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공무원 10명 중 8명 이상이 '국세청장 임기제' 도입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세청장이 정치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고 공정한 세정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법으로 임기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논리다.
조세일보(www.joseilbo.com)가 국세청 직원 24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국세청법' 제정에 관한 설문조사에서 202명(84%)의 응답자는 '국세청장 임기제 도입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38명(16%)의 응답자는 '필요하지 않다'고 답했다.
국세청장 임기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본 응답자들은 국세청의 '정치적 중립' 확보를 이유로 밝혔다.
국세청장이 권력의 입맛에 따라 쉽게 교체되는 경우 권력의 눈치를 보느라 공정한 세정을 펼치기 보다는 자리 유지 등 사적인 이득을 위한 움직임을 취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설문에 응답한 한 국세청 직원은 "국세청 등 사정기관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업무의 중립성을 유지할 수 있다"며 "현재 검찰총장 및 경찰청장의 임기가 법으로 보장되는 것처럼 국세청장의 임기도 국세청법 등을 통해 보장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응답자는 "임기가 보장되면 국세청장이 정권에 상관없이 외부의 부당한 압력에서 벗어나 국세행정 업무를 탄력적으로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안정적이고 책임있는 국세행정 운영을 위해서라도 국세청장 임기를 보장해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
한편 임기제 도입에 찬성하지 않은 응답자들은 임기제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한 응답자는 "임기제를 도입한다고 해도 기존 사례를 보면 (임기제가)제대로 지켜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국세청장의 업무능력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맞다"고 밝혔다. 다른 응답자는 "임기제를 도입하면 국세청장이 '무사안일주의'에 빠질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세청장 임기제를 도입할 경우 임기 설정 기간을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2년 단임'으로 답한 직원이 118명(50%), 2년 중임으로 답한 직원이 102명(42.5%), 기타 7명, 무응답 13명이었다.
2년 단임제를 선택한 한 직원은 "국세청장이 장기간 재직하면 권한 남용이 우려되기 때문에 단임이 적절하다고 본다"고 답했다. 또 다른 직원은 "경찰청장, 검찰총장과 형평성을 맞춘다는 측면에서 2년 단임이 적절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2년 중임을 선택한 직원은 "임무를 완수하고 훌륭한 성과를 창출했을 경우 중임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 조직 발전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다른 직원은 "국세청장이 중기적인 계획을 실행하려면 2년으로는 부족하다"고 답했다.
국세청장을 국세청 내부 1급(고위공무원 가급) 공무원 중에서 선발하도록 명문화하는 것이 필요하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154명(64%)의 응답자가 필요하다고 답했고, 85명(35%)의 응답자는 필요하지 않다고 답했다.
필요하다고 답한 한 응답자는 "세법의 전문성과 업무의 연속성을 고려했을 때 국세청 내부에서 국세청장을 선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검찰이나 경찰에서도 내부 승진으로 청장을 뽑고있는만큼 국세청도 내부에서 뽑는게 바람직하다"고 답했다.
다른 직원은 "외부인사의 청장직 임명을 가능하게 하면 정치적 입김이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며 "국세청 업무가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만큼 내부 인사가 청장이 되도록 명문화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내부승진제 명문화가 필요하지 않다고 답한 한 직원은 "이제껏 외부인 청장을 임명했던 사례들이 있어왔고, 외부인들도 차질없이 업무를 잘 수행했다"며 "내부승진제를 명문화하면 외부의 유능한 인재 수혈 기회를 놓칠 수 있기 때문에 외부인을 선임하는 길도 열어놔야한다"고 말했다.
국세청 차장을 사무차장과 과세차장으로 나누는 복수차장제에 대해서는 153명(64%)이 필요하다, 87명(36%)이 필요하지 않다고 답했다.
필요하다고 답한 한 응답자는 "현재 1명 차장제는 차장의 업무가 과중해지는 측면이 있다"며 "과세형평성 제고를 위해 복수차장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른 응답자는 "차장 1인이 맡고 있는 업무영역이 지나치게 방대하다"며 "날이 갈수록 복잡해지는 국세행정을 감안할 때 차장 업무를 분리하는 것이 더욱 효율적"이라고 답했다.
국세공무원 특정직공무원 전환 및 계급정년제 도입(1999년.2007년 국세청법 도입안-5급 : 15년, 4급 : 13년, 3급 : 5년, 2급 : 4년)을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144명(60%)이 필요하다고 답했고, 94명(40%)은 필요하지 않다고 답했다.
필요하다고 답한 한 직원은 특정직 전환에 대해 "국세공무원들은 세무조사권을 통해 국민들의 사유재산권을 넘나들 수 있으므로 세법에 대한 전문성 제고와 청렴도 향상을 위해 특정직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다른 직원은 "국세공무원은 납세자의 재산권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투철한 사명감, 청렴도가 요구되므로 특정직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계급정년제에 대해서는 "국세청의 계급은 압정형으로 인사적체가 매우 심하다"며 "계급정년제를 통해 인사적체를 해소하고 매너리즘을 타파해야한다"고 전했다. 또 다른 응답자는 "하위 직원들의 사기 진작을 위해 계급정년제를 통한 인사적체 해소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세무조사 절차 위반 및 권한남용 행위에 대한 처벌 강화(특정직 전환 전제)에 대해서는 135명(56%)의 직원이 필요하다고 답했고 99명(41%)의 직원은 필요하지 않다고 답했다.
필요하다고 답한 직원들은 "납세자에 대한 책임성을 강화하기 위해 처벌강화가 필요하다" "부정부패가 없는 국세행정문화 정립과 국민신뢰도 제고를 위해 필요하다"고 답했다.
반대한 직원들은 "이미 현재도 충분한 처벌규정이 있다" "지나친 처벌은 적극적인 행정을 저해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처우개선이 문제지 처벌강화는 답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기획재정부에 국가세무위원회를 설치 감시, 감독을 강화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183명(76%)이 반대하고 57명(24%)이 찬성했다.
반대를 한 직원들은 "이미 감사원, 국회 국정감사 등 현존하는 기구들로도 충분한 감독이 이뤄지고 있다" "국세행정의 독립성을 저해할 수 있다" "국세청 내 감사, 감찰로도 충분히 감독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견제기능이 너무 많아 정상적인 업무수행에 지장이 초래될 것" "옥상옥 기구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찬성을 한 직원들은 별도의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
한편 현직 국세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의 주요 내용은 지난 2013년 발의된 국세청법 제정안(정성호 현 더불어민주당 의원 대표발의)을 토대로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