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세법은 세금고지서 등을 우편으로 보냈으나 수취인 부재로 반송이 될 경우 담당 세무공무원이 2회 이상 납세자를 방문해 고지서를 직접 전달토록 하고 있다. 그나마 직접교부도 여의치 않을 경우 최후의 수단으로 '공시송달'을 통해 세금을 부과 확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세금고지서 등을 발부하고 또 반송이 오면 직접 찾아가서 고지서를 전달하는 일은 모든 세무 공무원들에게 반드시 따라야할 '의무' 사항 중 하나다.
다만 세무 공무원들도 사람이다 보니 일을 하다 가끔씩 반드시 거쳐야 할 '절차'를 생략해 버리는 경우도 있을 수 있는 법. 그러나 '세금' 이 납세자의 재산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세무공무원이라면 세금부과에 앞서 적법한 절차를 반드시 밟아야 한다.
31일 국세심판원에 따르면 납세자 A씨는 이 같이 반드시 지켜야할 '절차'를 무시한 채 무리한(?) 과세를 감행한 세무 공무원 때문에 4000만원이 넘는 세금을 부과 받을 뻔했으나 심판원의 인용결정으로 겨우 한숨을 돌렸다.
심판청구를 제기한 A씨는 지난 2002년 사업을 하던 남편이 교통사고로 사망하자 살고 있던 아파트를 상속받아 생활을 이어왔다. 그런데 지난해 6월 경 난데없이 남편의 사업과 관련한 부가가치세 4000여만원을 내라는 국세청의 통보를 받았다.
경위를 알아보니 국세청이 A씨의 집으로 부가세 세액이 명기된 납세고지서를 등기우편으로 보냈으나 수취인 부재로 납부기일을 넘겨 국세청이 공시송달 절차를 밟아 세금부과를 확정했던 것.
납세고지서를 '구경' 도 못한 A씨는 이에 "국세청이 직접 교부 등의 노력도 없이 공시송달한 것은 부당하다" 며 심판원에 심판청구를 제기했다. 그러나 국세청은 "등기우편으로 보냈는데 반송되고 주소지에 가보니 부재 중이어서 '납세고지서 도착안내문' 과 연락처를 적어놨는데도 연락이 없어 공시송달을 한 것" 이라며 절차가 정당했음을 주장했다.
심판원이 직접 조사해 본 결과 등기우편이 발송된 사실은 확인이 됐지만 반송된 우편봉투와 납세고지서 발송 및 반송대장 등의 자료가 확인되지 않았다. 게다가 처분청이 주소지에 부착했다는 '납세고지서 도착안내문' 을 제시하긴 했지만 납세고지서를 직접송달하기 위한 출장시 제출한 '출장신청서' 나 출장 후 '출장복명서' 등은 전혀 확인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심판원은 국세청이 세금고지서를 납세자에게 직접 전달하기 위한 어떠한 노력도 없는 상태에서 공시송달을 한 것으로 판단해 세금부과 자체를 취소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심판원은 "현행 법상 세무공무원이 납세자에게 전화연락이나 직접교부 등 별도의 방법을 동원해 송달하고자 노력했는데도 여의치 않을 경우에 한해 공시송달을 해야 한다" 고 밝혔다.
심판원은 "A씨가 주소지에 실제로 거주하고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처분청이 납세고지서를 A씨에게 직접교부하는 등 추가적인 노력이 있었다고 할 만한 자료가 전혀 없다" 며 "이는 처분청이 납세고지서를 송달하기 위해 충분한 노력을 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수취인 부재를 이유로 공시송달한 처분은 요건을 갖추지 못한 위법한 공시송달" 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