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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상근 칼럼]

시진핑의 ‘새 중국’과 한국의 선택

조세일보 / 변상근 논설고문 | 2017.10.25 08:30

향후 5년간 중국을 이끌어 갈 시진핑(習近平) 2기 체제가 출범했다. 집단지도체제를 넘어 시 주석 1인에게 권력이 집중되는 절대통치 시대로 진입했다 해서 '시 황제의 등극'이라는 표현도 등장했다.

시 주석은 지난주 중국공산당 전국대표대회 개막 보고에서 2012년 집권 때 제시한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 이른바 '중국꿈(中國夢)'을 32회나 거푸 강조했다.

시 주석은 '새 시대의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을 향후 중국의 새로운 이데올로기로 천명하면서 사회주의적 방식으로 현대화된 사회주의 강국 건설과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천명했다.

중국꿈(中國夢)은 한마디로 강국의 꿈(强國夢)이다. 미국 중심의 글로벌 표준이 아니라 중국의 독자성에 근거해 2050년까지 미국을 제치고 '강한성당'(强漢盛唐·강력한 군사력의 한나라와 문화가 융성한 당나라)의 세계최강국으로 부활하겠다는 결의다.

이 과정에서 “중국은 절대 타국이익을 희생해 자국의 발전을 추구하지 않겠다”면서 “중국이 자국이익을 해치는 열매를 삼킬 거라는 헛된 꿈은 버리라”는 경고도 잊지 않았다.

시진핑 사상의 또 하나의 핵심은 모든 국민의 의식주가 안정되는 샤오캉(小康) 사회의 건설이다. 지난해 중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8481달러다. 중화부흥의 시간표로 중국 공산당 창당(1921년) 100주년이 되는 2021년까지 1인당 국민소득 1만 달러를 넘는 샤오캉 사회를 완성하고, 이를 바탕으로 신중국 수립(1949년) 100주년이 되는 2049년까지 부강하고 민주적이고 문명적이며 각 부문이 조화를 이루는 중국식 사회주의 선진 현대 국가를 건설하겠다는 청사진이다. 

미국적 질서 대신 중국 중심의 국제질서를 구축하는 프로젝트는 이미 시작됐다. 유라시아와 유럽을 잇는 육상 및 해상 실크로드인 '일대일로(一带一路)'가 가시화되고 이를 자금면에서 뒷받침할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을 만들어 57개국을 주주로 참여시켰다.

태평양지역에서 미국과의 패권경쟁은 불이 붙었다. 중국은 미국과 '신형대국관계' 설정을 통해 이 지역 주도권 장악을 노리고 있지만 미국의 반발로 되레 미국이 아시아로 강하게 재진입하게 만들어 갈등과 대결을 자초하고 있다. 

일본과 센카쿠열도 문제, 대만과 양안문제, 베트남·필리핀과 남사군도 문제, 인도와 영토분쟁, 한국과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제) 문제 등 중국과 국경을 맞댄 14개 주변국 중 6개국과 외교·영토 분쟁이 진행 중이다. 

새로운 대국은 새로운 질서를 요구하기 마련이다. 중국 국내적으로 애국주의 열풍이 부국강병의 국가주의와 결합돼 전체주의적 통제사회로 회귀하는 조짐마저 감지된다.

중국의 대국행보는 수교이후 최악의 한중관계와 맞물리면서 우리에게 엄청난 도전과 시련을 예고하고 있다. 북한의 핵위협에 시달리면서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갈등하고 고민하는 외교적 삼중고에다 우리 기업들이 느끼는 중국 발(發) 위기의 강도 또한 위험수위를 넘어서고 있다. 한중관계와 사드문제는 문재인 정부가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미․일 안보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해 한층 더 꼬인 상황이다.  

한․미․일 동맹으로 중국을 봉쇄하려는 미국과 국익을 내세워 패권주의적 팽창을 획책하려는  중국 사이에서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한국의 생존방식도 설자리를 잃고 있다.   중화(中華)제국이 추구하는 사회주의가치 및 패권적 외교와 우리의 자유민주적 가치와 평화공존외교를 어떻게 조화시킬 수 있을 것인가도 새로운 고민꺼리다.

경제적으로 중국은 이제 한국기업의 시장이 아닌 무덤이 되어가고 있다. 사드보복 탓도 물론 크지만 기본적으로 한․중 간 분업구도에 적신호가 켜졌기 때문이다. 

한국이 자본과 중간재를 제공하고 중국이 싼 노임으로 완제품을 생산하는 협업공식은 시효가 끝나가고 있다. '시장을 내주면서 기술을 얻은' 중국 기업들의 무서운 '굴기' 때문이다.

전 세계 모든 제조업에서 중국이 손댔다 하면 짧으면 5년, 길게는 10년 안에 모조리 거덜났다. 지금 한국은 반도체를 빼고 제조업에서 중국보다 잘하는 것이 거의 없다. 이미 전기차·2차전지·드론 산업의 세계 최대 시장, 최대 생산국은 중국이다.

중국이 세계적 유통업체들의 '무덤'이 된지 오래다. 거대한 인구가 매력적인 요소임에는 분명하지만 외국 기업에 배타적인 분위기와 중국 정부 규제의 고무줄 적용으로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보장받기가 어렵다. 지금 한국이 당하고 있는 여행객 통제, 무역규제, 불매운동 등은 중국이 그간 일본·대만·홍콩 등의 주변국과 분쟁 때마다 매뉴얼처럼 습관적으로 사용해 온 수단일 뿐이다. 단지 우리가 뒤늦게 깨달았을 뿐이다.

유일한 예외는 우리의 반도체다. 중국이 사드제재를 끝까지 가져가더라도 세계시장의 70%를 장악한 한국의 메모리반도체만은 제재를 못한다.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가 중국 시장을 공략하려면 반도체처럼 그들이 채 갖지 못한 기술제품으로 승부를 거는 길 외에는 대안이 없는 단계에 이른 것이다.

외교와 경제를 통 털어 양국관계의 근본적 재설정이 불가피하게 됐다. 중국은 미국과 국제적 주도권을 놓고 전략적 경쟁을 하면서도 동시에 공존해야 하는 입장이다. 우리는 이 사이를 전략적으로 파고들어야 한다.

중국은 미·중 관계와 한·중 관계는 별개로 본다. 동맹국 미국에 업혀 한·중 관계를 해결하려는 발상은 버려야한다. 중국의 강도 높은 대북제재가 북한포기를 의미하지 않고, 한·중 간 통화 스와프계약 연장이 사드에 대한 중국의 용인일 리 만무다.

위안화 국제화는 미국식 세계금융질서에 맞서는 중국 중심 국제금융질서의 핵심포석이다. 한국과의 통화스와프계약 재연장은 통화스와프 활용을 통한 위안화 국제화 촉진의 포기할 수 없는 한 수순이다. 이를 한중관계 정상화의 시그널로 읽는 것은 우리의 희망사항일 뿐이다.

시 주석은 '장강의 뒷 물결이 앞 물결을 밀어낸다(長江後浪推前浪)'는 중국 명언을 인용한 문 대통령에게 깊은 인상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한중관계를 새롭게 도약시킬 '후랑'에 해당되는 로드맵을 만들어 불편한 앞 물결을 밀어내고 명실상부한 동반자 관계를 설계하는 일이 시급하다.

대국으로 거듭나려는 중국으로부터의 탈출이 아니라 중국과 맞닥뜨리면서 북핵 해법을 함께 모색하고 동북아평화의 신질서 구축에 동참하는 적극적 전략이 필요하다.

문 대통령의 한반도 신경제지도와 신북방정책이 중국의 일대일로 구상과 맞닿는 번영의 새 지평도 저 멀리 내다보인다. 지금으로서는 한낱 신기루로만 느껴지는 현실이 답답하다.    
   


변상근 논설고문

[약력] 동아일보 경제부 기자, 워싱턴 특파원, 중앙일보 워싱턴 주재 부국장, 경제담당 부국장, 편집국장 대리, 논설위원·고문 역임. 고대, 서강대, 외대 언론대학원 초빙교수 역임, 한양대 겸임교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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