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자가 채무자로부터 현금으로 변제 받는 대신 채무자로부터 더 큰 금액의 다른 채권을 이전 받은 경우 당초 채권 원리금을 넘는 부분에 대한 소득의 수입시기는 이전 받은 채권을 실제 회수한 때라는 판결이 나왔다.
채무자는 원칙적으로 현금으로 자신의 채무를 갚아야 한다. 그러나 채무자가 현금은 없지만 다른 사람에 대한 채권이 있는 경우 그 채권을 자신의 채권자에게 넘김으로써 채무를 갚을 수도 있다.
물론 보통은 다른 채권을 넘김으로써 당초 채무를 갚는 것으로 합의하지 않았다면, 당초 채무 변제에 대한 담보로서 양도하는 것으로 추정될 뿐이다. 예컨대 X 채권의 양도가 A 채권에 대한 변제로 갈음된다면 A 채권은 곧바로 소멸한다.
반면, X 채권을 양도하는 것이 A 채권의 변제를 위한 담보목적이라면 X 채권으로부터 돈을 회수하는 범위 내에서만 A 채권이 변제된 것으로 본다. 즉 자신이 가진 채권으로 다른 빚을 갚는 경우 보통은 그 채무자가 돈을 갚지 않는다면 여전히 채무가 남게 되는 셈이다. 이것이 민사 법리이다.
그러나 세법에서도 채권양도로 인한 채무소멸 시점에 소득이 실현된 것으로 볼 수 있을까? 이 점이 이 사건의 쟁점이다. 이 사건에서 최모씨는 자신이 운영하던 쇼핑몰 회사의 주식 등을 쇼핑몰 수분양자들로 구성된 단체에 양도하는 대가로 35억 원을 받기로 하는 한편, 그 동업자에게는 약 17억 원 상당을 동업관계 청산에 대한 대가 등으로 주기로 하였다.
다만 2년 후까지 최모씨가 동업자에 대한 약속을 지키지 못할 경우 35억 원의 채권 중 28억 원 상당을 넘겨 주기로 하였다. 그런데 최모씨는 약속한 2년 후까지도 주식 등 양도대금을 받지 못하여 동업자에 대한 빚을 갚을 수 없었다. 이에 따라 그 동업자는 최모씨로부터 직접 변제받는 대신 주식 등 양도대금 채권을 넘겨받게 되었는데, 결국 변제기가 한참 지나서야 약 36억 원을 회수할 수 있었다.
이 사건 원심은 양도받은 채권이 원채무에 비하여 원리금이 많고 지연손해금 기산일도 앞선다는 이유로 채권양도로 원채무가 변제된 것으로 보았다. 이에 회수한 금액 중 원채권의 원금을 넘는 부분은 소득세법상 기타소득에 해당하고, 그 수입시기는 채권을 양도한 때라고 보았다.
그러나 대법원은 채권양도로 당초 채권이 소멸하게 되는 것과는 별개로 그로 인한 세무상의 효과는 그 시점에 발생하는 것은 아니라고 보았다. 즉 채무자가 채권을 양도하여 채무를 갚더라도, 채권자로서는 여전히 채권이라는 형태의 자산을 보유한 채 그 실질적, 종국적인 만족을 얻지 못한 상태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양수한 채권으로부터 실제 돈을 회수한 시점에서야 비로소 채권변제로 인한 소득이 있는 것으로 보았다.
당사자 사이에 채권양도로 채무가 변제된 것으로 약정하는 경우 등은 그 시점에 채무는 소멸하므로 민사법상으로는 원심과 같이 볼 수도 있다. 또한 이 사건의 경우는 어쨌거나 채권자가 당초 채권 원금을 넘는 금액을 회수하였으므로 별다른 문제가 없을 수 있다.
그러나 이처럼 해석하면 불합리한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예컨대 채권자가 당초 채권보다 더 큰 금액의 채권을 양도받았지만 아직 전혀 회수하지 못한 경우를 생각해 보자. 원심과 같은 입장을 취하면, 수중에 들어온 금액은 전혀 없는데도 더 큰 금액의 채권을 양도받은 것만으로 소득세를 내야 한다는 것이 된다.
소득 없는 곳에 세금 있는 매우 불합리한 상황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대법원이 채무변제 명목으로 채권을 양도받은 경우에도 그 양수시점이 아니라 실제로 회수된 때가 그 수입시기라고 결론을 내린 것은 지극히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대법원 2016. 6. 23. 선고 2012두28339 판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