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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의 상속설계 이야기-(12)]

'가업승계' 받는 이의 역량도 중요하다

조세일보 / 최재천 변호사 | 2018.04.24 08:47

자연인과 법인은 별개다. 하지만 자연인과 법인이 사실상 일체화된 경우도 있다.

'가업(家業, family business)'이다. 가업은 가족과 철학, 소유와 경영과 경험의 융복합이다.

그래서 어느 한 부분이 어긋나는 순간 전체가 무너진다. 가업에 대한 상속법제가 특별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가업승계에 성공한 대표적 사례가 국순당 창업자 배상면 회장이다.

상속을 고민하던 배 회장은 어느 날 자신이 가진 게 무엇인지, 남길 게 무엇인지 사색에 잠겼다.

자신이 일군 회사, 자신만의 술 제조법, 그리고 자신의 이름과 명예 3가지로 정리했다.

현상을 정리하고 나니 상속설계가 단순해졌다. 장남에게는 모회사 격인 국순당을 상속했다.

둘째 딸에게는 막걸리 제조비법을 남겼다.

막내아들에게는 자신의 이름 '배상면'이라는 브랜드를 넘겼다. 세 자녀는 각기 물려받은 유산을 바탕으로 가업을 승계했다.(도경재, <월간CEO&>)

선진국, 특히 기업가의 전통이 오래된 독일 등 유럽권에서 가업승계 는 보편적이다.

승계를 통해 장수기업으로 살아남는 사례가 많다.

독일의 빈프리트 베버교수는 4400여개의 가업승계기업이 독일경제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을 증명했다.

독일에서 2014년부터 2018년까지 가업승계를 완료했거나 예정하고 있는 기업의 수가 무려 83만 5000개(전체 기업의 22.33%)로 추정된다.(김경아, 「중견기업의 가업승계 유형 및 사례 연구」)

다만,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 있다. 기업가의 자녀는 기업가의 DNA를 타고나는 것일까?

정치가의 아들은 정치가의 자질을, 대선수 차범근의 아들은 아버지 수준의 축구 실력을, 그래서 기업가의 자녀는 부모 수준의 경영능력을 복사하듯 가지고 태어나는 것일까?

그래야만 가업승계가 정당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칫 재산과 신분의 세습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성, 그리하여 중세 신분 사회로 회귀할 위험성에 대해 염려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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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런버핏 출처 = 위키백과

언젠가 워런 버핏과 빌게이츠가 대담에서 나눈 이야기다.

이때 버핏의 말. "1960년 올림픽 100m 금메달리스트의 아들이 1980년 올림픽 100m에서 아버지처럼 올림픽 금메달을 딸 수 있을까요? 나는 그래서 상속을 하지 않을 겁니다"

가업승계의 독일식 성공모델로 명품 가전업체 밀레가 있다.

밀레는 두 가문이 51대 49를 소유한 100% 가족 소유 기업이다.

몇 대째 가업승계제도를 통해 상속과 경영이 계속됐다.

하지만 밀레에서는 장손 혹은 후손이라고 누구나 경영자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까다로운 조건들이 붙는다.

우선 학점 제한이 있다. 외국어 능력도 중요하고, 다른 회사 근무경력이 필요하다. 또 외부심사위원들의 1차 평가를 통과해야 한다.

최종적으로 두 가문으로 구성된 60명의 심사위원단의 배심 절차는 거의 등용문 수준. 상속이나 승계절차도 중요하지만, 가업을 받아들이는 역량 또한 가업승계의, 간과할 수 없는 핵심이다.
 
다른 나라가 그렇듯 우리도 상속공제제도의 한 형태로 '가업승계제도'를 운영 중이다.

먼저, 상속공제제도는 피상속인이 사망한 후에도 상속인과 그 가족의 안정적인 생활을 지원하기 위해 상속인의 인적상황과 상속재산의 물적상황을 고려하여 일정 금액을 제공해주는 것'을 말한다.  

'가업상속공제'란 중소기업 등의 원활한 가업승계를 지원하기 위하여 거주자인 피상속인이 생전에 10년 이상 영위한 중소기업 등을 상속인에게 정상적으로 승계한 경우에 최대 500억원까지 상속공제를 적용해 가업승계에 따른 상속세 부담을 크게 경감시켜 주는 제도다.(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18조 제2항)

최근 중소기업중앙회가 중소기업 500개를 대상으로 실시한 <2017 중소기업 가업승계 실태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 10곳 중 7곳이 가업승계를 할 계획이 있다고 응답했다.

가업승계는 상속설계의 부분이다.

가업의 장수를 기대한다면 승계절차 또한 깐깐해야 한다.


최재천 변호사

법무법인 헤리티지 대표 변호사 (현)
새정치민주연합 정책위원회 의장 (전)
17대, 19대 국회의원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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