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3일 국세청은 개청 50년을 맞이했다. 1966년 3월 3일 정부는 종래 재무부 사세국(司稅局)에서 담당하여 오던 내국세 업무를 국세청으로 독립시켜 전문화된 조직으로 탈바꿈하였다.
사세국이라는 명칭은 구 한말 갑오개혁 때인 1885년 4월 1일 칙령 제54호 탁지부 관제에서 처음 등장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국세청의 발족은 5.16 군사혁명 이후 제3 공화국의 경제개발계획에 따른 재정수요를 원활하게 충당할 목적도 컸다.
출범 첫 해 국세청은 700억원을 징수하여 1965년 세수액 대비 66% 증가라는 괄목할만한 실적을 이뤄냈다. 2015년 국세수입은 200조원을 돌파하였다. 지난 50년새 국세수입은 어림잡아 3000배 가까이 늘었다. 2014년 12월 국세청은 수송동 시대를 마감하고 세종청사로 이전하여 새로운 도약을 꿈꾸고 있다.
국세청 50년의 역사는 우리나라가 한국전쟁의 참화 속의 빈곤을 딛고 세계 경제강국으로 도약한 근대화의 발자취 그대로이다. 1968년 종합소득세가 시행되었고 1976년 12월 아시아 국가 중 최초로 부가가치세제가 도입되었다. 부가가치세는 도입 당시 모험이라고 여겨졌지만 이제 국세수입의 3분의1을 차지하는 중요한 세목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국세청은 1983년 8월 명성그룹 세무사찰 결과를 발표한다. 그 결과 명성그룹은 해체의 수순을 밟게 되었다. 그 후 1994년 3월 5개 주요 언론사에 대한 세무조사 발표는 국세청을 권력기관으로 인식하는 계기가 되기도 하였다. 국세청은 그 외에도 지하경제의 양성화, 부동산 투기 억제, 물가안정 유지 등 시대적 상황에서 요구된 가욋일도 앞장서서 경제경찰의 역할도 해냈다.
이러한 국세청의 현실적인 힘은 표적 세무조사, 정치적 세무조사로 불리우는 어두운 그림자도 드리웠다. 정권 교체기마다 인사가 흔들렸고 최고위직이 연이어 영어의 몸이 되는 사례도 경험하였다. 이로 인하여 조세의 중립성, 공정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었다.
제도적으로는 1979년 12월 법인세법에서 신고납세방식의 과세로 전환을 시작하여 이제 상속·증여세 등 일부를 제외하고는 납세자 스스로 세액을 결정하고 신고하는 선진제도로 이행하게 되었다. 사회의 투명화 요구와 전산시스템에 의한 경제활동은 국세청의 부과징수 업무를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계기가 되었다.
고도화된 정보기술을 바탕으로 새롭게 구축한 차세대 국세행정시스템(NTIS)은 세계 첨단으로서 과세의 정확, 정밀성 확보와 납세자의 편의를 획기적으로 증진시킬 것이다. 이로 인하여 추계과세가 드물어지고 에누리 신고, 에누리 과세도 과거의 일이 되었다. 국민들의 납세의식의 향상은 세금탈루나 조세포탈에 대하여 엄격한 대응을 요구하게 되었다.
그러나 우리 법제에서 조세범죄로 인정하는 기준은 아직도 선진국에 비하여 너그럽다. 세무공무원에 대한 국민의 인식은 종전과는 달리 전문직종 종사자로서 인정받아 공채경쟁이 치열하다. 국세청의 전가보도의 역할을 하던 세무조사는 그 조사대상의 선정 및 조사방법 및 절차에 대하여 상세한 규정에 의한 통제를 받게 되었다. 국세청 발족 50년이 된 지금은 국세청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 제도적 틀이 마련되고 납세자의 의식도 달라졌다.
앞으로 국세청장의 임기보장, 국세행정의 중립성 훼손에 대한 제도적 보호, 세무공무원의 전문화와 청렴문화 정착 등이 국세청의 미래 과제로 남아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제도가 아니라 그에 걸맞는 국세청 구성원들의 종래의 낡은 관행에서 벗어나려는 의지와 의식의 선진화이다. 국세청 개청 반백년의 괄목할 업적을 되돌아보며 납세자의 신뢰와 함께 납세자와 동행하는 국세행정을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