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웅열 명예회장, 부친 상속주식 은닉 혐의 기소
법원 "양형 고려할 별다른 사정 변경 없어"
◆…부친으로부터 상속받은 계열사 차명주식을 은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웅열 코오롱그룹 명예회장이 20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도 벌금 3억원을 선고받았다. 이 명예회장이 지난 7월 1심 선고 공판을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부친으로부터 물려받은 코오롱그룹 계열사의 차명주식을 은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웅열 코오롱그룹 명예회장이 항소심에서도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8-1부(재판장 이근수 부장판사)는 20일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이 명예회장에게 1심과 동일한 벌금 3억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명예회장의 연령이나 범행 경위, 동기 등을 종합해보면 벌금형을 선고한 원심이 너무 가벼워 재량의 합리적 범위를 벗어났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1심 판결 이후 양형을 고려할만한 별다른 사정 변경이 없다"며 "검찰이 주장하는 범행 횟수와 관련해선 분할매각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생긴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앞서 1심은 "주식 등 대량보유 보고 의무제도,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자료제출 관련 제도, 공정거래법 및 금융실명제 등은 투명하게 작동할 필요가 있는데 이를 위반한 것이므로 적절한 처벌이 필요하다"며 이 명예회장에게 벌금 3억원을 선고했다.
다만 1심은 이 명예회장이 범행 사실을 모두 인정하고 있고 처벌 전력이 없는 초범인 점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했다.
이에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한 검찰은 지난달 20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이 명예회장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벌금 5000만원을 구형했다.
검찰은 "이 명예회장은 22회에 걸쳐 차명주식을 매도·매입하는 등 범행 횟수가 잦았다"며 "주식보유 현황을 철저히 숨겨 허위로 공시하고 양도소득세를 면탈할 목적이 있었다는 점에서 사안이 매우 중대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 명예회장 측은 "공소사실을 전부 인정하고 반성한다"면서도 "검찰이 사건의 경위를 일방적으로 왜곡했다"며 항소를 기각해달라고 재판부에 요구했다.
이 명예회장은 최후 변론을 통해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며 "그룹 회장이 아닌 자연인으로서 다시 한번 사회에 기여할 수 있도록 선처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 명예회장은 부친인 고(故) 이동찬 코오롱그룹 회장이 남긴 주식을 차명으로 보유하고도 이를 신고하지 않거나 허위로 신고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 명예회장은 2016년 코오롱그룹 전 계열사인 유니온공제 주식 34만주를 차명으로 보유한 뒤 이를 신고하지 않고 2차례 거짓 보고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보유하고 있던 차명 주식을 17차례 거짓으로 보고하거나 소유상황변동상황을 누락한 혐의도 받았다.
이 밖에 2016년 상호출자제한 기업 집단 지정을 위한 자료를 제출하면서 차명 주식을 본인 보유분에 포함시키지 않은 혐의(독점규제법 위반)와 양도소득세 납부를 피하려고 차명주식 4만주를 차명 상태로 유지해 매도한 혐의(금융실명법 위반)도 있다.
다만 검찰은 조세범처벌법 위반 혐의와 관련해선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재산을 차명 상태로 유지한 것만으로는 조세포탈 구성요건인 '적극적 은닉행위'가 성립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례를 고려한 결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