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제마진률 반토막에도 정유사들 "걱정 없다"
정제마진율 곧 회복, 그동안 생산영업구조 강화
정유사들의 영업성과에 큰 영향을 끼치는 국제 정제마진률이 최근 급속히 떨어지고 있어 2분기 이후 정유4사의 경영실적에 충격을 줄지 주목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GS건설, S-OIL, 현대오일뱅크 등 정유4사의 올1분기 매출은 20.9조원으로 2014년 41.4조원의 반토막이 났지만 영업이익은 1조8539억원을 실현해 5년 내 최대 경영실적을 거뒀다.
정유 빅4 최근 3년 분기별 영업실적
자료 :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S-OIL, 현대오일뱅크 연결분기 실적 합계
이렇게 매출이 반토막이 났는데도 이익은 사상 최고수준을 기록한 것은 석유제품의 판매가격과 원유가격의 차이를 나타내는'정제마진'이 높았기 때문이다.
국내 정유사 수익성의 바로미터로 활용되는 '싱가포르 정제마진은 2014년 유가가 급락하면서 5.8달러까지 꺽였으나 지난 1월에는 9.9달러까지 치솟았다.
덕분에 국내 정유사들은 지난 1분기 매출 감소에도 불구하고 2배나 커진 정제마진 때문에 대규모 이익을 실현할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 싱가포르 정제마진은 4.6달러로 지난 1월에 비해 절반이하로 추락했다.
중동의 원유가가 27달러에서 47달러로 오른반면 석유제품 가격은 46달러에서 61달러로 오르는데 그쳐 정제마진이 급속히 줄어 든 것이다.
싱가폴 정제마진 추이 (달러/배럴)
* 지료 : IBK투자증권 제공
■ 매출반토막, 마진률 반토막...실적악화 우려
정제마진이 반토막 나자 시장에서는 2분기 이후 경영실적이 나빠질 것으로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향후 실적을 비관적으로 보는 측은 정유사들의 정유부문 비중이 80%를 넘어 정제마진이 떨어지면 곧바로 경영실적이 악화되는 구조에 놓여있기 때문이라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정유4사들은 그동안 정유부문의 영향을 줄이기 위해 화학, 윤활유, 배터리 등 사업다각화에 애써왔다. 하지만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정유부문의 매출은 전체의 81%를 차지하고 화학은 14%, 윤활유가 4%에 그치는 등 아직도 정유부문이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정유사들의 매출이 반토막이 난 것도 2014년 90달러였던 유가가 작년말 20달러대까지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밖에도 우리 정유사들의 정유매출은 60%가 수출에 의존하고 있어 국제유가 변동이 그대로 실적에 반영되고 있다.
그동안 정유사들의 실적을 봐도 국제유가변동이 그대로 회사전체 실적으로 나타나 적자와 흑자를 반복하며 들쑥 날쑥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런 정유중심 수익구조와 높은 해외의존도때문에 최근 싱가포르 정제마진의 급락이 또다시 정유사들의 실적악화로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 "일시적 현상, 마진율 다시 좋아진다" 정유사들 희망적 전망
하지만 이런 시장의 우려와 달리 정유사들은 정제마진 감소가 크게 문제될 게 없다는 표정이다.
정유사와 정유업계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최근의 정제마진 하락이 일시적이며 곧 다시 좋아질 거라는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그 이유로 최근 원유가 상승이 미국의 셰일가스 공급축소에 기인하는데 원유가가 오르면 미국이 다시 셰일가스 공급을 늘릴 것이라는 분석때문이다.
여기에 최근 이란이 경제회복을 위해 원유 산출량을 늘리는 것도 원유가 하락에 한몫 할 것이라고 덧붙인다.
제품가격 측면에서도 현재 세계 정유사들이 시설을 풀가동 하고 있고 중국과 중동지역의 정유사들은 시설축소 등 구조조정을 하고 있어 앞으로 제품가격이 올라갈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즉, 원가는 내려갈 가능성이 크고 판매가는 올라갈 가능성이 커 정제마진도 곧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 "시설고도화ㆍ시장 다각화 등 생산영업구조 강화했다"
이런 외부적인 요인외에도 정유사들은 내부적으로 안정화된 생산과 영업 구조도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유사들은 그동안의 시설고도화, 수입선 다변화, 시장다각화 등의 노력으로 수익구조가 좋아졌다며 국제 정제마진이 4~6달러 선으로 박스권을 유지하더라도 생산단가를 맞춰 경영실적이 우려할 수준으로 악화되지 않을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또 2014년과 같이 유가가 하락하는 상황이 아니고 현재는 올라가고 있기때문에 싸게 산 원유를 국내 들여와 정제해서 제품으로 팔때쯤에는 가격이 올라 국제 정제마진보다 더 큰 마진을 얻을 수 있을 거라고 예측하고 있다. 정유사들이 정제마진 하락을 크게 걱정하지 않는 또 다른 이유다.
매출 반토막, 마진률 반토막으로 경영환경이 나빠진 정유사들의 2분기 이후 경영성과가 어떤 모습을 보일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