를 가공해 비싸게 팔 수 있어 이익이 많이 남는다.
더구나 그 사이 환율까지 오르면 판매단가가 올라가는 효과를 거둬 금상첨화다.
지난 1월 두바이유 가격은 배럴 당 49.5달러였는데 6개월 동안 꾸준히 올라 6월말에는 63.7달러로 30.7%가 올랐다. 환율은 1094원에서 1116원으로 오름폭은 크지 않지만 꾸준히 상승세를 탔다.
최근 1년 유가 및 환율 추이
자료 : 조세일보 DB
결국 지난 상반기 이익은 정유회사가 조절할 수 없는 외부요인에 의해 급증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것이 정유사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그 반대 사이클에 걸려들 수 있기 때문이다.
정유사들을 더욱 불안하게 만드는 것은 차이나 리스크로 국제경제가 쇼크를 먹으며 일시적으로 올랐던 유가가 다시 하락국면으로 꺽였기 때문이다. 유가는 6월을 지나자마자 하락해 8월 현재 47달러로 작년보다 더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고 국제시장에서는 20달러까지 하락할 것이라는 설이 나돌고 있다.
■ 매출 25~40% 감소 vs 영업이익 2~120배 증가
정유사별 매출 현황 (조원)
자료 : 각사 반기보고서
상반기 회사별 실적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매출면에서는 4개사가 모두 25~40% 감소된 모습을 보였다.
매출감소가 가장 적었던 회사는 SK이노베이션으로 작년 상반기보다 24.9% 감소했고 GS칼텍스는 32.5%, S-OIL은 36.6% 감소했다.
가장 매출 감소폭이 큰 회사는 현대오일뱅크로 40.4%나 감소해 거의 작년의 절반 가까이 떨어졌다.
일반 제조업이었으면 사실상 문을 닫아야할 판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이다. 업계에서는 현대오일뱅크의 경우 다른 정유사에 비해 사업다각화 비중이 작아 경기침체 영향을 더 많이 받았다는 분석이다.
정유사별 영업이익 현황 (억원)
자료 : 각사 반기보고서
이러한 매출 감소에도 불구하고 이익은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였다.
1조원이 넘는 이익을 낸 SK이노베이션은 작년 상반기 대비 7.1배 커졌고, GS칼텍스는 94배의 이익 증가세를 보였다.
작년 상반기 적자를 냈던 S-OIL은 흑자로 전환하며 120배에 달하는 이익증가세를 보였다.
작년 상반기에 상대적으로 좋은 실적을 보였던 현대오일뱅크는 작년 영업이익의 2.3배 수준의 영업이익을 실현했다.
■ 정유사 "작년 손실 메꾸고 하반기 대비엔 여전히 부족"
정유사들은 올 상반기에 이런 막대한 영업이익을 거뒀지만 환호하는 분위기가 아니다. 물론 작년말 수천억원의 손실을 겪다 이번 상반기에 수천억원의 이익을 내 가슴은 쓸어 내리고 있지만 당장 하락하고 있는 저유가 국면에 대한 대비하는게 급선무이다.
정유사 관계자는 "이번에 커다란 이익을 냈지만 작년에 발생한 손실을 보전하고 무엇보다 다시 하락하는 유가에 따른 손실에 대비하려면 상반기 이익으로는 안심할 수 없다"며 "상반기 이익이 예상보다 커 올해는 적자로 마무리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업계 관계자도 "작년에 큰 고초를 겪으면서 정유사들은 올 상반기에 이익이 나는 중에도 구조조정, 경영효율화에 애썼다"며 "세계 석유시장이 수요감소와 공급과잉으로 몸살을 앓고 있지만 작년과 같은 충격은 없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