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일부 회계사 비리…업계 전체 매도 곤란" 반발
금감원 "업계의 자정노력으로 이해…법령에 따라 감독"
한국공인회계사회와 삼일 · 삼정 · 안진 · 한영 등 대형 회계법인이 주축으로 회계법인 소속 모든 임직원 주식거래 전면제한이라는 초법적인 규제방안을 내놓자 회계업계가 대혼란에 빠졌다.
이같은 규제방안은 금융감독원 관계자가 참석한 회의에서 논의됨에 따라 금융당국의 공식적인 방침으로 부풀려 알려지면서 일부 중소 · 중견회계법인들과 청년공인회계사회 등이 반발하게 만들었다.
더구나 이 방안은 금융감독원이 1월까지 모든 회계법인 소속 회계사들의 주식보유 현황을 전수조사를 통해 취합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상황이어서 회계업계를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해 대형회계법인 소속 회계사 30여명이 담당 감사기업의 미공개정보를 활용해 부당이득을 챙겨오다 적발됨에 따라 전수조사에 착수했다.
공인회계사법에 따르면 사원(매니저) 직급 이상의 회계사는 해당 회계법인이 감사한 모든 기업의 주식을 사고 팔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다. 일반 직급의 회계사는 본인이 감사한 기업에 한해 주식거래를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회계사가 아닌 일반 임직원의 경우 주식거래와 관련한 제한이 없다.
이로 인해 회계업계가 회계법인 소속 모든 임직원에게 해당 회계법인이 감사한 모든 기업에 대해 주식거래를 전면제한 하는 것은 초법적인 조치이며 국제기준에도 어긋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 중소 · 중견회계법인의 경우 금감원의 전수조사에 응하지 않겠다며 강하게 반발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중견회계법인 관계자는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주식거래는 일부 회계사에 국한된 사건인데 회계업계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주식거래를 전면제한하는 것은 업계 전체를 매도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사고는 대형회계법인이 치고 중소 · 중견회계법인까지 덤터기를 쓰게 됐다는 것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이와 관련 "금융당국이 법령의 근거도 없이 회계감사를 실시한 기업에 대해 회계법인 소속 모든 임직원의 주식거래를 전면제한 한다는 것은 다소 부풀려진 감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형회계법인 회계사들이 미공개정보를 이용한 주식거래를 한 사실이 적발된 이후 금융당국 주재로 회계업계를 초청해 대응을 논의한바 있다"며 "그 자리에서 회계업계가 마련해 온 자체 방안을 함께 검토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회계업계가 마련해온 자체 방안에 회계법인 소속 모든 임직원의 주식거래를 제한 하는 안이 담겨 있었다"며 "회계업계의 자정적 노력을 마다할 이유가 없었기에 뜻을 같이 하기로 한 것 뿐"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회계업계의 자율규제 차원에서 논의된 것이라는 설명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당국은 여태 그래왔듯 법령에 확실히 근거해 회계사들의 일부 주식거래만을 제한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공인회계사회는 지난달 10일 삼일 · 삼정 · 안진 · 한영 등 국내 대형회계법인에 소속된 모든 임직원의 주식거래를 해당 회계법인이 감사한 모든 기업에 대해 전면제한하는 내부지침을 마련할 것을 촉구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이들 대형회계법인은 올해부터 단순 사무직을 제외한 소속된 모든 임직원의 주식거래를 전면적으로 금지할 방침이다.
한국공인회계사회 관계자는 "이같은 조치는 금융당국 주도 하에 이뤄진 것이 아니라 회계업계 자정 노력의 일환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업계 일부 종사자들의 불만이 제기될 순 있지만 실추된 업계의 위상을 되살리기 위해 필요한 조치"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강도 높은 회계업계 자정적 노력과 더불어 회계사 주식보유 현황 전수조사 등 이례적 일들로 인해 업계 분위기가 뒤숭숭하다"며 "이를 이겨내고 업계에 공정하고도 올바른 주식거래 문화가 정착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금감원은 회계법인에 대한 전수조사 결과가 취합되는 즉시 각 회계법인 별로 신고가 제대로 이뤄졌는지에 대해 강도 높은 검사에 착수할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