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을 내다보면 끝없이 펼쳐진 푸르른 바다가 언제나 같이 놀자고 손짓하고, 뒤를 돌아보면 늠름히 솟은 한라산이 변함없는 우직함으로 마음의 안식이 되어 주는 아름다운 제주시의 작은 어촌마을에 살고 있는 초등학교 6학년, 4학년, 2학년, 7세 된 네 명의 자녀를 둔 엄마 이ㅇㅇ입니다.
올망졸망 두 살 터울로 아들 하나, 딸 셋을 데리고 동네 산책을 하며 경로당 앞을 지나가는데 "이 애들이 모두 한집 애들이요?" 하고 그늘에 쉬고 계시던 할아버지께서 물으십니다.
"네"하고 웃으며 대답했더니 모여 앉아 계시던 어르신들께서 요즘 같은 저출산 시대에 아이를 네 명이나 낳아서 애국한다고, 형제가 많아야 좋다고, 이제 애들이 크면 부모한테 효도할 것이라고, 좋은 말씀들을 많이 해주셔서 "네, 감사합니다"하고 인사드렸습니다.
가던 길을 가려는데 등뒤로 나지막히 들려오는 세월의 흔적이 고이 묻은 어르신의 걱정스러운 목소리에 제 마음도, 발걸음도 묵직해졌습니다.
"에이그, 그래도 저 애들 다 키우려면 돈이 많이 들 텐 엄마 아빠가 힘들어서 어쩌누……."
아이들이 어릴 때는 그저 바다에서 하루 종일 물놀이를 하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래뒤범벅이 되도록 아이들과 신나게 놀아주는 것만으로도 최고의 부모가 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어르신들 말씀처럼 아이들이 점점 자라고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니 갖고 싶은 것들, 또 필요한 물건들이 많아졌습니다. 쌀독의 쌀은 깨진 항아리에 물 붓듯이 채워도 채워도 하루가 멀다 하고 바닥을 보이고, "엄마 맛있는거 없어요?", "엄마 간식 주세요"하며 하루에도 열두 번씩 냉장고 문을 열었다 닫았다 하는 아이들에게 하루는 느닷없이 소리를 질렀습니다.
"냉장고 문 좀 그만 열어!"
하루하루 먹고 살기도 빠듯한 살림에 엄마의 마음도 왜 이리 점점 옹색 해지는지, 마음은 그렇지 않은데 아이들에게 툭 하면 짜증내고 화내는 일이 많아지는 제 모습에 좌절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미안한 마음에 잠들어 있는 아이들의 머리를 한 명, 한 명, 쓰다듬으며 '내가 괜히 이렇게 많은 아이들을 낳은 걸까? 앞으로 이 아이들을 잘 키울 수 있을까?' 소리 죽여 흐느끼는 날들도 많아졌습니다.
그렇게 엄마의 한숨이 깊어지던 어느 날 자녀장려금이라는 반가운 소식이 들렸습니다. 설마설마하며 기다리는데 제주세무서에서 보낸 금액 50만원씩, 4명분 금액 200만원이 입금되어 있는 걸 확인하며 꿈인지 생시인지 너무나 기쁘고 감사해서 창피한 줄도 모르고 버스 안에서 엉엉 울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하룻밤 술값일지 모르는 금액이지만 저희 같은 서민들에게는 하늘에서 내린 선물이고, 가뭄의 단비와도 같았습니다.
"얘들아! 우리나라 대한민국에서 우리 가족에게 선물을 보내주셨어. 엄마, 아빠에게는 아이들 키우느라 수고한다고, 또 너희들에게는 이 나라에 태어나줘서 고맙다고. 그리고 우리 가족 모두 힘내서 멋진 대한민국을 만들어달라고 말이야!"
쩍쩍 갈라져서 아무런 생명도, 사랑도 자랄 수 없게 메말라버린 엄마의 마음에 내려진 자녀장려금이라는 단비 덕분에 저희 가정에는 다시금 기쁨과 감사의 열매가 맺히기 시작했습니다.
출산장려금처럼 산부인과나 약국 등에서 출산을 위해서만 써야 하거나 각종 바우처 카드처럼 특정 지출이나 장소에만 국한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현금으로 지급되면서 각 가정의 필요에 맞게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자녀장려금은 정말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들에게 큰 힘이 되어 주었습니다.
특히나 자녀의 수에 따라 차등 지급이 되니 네 명의 아이를 낳은 가장의 어깨가 으쓱하고, 옆집 엄마들이 "나도 하나 낳아야 하나?"하며 부러워했던 순간이 바로! 자녀장려금 받을 때가 아니었나 싶어요!
피아노를 치고 싶어서 피아노 있는 친구 집에 매일 같이 놀러 가던 딸아이는 피아노를 선물 받고는 학교가 마치면 부리나케 집으로 달려와 잠자리에 들때까지 피아노를 치며 피아노 선생님이 되어 아프리카 친구들에게 피아노를 가르쳐주겠다는 멋진 꿈을 키워 가고 있고 아들 녀석은 너무 낡아 부끄러워서 못 타고 다닌다며 구석에 처박아 놓은 녹슨 자전거를 미련 없이 버리고 이제 친구들처럼 반짝반짝 멋진 자전거를 타고 "엄마, 학교 다녀오겠습니다!"하며 책가방을 둘러메고 신나게 등굣길에 나섭니다.
또 바닥이 습기가 많아 축축해서 매번 이불에 곰팡이가 생기기 일쑤고 4명분의 이불을 폈다 개켰다 하기 너무 힘들어 2층 침대 두 개만 있으면 좋겠다던 엄마의 소원도 이루어졌습니다.
2층 침대 두 개가 아이들 방에 들어오는 걸 본 옆집 아이들이 저희 집에 놀러 와서는 "우와! 너네 집 2층 침대를 두 개나 샀어? 진짜 좋겠다!!"하며 부러워 하는 친구에게 "야! 이거 우리나라 대한민국에서 사준거야. 너네 집은 안 사줬어?"하며 으쓱한 웃지 못 할 에피소드도 있었답니다.^^
작년 여름에는 태풍 차바가 갑작스럽게 제주에 상륙하면서 공영주차장에 세워 놓은 저희 차가 하천이 범람하여 주차해놓은 50여 대의 차량들과 함께 떠밀려 침수되어 폐차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한푼이라도 아끼려고 자차보험에 가입하지 못해서 아무런 피해 보상도 받지 못하는 막막한 상황이 닥쳤는데 마침 자녀장려금이 있어서 아이들과 가족회의를 한 뒤, 저희 가족의 발이 되어 줄 저렴한 중고차를 구입할 수 있었던 것도 얼마나 감사한 일이었는지 모릅니다.
아빠가 새로 사온 중고차를 타고 여섯 식구가 함께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제주 바다를 드라이브하며 자녀장려금 덕분에 위급한 고비를 잘 넘겼다며 신랑과 이야기하는데 갑자기 7살 되는 막내 딸이 "엄마! 우리나라 참 좋다! 그치?"하며 쌩긋 웃습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첫째, 둘째, 셋째 아이들이 "대~한사람 대~한으로 우리나라 만세~~"하며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불러대는 애국가 노랫소리가 제주 밤바다를 가득 채웁니다.
아이들이 이제 올해 자녀장려금으로는 해외여행 한 번 가보자고 하네요! 가족들과 함께 한 번도 해외여행을 가본 적 없는데 평소에는 엄두도 못 내던 일들을 자녀장려금과 함께 하나씩 하나씩 도전하게 되니 매년 새로운 꿈을 꾸고 행복을 설계할 수 있어서 얼마나 든든하고 감사한지 모릅니다.
이 참에 우리 가족 버킷리스트도 작성해볼까 계획 중입니다.
엄마 아빠의 마음에는 위로와 여유를, 아이들에게는 꿈과 희망을 선물 해주시는 자녀장려금. 늘 감사한 마음이 가득했는데 이렇게 좋은 기회를 마련해주시고 감사한 마음을 전할 수 있어 기쁘네요.
멀리 제주도 작은 시골 어촌마을에서 오늘도 네 명의 아이들과 아둥바둥 살아가는 아줌마이지만 저와 같은 마음을 가진 대한민국의 수많은 엄마들을 대신하여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 전해드립니다.
수기작성자 : 제주시 이ㅇㅇ (제주세무서 출품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