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광역시, 시, 도 및 기초자치단체의 의원 및 단체장 선거가 실시되어 본격적인 지방자치가 실시되었다. 이제 그 역사도 20년이 넘었다.
주민들 직선에 의한 단체장은 종래 임명직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권한을 행사하고 권위도 예전과 다르다. 지방의회 의원은 당초 명예직으로 운용의 틀을 짰지만 이내 직업화되어 그 본뜻에서 벗어난 지 오래이다. 선거만 끝나면 단체장은 물론이고 의원들이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줄줄이 옷을 벗게 되는 일도 일상화되었다.
재임중의 각종 비리로 교도소로 가는 분들도 속출하고 있다. 지방자치의 실시가 민주주의의 풀뿌리가 된다고 말하기 부끄럽게 되었다. 구의원부터 시작하여 차츰 정치적 역량을 키워 국회의원이 되어야 바람직할 것인데 의회 단위별 칸막이가 높게 쳐져 선순환의 구조가 되지 않고 있다. 모두 기대하였던 지방자치의 이상과 따로 가는 현실이 되어버렸다.
지방자치가 정치화되다 보니 차기 당선을 위한 포퓰리즘이 판을 치고 실적 과시를 위한 무리한 사업을 벌여 지방재정은 항상 부족하다. 지방재정의 방만함으로 인하여 중앙정부와 과세권 영역 싸움이 날로 심해지고 있다. 동시에 지방 재정수입을 늘리기 위한 무리한 조례 제정의 행태도 늘고 있다. 1995년 지방자치 실시 이전과 비교하면, 조례는 약 2배, 규칙은 약 1.4배 늘었다고 한다.
조례는 지방의회가 제정하는 것이고 규칙은 자치단체장의 조례의 범위 내에서 정한다. 자치입법은 주민을 위한 긍정적인 경우가 많지만 그 남용이 문제되고 있다. 자치입법은 국회에서 정한 법률의 범위를 벗어나면 안 되도록 되어 있다. 법률이 상위법인 까닭이다.
정부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전국 243개 광역 및 기초자치단체의 조례, 규칙은 8만7613개에 달하고, 그 중 7.4%인 6440개가 상위법령과 충돌하거나 상위법 상 근거가 없는 불합리한 규제를 포함한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 A 기업은 공장 확장을 위하여 B시로부터 산업용지를 분양받았으나 경기 악화로 사업을 포기하고 용지를 반납하려 하였다.
그러나 B시는 조례에서 분양받은 산업용지는 타인에게 임의로 양도 또는 대여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음을 이유로 이를 거부하였다. 그러나 상위법인 산업집적활성화 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에는 이러한 규제조항이 없다. 서울시 도시계획조례에서 절대 개발불가지라고 규정한 비오톱 1등급에 관한 조례도 하위법령에서 토지이용규제를 강화한 것으로 근거가 불투명하다.
문제는 이러한 빗나간 조례의 제정에 대한 통제장치가 작동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법치의 사각지대라고 할 수 있다. 잘못된 조례에 의하여 주민이 입게 되는 피해는 미리 막을 수 있는 인재이다. 조례 입안 및 제정과정에서 법률적 검토가 미흡하다는 반증이다.
조례편의주의적 발상이 지배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법률에 대하여서는 대한변협이 2년전부터 입법평가위원회를 구성하여 문제 있는 입법에 대하여 평가를 하고 있다. 매년 입법평가보고서를 내고 있다. 이에 발맞추어 서울지방변호사회에서도 2015년 12월 최초로 서울특별시 조례를 평가하여 서울특별시 자치법규평가 TF 보고서를 낸 바 있다.
앞으로 다른 지방변호사회에서도 이와 같은 법령평가를 시행하여 주민의 권리가 부당한 조례에 의하여 침해되는 사례를 줄이는데 기여하여야 한다. 법률가 단체의 새로운 사회적 책무이다. 조례를 제정하는 지방자치단체는 그 입안에 있어 법률전문가로부터 사전 충분한 검토를 받아 위와 같은 부실조례에 의한 주민의 피해를 막아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