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이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둘러싼 내홍으로 분당이 기정사실화된 가운데 당내 통합 찬성파와 반대파가 비례대표 출당 문제를 놓고 평행선을 달리면서 '합의 이혼' 절차를 밟지 못하고 있다.
지난 18일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바른정당 유승민 대표가 합당을 공식화하면서 통합 찬성파와 반대파의 갈등은 최고조에 달했다. 상대 진영을 향한 원색적인 비난은 물론 물리적인 충돌 등의 사태까지 벌어지면서 양 측은 같은 날 신당 당명을 공모하는 등 되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특히 통합을 강행 중인 안 대표와 반대파 수장격인 박지원 전 대표는 서로를 향해 "당을 떠나야 한다"고 압박하면서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안 대표는 25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저는 분명히 경고했다. 만약 창당하려면 당을 나가서 하는 것이 옳다고 분명히 말했다"고 날을 세웠다.
이에 질세라 박 전 대표는 이날 TBS 라디오에 나와 "안 대표가 서울시장 양보, 대통령 후보 양보 등 아름다운 양보로 유명해졌는데, 합당을 하려면 이제 아름다운 이별을 택할 때가 됐다"고 응수했다. 그러면서 그는 "안 대표가 비례대표 문제를 정리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하지만 안 대표는 정작 비례대표는 정당의 자산임을 강조하며 출당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특히 안 대표는 바른정당 유 대표가 당 내 갈등이 불거지는 것 등을 우려해 비례대표를 출당 조치해야 한다고 우회적으로 언급함에도 불구하고 강경 모드로 일관하고 있다.
이 같은 이유는 의석 수를 얼마나 갖추느냐에 따라 향후 통합의 성패가 갈리기 때문이다. 통합 반대파 의원 18명이 민주평화당에 뜻을 같이하고 있는 상황에서 안 대표는 비례대표 카드만큼은 쥐고 있어야 안정적으로 원내 교섭단체를 꾸리면서 캐스팅보트의 역할을 이어나갈 수 있어서다.
일각에선 안 대표의 정치 철학인 다당제를 달성하기 위해 비례대표 출당을 저지하고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민평당이 여당과 합칠 경우 통합 신당은 자연스레 1야당과 연대를 통한 정부 견제와 존재감을 부각시키는 방법밖에 없어서다.
한편 안 대표와 유 대표는 이날 오후 대구에서 국민통합포럼이 주최하는 '로봇산업 및 4차 산업혁명' 정책간담회에 참석하고 민평당은 전남 목포해양대학교 대강당을 찾아 창당 결의대회를 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