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의 'DJ 뒷조사'를 도운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현동 전 국세청장의 재판에 국정원 직원이 증인으로 출석해 "상부 지시에 따라 운영비를 전달했다"고 증언했다.
MB정부 시절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뒷조사를 도운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현동 전 국세청장의 재판에서 국가정보원 직원이 김 전 대통령의 비자금 추적 사업 당시 국정원 자금을 인출해 상부에 전달했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재판장 조의연 부장판사) 심리로 25일 열린 이 전 청장의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국고 손실) 등 혐의 3차 공판에서 국정원 대북공작국 직원 이씨가 증인으로 출석해 "대북공작국 이모 차장의 지시를 받아 1억2천만원을 인출해 상부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날 재판에서 김승연 전 국정원 대북공작국장이 이 전 청장에게 건넨 1억2천만원이 국정원의 정치인 불법 사찰 계획인 '포청천 사업'에서 흘러 나왔을 것으로 의심했다. 또 이 과정에서 대북공작국의 특수활동비 중 해외대북공작비 일종인 '가장사업체(가장체) 운영비'가 불법으로 쓰였을 것으로 봤다. 가장사업체는 국정원에서 공작 자금 활용을 위해 정상 회사처럼 가장해 운영하는 법인으로 알려졌다.
검찰에 따르면 당시 김 전 대북공작국장의 지시를 받은 이 차장이 '가장체 운영비'를 인출하라고 명령해 이씨가 본인 명의 계좌에서 자금을 인출해 상부에 전달했다. 당시 이씨는 2011년 9월 26일 1억2000만원을 출금한 것을 비롯해 총 세차례에 걸쳐 돈을 뽑은 것으로 검찰에 의해 조사됐다.
검찰은 이와 관련해 이씨에게 "'포청천 사업'의 사업비집행계획서에는 사회 고위층의 불법재산 해외도피에 대한 자금내역을 추적해 국고유출을 방지하는 것으로 나와 있다"며 "이러한 사업이 대북공작국의 업무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나"고 물었다.
이씨는 "직접적인 연관성은 있다고 할 수 없지만 당시 지휘부에서 지시한 특명사업으로 추진됐다"고 답변했다.
이어 "정치인 불법사찰 관련된 작전은 대북공작국에서 하지 않는다고 검찰에서 진술했는데 맞냐"고 검찰이묻자 이씨는 "그렇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이씨는 "2010년 하반기에 상사인 이 차장으로부터 가장체 운영비를 특명사업에 사용하라는 지시가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는데 어떤 용도로 이 자금이 사용됐는지 아냐"는 검찰의 질문에는 "상부의 지시가 있었고 특명사업이라서 알 방법이 없었다"고 진술했다.
또 이씨는 "거액의 가장체 운영비가 본래 취지와 달리 일시에 직원 계좌로 옮겨진 것인데 이렇게 이체되면 안 되는 것이지 않나"라는 검찰 질문에 "당연히 그렇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 전 청장 측은 가장체 운영비 1억2천만원이 실제로 이 전 청장에게 전달됐는지 여부에 대해 의문을 표했다.
이 전 청장의 변호인단은 이씨에게 "가장체 운영비가 이 차장에게 전달된 사실만 있을 뿐 사용내역에 대한 증빙이 전혀 없다고 파악되는데 구체적 사용처는 몰랐나"고 추궁하자 "그렇다"고 답변했다.
이어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업이라도 이렇게 증빙이 전혀 없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경우라 할 수 있지 않나"고 묻자 이씨는 "그렇긴 하다"고 말했다.
이씨는 "현금을 인출한 시간과 은행 지점이 차이가 있는데 이건 기억이 나지 않느냐"는 변호인단의 질문에는 "7년전 기억이라 정확하지 않고 거래내역에 그렇게 나와 있으면 아마도 맞을 것"이라고 진술했다.
이 전 청장은 2011년 9월 국세청장 접견실에서 원세훈 전 국정원장으로부터 DJ비자금 추적 지시를 받은 김 전 국정원 국장에게 '비자금 추적 진행 상황'을 브리핑하고 활동자금 명목으로 1억2000만원을 뇌물을 수수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를 받고 있다.
또 청장 재임 시기인 2010년 5월부터 2012년 3월까지 원 전 원장 등 국정원 직원과 공모해 해외 정보원에게 김 전 대통령의 해외 비자금을 추적하는 비용을 지급한 혐의(국고 등 손실)도 있다.
이 전 청장은 '데이비슨 프로젝트'로 알려진 DJ비자금 소문 추적 작업 과정에서 이 전 청장이 해외정보원에게 14회에 걸쳐 총 5억3500만 원과 미화 5만 달러를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한편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이씨가 국가정보원직원법에 따라 재판을 비공개로 진행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재판부에서는 증인석과 피고인, 방청석 사이에 차폐시설을 설치하고 비대면 형식으로 진행했다.
이날 재판은 국정원 직원 이씨의 증인신문에 이어 이씨의 상사이자 당시 국정원 대북공작국 이 차장의 신문이 이어질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