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리한 접근성과 고객 저변 앞세운 플랫폼으로 증권시장 공략
키움증권이 가장 큰 타격…업계 판도 바꾸긴 제한적이란 전망도
카카오페이의 바로투자증권 인수에 따른 증권업 진출이 가시화되면서 증권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간편송금시장에 바람을 일으킨 토스도 올 상반기 중 증권업에 진출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기존 증권사들은 향후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다만 기존 증권시장 판도를 바꿀 만큼의 파급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신중론도 제기되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카카오와 토스의 가장 강력한 무기로 두터운 고객층과 편리한 접근성을 앞세운 플랫폼을 지목하고 있다.
카카오는 기존 자사의 금융 플랫폼을 활용, 은행·송금·증권으로 이어지는 새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카카오뱅크의 성공 경험과 전 국민의 인구와 비슷한 5000만명의 고객을 보유한 '카카오톡' 플랫폼의 연계로 인한 시너지가 카카오의 핵심 전략이 될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톡 플랫폼의 편리한 접근성과 비대면 증권계좌 개설을 바탕으로 그동안 증권투자에 망설였던 소액 개인 투자자들을 새로 끌어들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카카오는 일단 개인 투자자들을 타겟으로 브로커리지 시장과 모바일 자산관리 시장에 적극 진출할 것으로 보인다. 자산규모가 작은 개인 고객이 소액으로 투자할 수 있는 맞춤형 금융상품도 출시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토스 역시 편의성을 크게 높인 모바일 특화 증권사를 설립한다는 목표를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기존 증권사의 HTS, MTS보다 접근성과 편의성을 향상시킨 더 빠른 앱을 앞세워 기존 고객을 끌어오겠다는 전략이다.
토스는 실제 편의성을 극대화한 송금기능을 바탕으로 공인인증서가 필요없는 간편송금 서비스 시장에 진출해 점유율을 크게 늘린 경험을 가지고 있다.
한 차례 고배를 마셨던 인터넷전문은행 예비 인가 문턱도 넘으며 은행-증권간 시너지 효과도 기대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두 업체의 증권업 진출로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증권사로 키움증권을 공통적으로 꼽는다. 개인 투자자 타겟 온라인 기반 증권사로 카카오·토스의 주요 고객층, 사업분야가 겹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키움증권 주가는 지난 22일 증선위의 카카오페이의 바로투자증권에 대한 대주주 적격성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 소식이 전해진 후 다음날인 23일 주가가 4.9%나 하락했다. 이후에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이슈 등 외부 악재까지 겹치며 지지부진하고 있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카카오의 증권업 진출에 예의주시하고 있다”면서도 “브로커리지 부문에 수익이 나려면 레버리지를 키울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하고 자본도 많이 필요해 단시간에 이루기에는 쉽지 않아 시간이 필요한 부분일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업계에선 두 회사의 증권업계 진출이 브로커리지 및 자산관리 시장에 일정부분 영향을 미치겠지만 증권업 시장의 큰 판도를 흔들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증권사들의 대형화 움직임과 맞물려 수익구조가 브로커리지에서 거대 자본을 활용한 대체투자 등 투자은행(IB)으로 옮겨가고 있는 가운데 자본력의 한계가 있는 두 회사의 증권업 진출이 업계의 판도를 바꿀 만큼의 파급력은 크지 않다는 것.
카카오가 인수한 바로투자증권은 지난해 3분기 기준 자기자본이 601억원으로 국내 8대 대형IB 증권사의 자본 규모가 3조~9조원에 이르는 것과 비교하면 초미니 증권사다.
두 증권사가 진출할 것으로 보이는 국내 브로커리지 시장이 이미 포화상태에 있는 데다 수수료 무료 경쟁으로 이 부문 이익률이 갈수록 저하되고 있는 점도 카카오와 토스의 파급효과가 제한적이라 보는 이유다.
두 업체가 진출해도 이윤 창출이 쉽지 않다는 얘기다. 오히려 한정된 시장을 '나눠 먹기'해 증권사간 경쟁만 더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카카오의 경우 성장성은 충분히 있다 보지만 업계 판도를 흔들 정도는 아닐 것”이라며 “카카오보다 플랫폼이 약한 토스는 조금 더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카카오뱅크도 크게 성장했지만 기존 은행업을 뒤흔들 정도는 아니었다”며 “주식투자의 경우 플랫폼에 대한 충성도가 강해 한번 선택한 플랫폼을 잘 바꾸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는 점도 한계”라고 지적했다.
금융위원회는 다음달 5일 카카오페이의 바로투자증권 인수안을 최종 승인할 예정이다. 토스의 증권사 설립 예비인가안도 카카오의 바로투자증권 인수안 최종 승인 결정 후 증선위에 상정돼 절차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지난 22일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가 카카오페이의 바로투자증권에 대한 대주주 적격성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만큼 큰 변수가 있지 않는 한 새로운 형태의 증권사 탄생은 기정사실로 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