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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 직원들이 세무사 시험 문제 이미 알고 있었다고?

조세일보 / 염정우 기자 | 2019.11.15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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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17일 치러진 제56회 세무사 2차 시험 회계학 1부 1번 문제(왼쪽). 지난 8월3일 진행된 국세청 회계실무능력 1급 평가시험 3번 문제(오른쪽). 세무사 수험생 인터넷 커뮤니티에 익명으로 올라온 글에는 회계학 1부 시험 2문제가 국세공무원 실무능력평가 문제와 유사하게 출제됐다며 문제유출 의혹을 제기했다. 

올해 세무사 시험 문제 일부가 시험 시행 2주 전 국세청 내부적으로 실시된 국세공무원 실무능력 평가와 유사, 시험문제 유출 의혹이 제기되어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국세청에서 근무하는 동안 세무사 자격증을 따려는 국세청 직원들이 사전 문제 유출에 힘입어 일반 수험생들이 볼 수 없는 혜택을 봤다는 것이 주장의 핵심이다.       

지난 13일 오전 세무사 수험을 준비하는 모임의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세무사 시험에서 세무공무원 몰아주기가 확실한 이유'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참다못해 글을 올렸다고 밝힌 익명의 작성자는 "지난 8월3일 치러진 국세청 회계실무 1급 시험 중 재무회계 문제 3번, 4번과 이번 세무사 2차 시험에 출제된 회계학1부 문제 1번, 2번이 아예 겹치고 유형도 비슷하다"고 의혹을 제기한 뒤 유사한 두 시험의 문제를 함께 게시했다.
 
국세청 회계실무 1급 시험 재무회계 문제 3번과 세무사 시험 회계학 1부 문제 1번은 포괄손익계산서와 재무상태표를 보고 현금유출입액, 영업활동순현금흐름, 재무활동순현금흐름 등을 계산하는 문제다.

국세청 회계실무 문제 4번과 세무사 시험 회계학 1부 문제 2번은 리스거래로 인한 회계처리 문제다.

세무사 시험 회계학 1부는 총 100점인데 문제 1번과 2번은 각 30점에 해당, 총합 60점이 걸려있다. 익명의 작성자는 "(국세청 시험)문제는 공개도 되지 않아 국세청 내부에서 시험을 보는 직원이 아니면 시험지 구경하기도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그는 전통적으로 과락률(40점 미만 득점)이 높은 회계학 2부(세무회계)에서 국세경력자들에 과락을 면하게 하고자 채점자들이 후하게 점수를 줬다는 주장도 함께 제기했다.

이에 상당수 수험생들은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 국세청 직원들을 합격시키기 위해 국세청 내부 시험과 유사한 2문제를 세무사 시험에 출제한 것은 문제가 있다"면서 "국세청 회계실무능력 시험일정(8월3일)과 세무사 2차 시험(8월17일)일정이 불과 2주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기 때문에 유사한 문제를 미리 접해본 국세청 직원들이 문제풀이에 유리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입을 모았다.

현행법에 따르면 ▲국세(관세 제외) 관련 행정사무 10년 이상 경력자 ▲지방세 관련 행정사무 10년 이상 경력자 중 5급 이상 공무원 또는 20년 이상 경력자 ▲대위 이상 경리병과장교로서 10년 이상 군 경리업무 경력자 등은 세무사 1차 시험을 면제받을 수 있다.

아울러 ▲국세(관세 제외) 경력 10년인 자로서 5급 이상 공무원으로 5년 이상 종사한 경력자 ▲20년 이상 국세 행정사무 종사자는 2차 과목의 일부(세법학1·2부)도 면제받을 수 있다.

즉 이들은 세무사 시험에 합격하기 위해 '회계학 1부·2부'만 응시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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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년에 비해 올해 국세경력자 합격자 수가 대폭 증가한 점도 문제 유출 의혹을 확산시키고 있다.

올해 세무사 시험에서 국세경력자들은 총 72명(1차 시험면제 : 37명, 2차 일부 면제자 : 35명)이 합격했다. 전체 합격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9.9%.

지난해 합격자 26명보다 46명 증가했으며, 합격비중도 지난해 3.7% 수준에서 껑충 뛰었다.

2017년 국세경력합격자 수는 총 38명(합격비중 : 5.9%)으로 1차 시험 면제자 23명(3.6%), 2차 2과목 면제자 15명(2.3%)이었다.

관련 전문가들은 문제 유출 의혹 등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이면서도 세무사 자격 응시자가 늘어나고 있는 만큼 시험에 공정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모 대학 관계자는 "특정 시험에서 다루어진 유사한 주제의 2문제가 동시에 출제될 확률이 낮다고 봤을 때 수험생 입장에서는 충분히 의혹을 제기할 수 있는 문제"라면서도 "다만 통상적으로 문제를 출제하는 방식은 정형화되어 있어 문제 유출로 몰아가기는 애매하다"고 말했다.

한 수험가 관계자는 "공무원 시험 응시자를 위해 회계학 2부 과목에 대해 점수를 후하게 줬다는 의혹은 억측인 것 같다"면서 "하지만 매년 세무사 시험에 도전하는 응시자들이 늘어나고 있는 만큼 합격자 발표기간을 앞당기고 답안지를 공개하는 등 수험생들의 입장을 고려한 공정한 평가 제도를 만들어 나가야한다"고 말했다.

국세청은 문제 유출 의혹에 대해 말을 아끼는 모습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국세청 1급 회계실무능력 평가는 국세공무원들이 선택적으로 치르는 시험"이라며 "직원들에게 학습자료 제공 차원에서 내부망에 기출문제를 올리고 있다. 해당 자료가 외부정보보호 관리대상은 아닌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산업인력공단이 국세청 시험 문제와 유사한 문제를 세무사 시험에 출제했는지는 알지 못할 뿐더러 국세청 자체 시험은 딱히 정보보호대상도 아니라는 이야기다.

일각에선 산업인력공단 측에서 매년 각 문항에 대한 채점기준이나 모범답안 등을 제공하지 않는 등 이른바 '깜깜이' 채점방식이 논란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세무사 합격자 발표와 함께 공개되는 채점평은 2차 시험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와 관련된 언급만 담긴다. 수험생들은 1년에 한 번 치러지는 시험인만큼 보다 공정하게 채점과정이 공개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번 시험에서 불합격했다는 한 수험생은 "불합격 했을 때 어떤 부분을 보완해야 하는지 몰라 수험 기간 동안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면서 "앞으로는 작성한 답안지 등을 공개해 적어도 왜 떨어졌는지 무엇을 보완해야 하는지 분석할 수 있어야 보다 공정한 시험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사전 문제 유출 의혹은 올해 회계사 시험에서도 제기된 바 있다.

금감원은 지난 6월 실시된 공인회계사 2차 시험 문제 부정 출제 의혹과 관련해 논란이 된 2개 문항은 전원 정답 처리하고 해당 문항을 출제한 교수를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당시 S대 모의고사에 나왔던 2개 문항이 이후 치러진 회계사 시험 문제와 유사했는데, 시험 문제를 출제한 교수가 S대 모의고사 출제자로부터 문제를 직접 전달받은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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