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클립아트코리아
일정 규모 이상의 소득을 벌어들이는 자영업자들은 매년 종합소득세를 신고하면서 세무대리인으로부터 검증받은 확인서를 국세청에 제출해야 되는데, 정부는 이 과정에서 추가로 발생되는 세무대리 비용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일정 금액을 내야할 세금에서 빼주고 있다.
이른바 '성실신고확인비용 세액공제' 제도다.
이 제도를 통해 사업자(납세자)는 성실신고확인을 받기 위해 지출한 비용의 60% 범위 내에서 최대 100만원까지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으며, 나머지 40%나 100만원을 초과하는 비용은 다음해 소득세를 신고할 때 비용으로 처리, 소득공제가 가능하다.
최근 세무대리업계를 중심으로 이 세액공제 한도를 늘려야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세무대리인들이 국세청에서 실시하는 세무조사와 유사한 신고 확인까지 떠안게 됨에 따라, 납세자들로부터 받아야 할 수임료가 많아졌다는 이유에서다.
성실신고확인비용 세액공제 한도 조정을 요구하고 나선 단체는 한국세무사회(이하 세무사회)다. 세무사회는 지난 3월 성실신고 확인비용 세액공제 한도를 현 100만원에서 200만원으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2016년 세법개정건의안'을 기획재정부에 제출했다.
세무사회는 사업자가 받는 세제지원 혜택에 최소한의 인건비를 반영한 금액으로 성실신고확인 세액공제 한도를 재설정해야 한다는 논리를 펼치고 있는 상태다.
언뜻 들어서는 쉽게 와 닿지 않는 측면이 있다. 실질적인 세제혜택은 사업자에게 돌아가야 하는데, 어째서 세무대리업계가 세액공제 한도를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일까.
사업자가 세무사들에게 지급하는 성실신고확인 수수료로 이를 가늠해 볼 수 있다. 한 세무대리인은 "성실신고확인을 받는 사업자는 각종 세제지원 혜택으로 인해 세무사들에게 성실신고확인 수수료를 지급하더라도 실질적인 추가 비용의 부담을 발생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세무사회에 따르면 사업자가 성실신고확인 수수료로 150만원을 지불했을 때 약 6만7500원의 이익을 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실신고확인 세액공제 한도는 100만원이지만, 비용 자체를 필요경비로 받을 뿐만 아니라 의료비, 교육비까지 공제받을 수 있기 때문.
수수료가 200만원이라면 순수한 자기비용 부담액은 약 13만원에 불과한 수준으로 추정됐다.
사실 사업자 입장에서는 기존에 지불하던 수임료에 더해 추가로 성실신고확인 수수료를 줄 명분이 없다는 시각이 다수다.
반면 세무사들은 만만찮은 업무를 수행하고 돈을 한 푼도 받지 못하는 불상사를 막아야 한다는 의견도 납득이 가는 부분이다. 이에 세무사회는 성실신고확인에 따른 양측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세액공제 한도를 200만원 이상으로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세법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에서는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는 상태다.
기존 사업자부담을 줄여주는 인센티브에 성실신고확인대상 사업자가 지출한 의료비와 교육비의 지출금액도 세액공제(15%)를 해주는 상황에서 세제지원 혜택을 더 늘릴 명분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비과세·감면 정비 등 세제혜택 축소 기조와도 맞지 않다.
기재부 관계자는 "성실신고확인비용 세액공제 한도를 200만원으로 올려야 한다는 의견이 있어, 이 제도를 보완해야 하는지의 여부를 검토 중에 있다"면서도 "조세특례제도를 정비하고 축소하는 방향을 밝히고 있는데, 확대하는 방향으로 설계되기는 어렵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