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클립아트코리아
공익법인에 대해 상속·증여세가 면제되는 '주식출연한도'를 조정하는 방안을 놓고 정부가 깊은 고심에 빠져 있다.
공익법인이 비과세로 기부(출연) 받는 주식의 한도를 묶어둔 이유는 공익법인이 재벌의 승계 수단으로 악용되지 못하게 한다는 판단이 깔려있다.
그러나 공익법인이 일부 대기업의 사실상 지주회사로 활용되면서 공익에 대한 기여도는 낮고, 일부 관련자들의 사적 이익에 봉사하고 있다는 지적은 끊이지 않고 있다. 기업의 공익법인 기부 주식에 대한 비과세 한도를 낮추자는 목소리가 높은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이 같은 조치로 공익법인 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 재계를 중심으로 사회 환원을 위해 주식의 상당부분을 기부하려는 기업인들이 늘어나고 있으나, 세부담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상태다.
현재로서 제도 손질 방향을 가늠해 볼 바로미터는 최근 개최된 공청회 결과가 될 가능성이 높다. 기획재정부에서는 해마다 세법개정안을 내놓기 전, 주요 사안에 대한 공청회를 열어 전문가 의견 등을 수렴하고 나서 제도를 손질해왔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이르면 이달 중순 발표되는 '2016년 세법개정안'에 공익법인의 주식출연한도를 조정하는 방안을 포함시킬지의 여부를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행 공익법인이 특정 회사의 주식을 기부 받을 경우 발행주식의 5%까지 상속·증여세 비과세 혜택을 받고 있는데(성실공익법인의 경우 발행주식의 10%), 정부는 이를 20%까지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달 22일 '공익법인제도 개선방향'이라는 주제로 열린 공청회에서 윤지현 서울대학교 법학대학원 부교수는 "공익법인이 보유 중인 재산의 일정부분을 반드시 공익활동에 쓰게 하는 의무지출 제도를 도입한다면 20%의 보유 상한을 설정하는 것도 고려해 볼 만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공청회에서 제시된 연구결과가 무조건 세법개정안에 반영된다고 볼 수 없지만, 정부 내에서도 의무지출제도를 우선적으로 검토하는데 무게를 두고 있다. 의무지출제도는 공익재단의 투자자산 중 매년 5%에 해당하는 금액을 의무적으로 공익목적사업에 사용하도록 강제하는 제도다.
재계는 더 나아가 주식출연한도를 30%까지 올려야 한다는 요구안을 기재부에 제출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기재부에 제출한 세제개선과제 건의서를 통해 성실공익법인보다 강화된 요건을 충족한 이른바 '투명공익법인'에 대해 주식출연한도를 30%로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비과세 상한선인 '5%룰' 상향 여부에는 방향성이 같으나, 5% 초과 지분에 대해서는 의결권을 제한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세법공청회 당시 토론자로 나섰던 박태규 연세대 교수는 "공익재단 주식 출연이 부의 세습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지만, 출연 받은 주식에 대해 의결권 제한 같은 안전장치를 둬서 5% 규정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치권도 공익법인 소유 주식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입법안을 여러 건 발의한 상태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대기업집단 소속 공익법인이 계열사 주식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도록 한다'는 내용을 담은 개정안을 발의했으며, 같은 당 박영선 의원도 '공익법인 보유 주식의 의결권 행사를 금지'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냈다.
앞서 지난달 29일 유일호 경제부총리는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공익법인의 투명성 문제는 지배구조와 바로 연결돼 있는 만큼 지속적으로 강화하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 내에서도 공익법인의 투명성이 문제가 있다고 진단하면서 대대적인 제도 손질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다만 의무지출제도 도입하는 내용을 올해 세법개정안에 집어넣을지 검토하고 있는 정부의 방향성과는 다르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의무지출제로 인해 재벌가가 실제 지배하는 보유주식만 늘어날 수 있다는 지적을 내놓으면서 공익법인 주식 규제의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