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대위 대표
총선승리=중도층 잡기 목표설정, '벼랑 끝 리더십'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의 '벼랑 끝 전술'이 당 내홍을 넘어 야권 위기로 치달아가고 있다.
앞서 친노 청산 상징으로 이해찬 의원과 정청래 의원을 '정무적 판단'으로 공천배제 시킨데 이어 비례대표 선출 과정에서 자신을 비례대표 2번(남성1순위)에 선정하고 당 정체성에 어긋나거나 도덕적 문제가 있는 인물을 비례대표로 선출해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특히 이 과정에서 김 대표의 발언과 결정들이 '패권'적이어서 '막장공천', '군주정'이라고 비판받고 있다.
비례후보 순위 결정이 중앙위 권한임에도 이를 거부했다. 또한 당 대표 몫의 1번을 받은 박경미 홍익대 수학교육과 교수는 2007년 제자의 석사논문을 학회지에 자신의 이름으로 무단 게재했고, 당 대표 몫인 6번 최운열 서강대 교수는 2011년 해외투자사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을 변호하는 신문 칼럼을 써 당론과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다. 또 당선권인 박종헌 전 공군참모총장은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를 '종북'으로 몰았던 예비역 장성들 서명에 참여한 것이 드러났다.
논란이 거듭되자, 중앙위는 22일 새벽 김 대표가 비례 순번 2번을 그대로 가는 대신 자신의 추천 비례 7명(당선 안정권)을 4명으로 줄이고 논란 있는 인사의 순번은 재배치시키는 쪽을 가닥을 잡았다. 하지만 이에 대해 김 대표는 입장을 밝히고 있지 않고 있다.
김 대표가 이처럼 당내와 지지자들의 반발을 무릎 쓰고 자신의 뜻을 관철시키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 경제민주화 현실화 위한 '총선승리', '중도층' 잡기가 목표 = 일각에서는 그가 총선 이후, 킹 메이커가 아닌 '킹'이 되려는 야심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정치권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대권 야망이 있는 행동보다는 총선 승리만을 목표로 한 행동이라는 분석이다.
김 대표는 지난 1월 문재인 전 대표가 '백의종군'으로 물러나고 비대위원장을 맡을 당시부터 자신을 "긴급 수술을 하는 의사"로 규정했다. 헌법 조항에 '경제민주화'를 새겨 넣은 자부심을 넘어 이를 현실화 시키는 것을 자신의 평생 숙원으로 삼았기에 경제민주화 달성을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는 이야기다.
김 대표는 지난 1월25일 선대위원장 1차 회의 모두 인사말에서 "단도직입적으로 말씀을 드리면 일반인의 상식으로 봐서 정치인으로서 해야 할 행동이 아닌 행동을 한분들은 당이 단호한 입장을 갖고 견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금 우리 국민들은 정치를 극도로 혐오하고 있다. 이 국민들이 혐오하는 정치를 어떻게 하면 우리가 포용할 것이냐는 이런 측면에서 여러 선대위원께서 뜻을 모아 총력을 경주하면 우리가 이번 선거를 승리로 이끌 수 있다고 확신을 갖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반인의 상식'이라는 것은 즉, '중간지대'를 의미하고 이들이 정치를 혐오하는 지점을 이념 논쟁과 계파싸움 등으로 보고 이를 해소해야한다는 것이 목표가 됐다는 이야기다. 김 대표가 당의 지지층을 친노와 86세대, 호남에서 '중도층'으로 외연을 확장하는데 목표를 두고 이를 위해 이해찬, 정청래 의원, 호남 현역을 공천배제하고 자신을 비롯한 보수적인 인사들을 비례대표로 배치한 것이다.
□ 이념 아닌 '민생', 계파-운동권 색깔 지우기…보수적 인물 비례공천 = 김 대표는 그동안 야당의 총선 승리와 정권교체를 위해서는 이념싸움이 아닌 '경제', '민생'으로 승부를 봐야한다는 것을 강조해왔다. 지난 2월 임시국회에서 테러방지법 반대로 필리버스터를 진행했을 때도 "이념 논쟁인데 우리 당에 좋을 게 없다"며 "경제 문제로 프레임을 전환해야 한다"고 한 게 대표적이다.
이와 함께 '경제민주화' 실현에 있어서 중도층의 지지가 '필수'라는 판단에 따른 전략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김 대표가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한 건 딱 하나인데, 그게 경제민주화를 할 수 있는 당인가였다"며 "문재인 당시 후보도 김 대표에게 자리를 제안했지만 가지 않았던 것은 야권의 분열, 단일화 문제 등등 첩첩산중이기 때문에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그는 야권에서 실질적으로 경제민주화를 할 수 있다고 보지 않았다. 그것은 야권이 할 뜻이 없어서가 아니라 정치혐오층인 중도층을 못 잡고 야권이 계속 반목하는 한 어렵다고 본 것"이라며 "때문에 분열의 씨를 자르고 중도층을 포섭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여권 관계자 역시 "김 대표가 당시 새누리당에 와서 경제민주화 정책이나 법안 관련해서 거의 손을 다 댔고, 당내에서 '좌클릭' 되는 것을 반대 했을 때 당무거부도 했다"며 "그러면서 박근혜 후보를 압박했고 공약을 만드는 데는 관철을 시켰다"고 설명했다.
실제 당시 원내대표로 경제민주화에 부정적이었던 사람은 이한구 의원이었다. 이 의원의 반대에 김 대표가 국민행복추진위원장으로서 당무를 거부하자, 박근혜 후보는 원내대표인 이 의원을 대선 공약 참여에서 제외시켰다.
□ '산토끼' 잡으려다 집토끼 놓칠 수도…지지층 자존심에 '상처' = 문제는 '중도층'으로 외연확장을 하기 위한 이 같은 전략이 '도박'에 가깝다는 것이다. 그의 독단적 결정에 야권 지지층의 비판이 커지면서 당 지지율은 다시 떨어지기 시작했고 그 떨어진 지지율은 고스란히 정의당으로 옮겨가고 있다. 산토끼(중도층) 잡으려다 집토끼(지지층)들이 다 뛰쳐나간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갤럽이 15~17일까지 3일간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정당 지지율에서 새누리다 41%, 더민주 20%, 국민의당 8%, 정의당 7% 등으로 각각 나타났다. 이는 전주에 비해 더민주의 경우 3% 하락한 것이다.
정청래 의원의 탈락 파문 이후 시작된 지지율 하락과 반대로 정의당 지지율이 크게 상승해 양당이 3% 상승과 하락을 보였다.(휴대전화 RDD무작위 추출, 표본오차는 ±3.1% 95%신뢰수준)
이에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거대정당들의 막장드라마에도 불구하고 이제 새로운 정당, 진정한 제3정당 정의당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지율도 부쩍 올라가고 있다"며 고무된 상태다.
결국 지지층을 배려하지 않는 '중도층' 잡기가 선거에 얼마나 도움이 되겠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文 "金, 대선까지 역할…원내 들어오셔야" = 야권 관계자는 "당이 비상상황에서 모셔 오신 분이니 말을 안들을 수도 없고 가만 보고 있자니 지지층이 떨어져나가고 난감한 상황"이라면서 "김 대표의 방식이 비민주적이라 민주적 절차를 중요시 여기는 야권 지지층 입장에서 굉장히 자존심이 상한 듯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그래도 새누리당 정권 연장을 우려하는 야권 지지층이 결국에는 돌아올 것이라고 본다"며 "계속 분열할 수는 없다는 절박감이 있기 때문에 당내도 지지층도 다독여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이날 문 전 대표는 당무거부에 들어간 김 대표의 구기동 자택을 찾아 사퇴 만류에 나서 그의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문 전 대표는 "제가 김 대표를 어려운 시기에 모셨다. 어려운 시기에 오셔서 우리 당을 살리는 좋은 역할을 해주셨다고 생각한다. 우리도 김 대표에 걸맞은 대접과 예우를 해야 한다"며 "이번 비례대표도 김 대표께서 국회의원을 한 번 더 하고자 하는 노욕 때문이 아니다. 김 대표는 경제민주당이라는 화두로 총선 간판 역할, 총선 이후에도 대선까지 역할을 계속해야 하기 때문에 원내에 들어가야 한다"고 김 대표의 비례대표 입성을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