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감사는 의뢰인(기업)의 사적이익에는 반대이며, 공익보호를 위해 기업에 불리한 정보라도 모두 알려야 하는 공적의무이다. 외부감사는 고속도로 건설, 교량과 같은 공공재업무이며, 감사원이나 국세청의 조사·감시·감독과 같은 반열의 국가급 업무이다. 특히 일반국민투자자와 국가공공정보 등 공익보호를 위해 외부감사는 필수불가결 행위이다.
현행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이하 외감법)은 기업이 외부감사를 받아야 한다는 의무이외에는, 계약방법과 가격 등 모든 것이 완전 자율로 방치되었다. 투명회계를 꺼리는 기업은 외부회계감사를 스스로 제시하는 수준으로 받고 싶어하므로, 소신있는 감사인보다는 말 잘 듣는 감사인을 선호한다. 현장감사도 최소한만 수행하라고 감사보수도 최소한으로 결정한다. 그래서 연고있는 복수후보를 섭외하여 이중에서 최소가 제안자를 고른다. 나라장터나 K-apt 등의 전국단위 전자입찰 온라인창구를 통해 최저가로 낙찰자를 결정한다. 특히 아파트 등은 지역이나 세대수 및 관리비수준이 비슷하므로, 한번 최저가낙찰로 결정되면 전국 모든 아파트에게 가격등대역할을 하여, 수의계약인 경우도 최저가 낙찰금액으로 수렴한다.
최저가란 최저품질 원재료를 쓰고 최소한의 인력만 투입해서 나오는 가격이다. 도로·교량이나 다중이용건물 등에서 최저가로 낙찰되면, 철근과 콘크리트를 적게 투입해 나중에 유지보수비가 더 많이 발생한다. 배보다 배꼽이 더 커져서 모두 손해다.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 붕괴 등의 대참사가 연발된 적도 있다. 그래서 토목공사와 공공건설 등의 국가계약에서는 최저가 낙찰제도가 폐지되었다. 국가계약법은 가치지향낙찰제나 기술제안입찰제도·계약이행능력심사제도로 전환했다. 영국 등은 최고가치낙찰제도(Best value program)를 적용한다. 미국·일본 등도 最低價낙찰에서 最高價値評價결정방식으로 전환한지 오래라 한다.
스포츠나 음악·미술 등의 예술분야에서도 여러 심사위원의 평가점수에서 최저점수와 최고채점은 빼고, 나머지 중간채점을 모아 평균을 내어서 성적을 산출한다. 최저점수나 최고점수는 편견이나 특별한 상황이 과다하게 반영된 경우라서 공정성이 부족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최하극단치를 제거하는 이런 개념이 공공재서비스가격 결정방법에도 적용되어야 한다.
회계투명성은 외부감사인의 정신적·물질적 독립성에서 나오며, 사회투명성 및 국가투명성의 초석이다. 투명회계와 공익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인 외부회계감사는 현재 대부분 최저가낙찰제로 내동댕이쳐 있다. 지난 4월에 계약된 약 2만건의 외부감사계약에서도, 대부분 최고경영진과의 혈연·지연·학연관계자 중에서 최소가견적을 받아 결정한 듯하다.
매년 4월에는 회계법인에 어김없이 갑자기 아무런 연고없는 가격견적 전화문의가 빗발친다. 익명의 제3자로부터 더 낮은 가격견적을 받은 후, 기존 외부감사인의 가격을 더 낮추려거나 더 이상 올리지 못하게 하려는데 있다. 그래서 안세는 중간값 이상을 견적제시하여 왔는데, 아무도 다시 연락오지 않는다. 외부감사가 아직 자유계약제이지만, 외부감사 발주자인 각 기업도 더 이상 최저가로 결정하는 관행은 폐지해야 한다. 최저가결정기업은 외부감사와 자신의 품질을 최하로 떨어뜨리는 행위를 자행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투명회계를 위한 외부감사가 국방의무나 납세의무와 버금가는 공공재라는 차원에서, 외부감사보수의 기준가격 등이 법정화되어야 한다. 이해관계자가 2인에 불과한 감정평가사의 평가수수료와 공인중개사의 부동산중개보수도 국토교통부나 각 지방자치단체의 조례 등에 의해서 법정화 되어 있다. 회생기업에 대한 조사보고서 업무도 법원에 의해 기준보수가 책정되어 있다. 최근의 공공기관 회계감사입찰의 경우는, 합리적 내정가격을 공표한 후, 이 가격에 근접하는 가격점수를 20% 내외로 하고, 나머지 업무능력·태도·실적 등에 80%의 점수를 부여하여 결정하기도 한다.
공공재 성격이 강한 철도와 대중교통요금, 쌀수매가, 의료비 등은 정부가 가격을 통제·관리한다. 예산을 조달하는 방법에서도 직장인건강보험료는 각자 연봉의 6% 정도, 국민연금은 9%로 일률적으로 법제화되어있다. 아프다고 더 많이 내거나 건강하다고 적게 내지 않는다. 외부감사의 경우, 피감기업의 총자산규모·총부채·매출액·임직원수 등 감사보수를 산출할 수 있는 객관적 계량지표가 이미 공시되어 있다. 기업규모별·업종별·지역별로 외감보수금액을 법제화할 수 없다면, 자산금액이나 매출금액의 0.2%나 0.1% 등으로 계산비율을 고시하면 된다.
좋은 물건을 구매하는 경우는 수요와 공급의 원리에 따라 최고가 경매제도가 타당하다. 골동품과 명품은 비싸도 소비자에게 비싼만큼 만족을 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공건설·국방 등의 공공재와 공익보호용 외부감사인을 선임하는 경우, 최저가 제시자는 공공업무를 수행할 자격을 스스로 접었다고 보아야 한다. 최저가는 무효화해야 한다. 최하가(最下價) 다음의 차하가(次下價)나 평균가(平均價) 또는 중간가(中間價)로 해야 한다.
현재 공기관외부감사나 재개발·재건축조합외부감사의 경우, 낙찰예정가를 미리 정한다. 여러 입찰자의 가격을 평균내고 평균가와 예정가의 90%에 사이에 가장 근접한 입찰자를 선정한다. 이 경우 최저가는 무조건 탈락하는 방법을 참고할 만하다. 이것도 불가능하면 정부 등의 행정명령으로 법정표준화가격을 고시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