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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찬우의 상속이야기]③

부의금은 상속재산인가?

조세일보 / 정찬우 | 2019.02.20 07:50

그러니까 그 일이 있었던 게 30년도 더 된 것 같다. 엘리트 관료였던 A 이야기다.

지방 소도시 유서 깊은 동네 뼈대 있는 집안의 둘째로 태어나 명문대학을 졸업하고 공직에 나섰다.

평생 농사를 지으며 고향 땅을 떠나 본 적이 없었던 A의 아버지가 한 여름 논두렁 위에서 돌연 쓰러졌다. 뇌졸중이었다. 때마침 그곳을 지나던 이웃 어른이 발견해 인근 병원으로 옮겼다.

색 바랜 가운을 아무렇게나 걸친 의사는 이미 팔순을 넘긴 나이에 당뇨합병증이 겹쳐 열흘 이상 넘기기 어려울 것이라며 임종은 집에서 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업무 중 급보를 접한 A는 부랴부랴 고향으로 내려가 아버지를 서울에 있는 대형병원으로 모셨다. 시골내기 의사에게 중환자인 아버지의 치료를 맡길 수 없다는 게 표면적 이유였다.

아버지의 임종이 다가오자 A는 아버지를 자신의 집으로 모셔 아내에게 간호를 하게 했다. 이틀 뒤 아버지가 운명하자 장례식장에 빈소를 꾸미고 문상객을 맞이하기 시작했다.

자신 휘하 후배들을 시켜 안면이 있거나 이해관계가 있는 모든 곳에 부고했다.

빈소를 찾은 사람들은 하나같이 A와 그 아내의 효심을 칭찬하기에 바빴다. 늘그막에 둘째 아들의 지극 정성어린 효도를 다 받고 세상을 떴다며 호상이라 했다.

A의 의중은 당연하게도 부의금에 있었다. 만약 시골에서 초상을 치르게 되면 조문객 내방이 힘들 것이라 직감했던 그는 긴급히 아버지를 서울로 모신 것이다. 지금처럼 계좌로 부의금을 보내기도 어려웠다.

결국 임종을 앞둔 아버지를 굳이 서울의 대형병원으로 모신 실질적인 이유가 아버지의 죽음을 이용하여 평판을 높이고 수익도 챙기기 위한 술수였던 것이다. 오래 전 읽은 어느 소설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A가 받은 부의금을 상속재산으로 볼 수 있을까?

대법원은 사망조위금은 상호부조의 정신에서 유족의 정신적 고통을 위로하고 장례에 따르는 유족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 줌과 아울러 유족의 생활안정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증여되는 것인바 상속재산으로 볼 수 없다고 결정했다(대법원 1992. 8. 18. 선고 92다2998 판결).

경조금을 받은 사람이 자진하여 상속세 혹은 증여세를 납부하기를 바라는 것은 관습상으로도 쉽지 않은 일이다.

세법에서는 한때 20만 원 미만의 경조금만 비과세하는 것으로 규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실제 과세되는 사례가 없는 등 현실성이 없어 사회통념상 인정되는 경조금은 비과세 하는 것으로 개정되었다. 사회통념이나 사실관계 여부에 따라 과세여부를 결정한다는 판단의 영역으로 남겨둔 것이다.

'부정 청탁 및 금품수수 등의 금지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공직자 등이 수수할 수 있는 경조금은 5만 원(화환 10만원)으로 제한되어 있다. 하니 이제는 공직자 등이 경조금에 세금을 납부해야 하는지를 따져볼 여지는 사실상 없어진 것으로 보아도 무방하겠다.

공직자 등이 아닌 일반인은 여전히 경조금의 상속세 혹은 증여세 과세여부를 따져볼 여지는 있으나 과세여부를 구분할 행정력이 미치기 어려운 점을 감안하면 이 역시 사실상 비과세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삼일세무법인
정찬우 대표이사

[약력]성균관대원 박사과정 수료, 고려대원 졸업(석사), 서울시립대 졸업, (전) 삼일회계법인 파트너
[저서]사례와 함께 하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 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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