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한국재정학회(학회장 황성현 인천대학교 교수)는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중장기 조세정책방향과 2018년 세제개편안'을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종합부동산세 등 부동산 보유세제의 개편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의 정책 제언이 쏟아졌다. 한국재정학회(학회장 황성현, 인천대 교수)는 지난 5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 중회의실에서 '중장기 조세정책방향과 2018년 세제개편안' 학술 토론회를 개최했다.
발제에 나선 이선화 한국지방세연구원 연구위원은 '부동산 관련세제 개편방향' 제하의 보고서를 통해 "보유세 개편에 있어 토지세율은 높이고 건물세율은 완화하는 방식의 과세체계 정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건축물에 대한 과세는 생산요소 투입에 왜곡을 초래할 수 있어 효율적 조세로 보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과세대상을 토지와 건축물로 단순 분리해 누진적이고 높은 토지세율, 비례적이고 낮은 건물세율을 적용한다면 조세 기능의 효율성 측면에서 가장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설명.
이 연구위원은 "재산세 토지분에 대한 과세표준(세금을 매기는 기준금액)합산방식은 토지소유의 지역별 분포에 따라 세부담이 달라지는 수평적 불형평 요소를 안고 있다"면서 "합산방식을 전국합산으로 변경하거나 비례세율을 적용하는 방법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현재 논의가 되고 있는 공정시장가액비율 조정을 통해 종부세를 인상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공시가격 상승과 맞물려 가계에 대한 가중된 세부담 불러올 수 있다"면서 "현재 운영되는 재산세 세부담상한제가 완충장치로서 충분한지에 대한 평가를 통해 보완책을 마련해야한다"고 제언했다.
이 연구위원의 주제발표 이후 토론자들의 토론이 이어졌다.
토론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종합부동산세를 비롯한 보유세 개편안을 두고서는 의견이 엇갈리는 모습을 보였다.
박명호 홍익대 교수는 납세자의 소득 대비 세부담이 과도하게 높아지지 않게 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이는 최근 보유세 강화를 주장하는 OECD나 IMF 보고서에서도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내용"이라며 "지나치게 빠른 세부담 인상 속도는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우리나라 보유세는 고가 부동산이나 저가 부동산을 다수 보유한 사람들이 높은 세부담을 질 수 있는 누진세율 체계를 채택하고 있다"며 "이는 소수 납세자에게 과도한 세율을 부과해 세원마저 고갈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종부세 최고세율을 설정할 때 이같은 가능성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주만수 한양대학교 교수 역시 박 교수와 비슷한 입장을 취했다. 그는 "대부분의 국가에서 보유세를 과세할 때 비례세율로 과세하지만 우리나라는 누진세율로 과세하고 보유세 부담률을 높이는 시도를 한다"고 지적했다.
주 교수는 "종부세 과세 강화로 우리나라 실효세율을 국제수준으로 인상할 수는 없다"며 "정책목표가 부동산 실효세율을 OECD 평균 수준으로 인상하는 것이라면 일부 부동산이 아닌 부동산 전체에 대한 보유세를 강화하는 쪽으로 개편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편 손재영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현행 종합부동산세를 폐지해 지방세인 재산세로 통합하자고 주장했다.
손 교수는 "부동산 보유세의 정상화를 위한다면 현재의 왜곡된 구조를 더욱 강화시키기보다 재산세 세율은 정률세로 하고, 토지용도 간 구분을 허물어 세제를 단순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그는 "보유세 과세표준은 시가의 100%일 필요는 없으나 모든 부동산 과표의 시가 반영률이 일정하도록 해 수평적 공평성을 도모해야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부동산 과세표준에 평가만큼은 중앙정부가 담당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황성현 한국재정학회장은 지난 3일 발표된 재정특위 종부세 권고안을 두고 "결국 종부세 1조원 더 걷으려 하는 것 이었다"며 "세수 측면으로 보면 2019년 GDP 예상수치의 0.05%수준 정도다"고 평가 절하했다.
이어 황 교수는 "권고안에 금융소득 종합과세를 강화하는 안이 포함됐는데 이를 하루 만에 기재부에서 번복하는 것은 오만한 생각이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현 정부는 복지확대를 얘기하면서 증세를 주저하면 복지지출을 못하는 것은 불 보듯 뻔하다"며 "현 정권이 증세 없는 복지라는 전철을 밟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