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팰리세이드 전복사고, 무엇이 문제인가?

조세일보 / 강대경 기자 | 2020.02.10 09:17

직관적으로 변속실패를 알 수 없는 '밋밋한 변속버튼'
보편적 생각과 맞게 '시동 꺼짐'보완 필요
"사용자 중심으로 설계해야"

자동차에 있는 모든 요소들은 사용자의 운전하는 모습에 영향을 준다. '능동형 크루즈 컨트롤'은 알아서 앞차를 고려해 달리고 멈추기에 사용자는 두 발을 바닥에 편하게 둔다. '공회전 방지시스템(ISG)'은 차가 멈추면 알아서 시동이 꺼지고 켜지므로 사용자는 시동이 꺼져도 크게 개의치 않는다.

서로 다른 기능이지만 이런 것들이 합쳐져, 사용자 머릿속에 '자동차'라는 개념을 만든다. 이런 개념은 누구에게 배운 게 아니라 '경험'을 통해 얻는다.

'사용자 이해'를 바탕으로 각 요소들을 배치하고 조정해 자동차를 사용자에게 경험 시키는 것. 바로 이것을 '사용자 경험 설계'라 한다.

손끝으로 구별할 수 없는 '밋밋한 변속버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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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 팰리세이드 전자식 변속버튼, 오른쪽 - 혼다 어코드. 오른쪽은 후진 기어(R)를 넣기 위해서 버튼을 뒤로 밀어야 해서 버튼 간 차이가 분명하다. 반면 팰리세이드는 누르는 방식이라 다른 버튼과 헷갈릴 수 있다. (사진 현대차, 혼다)

팰리세이드 전복 사고시, 운전자는 '후진 버튼'을 두 번 눌렀다고 한다. 왜 이런 '오조작'이 일어났을까?

왼쪽 팰리세이드와 오른쪽 어코드를 보면 어느 쪽이 더 헷갈리기 쉬운지 알 수 있다. 왼쪽은 각 변속버튼마다 위치 빼고는 확실히 구분되지 않아 자칫 다른 버튼을 누를 수 있다. 오른쪽은 후진 버튼을 '뒤로 밀게 끔' 설계해 실수로 '후진기어'를 넣기가 상대적으로 어렵다.

다만 둘다 결정적인 문제로 '기어변경 실패'시, 손으로 직접 전달되는 '피드백'이 없다는 점이다. 수동 기어는 변속이 힘든 상태에서 기어를 변속하려고 하면 '드드득'하는 소리와 진동을 보낸다.

이번 팰리세이드 사고에서 운전자는 후진버튼이 아닌 '전진버튼'을 똑바로 눌렀으나 전진기어로 체결되지 않았다고 한다. 팰리세이드는 기어변경 실패에 '띠링'하는 경고음을 내보냈을 뿐이며 운전자는 이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다.

우리나라는 '청각장애인'도 팰리세이드를 운전할 수 있다. 과연 청각장애인이 이 경고음을 인지 할 수 있을까?

다루기 어려운 '민감한 브레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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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딧 "Hyundai Palisade Engine off issue when Reverse-gear on a downhill in South Korea"라는 글에 달린 미국인 댓글

미국의 팰리세이드 운전자들도 한국에서 일어난 '팰리세이드 전복' 사고에 관심을 보였다. 커뮤니티 사이트 '레딧(Reddit)'에 이 사고가 알려져 일부 운전자들이 이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레딧은 월 사용자 3억3000만명, 월 조회수 140억개에 이르는 미국 최대 커뮤니티 사이트.

팰리세이드를 소유한 한 미국인은 '전자식 변속버튼'과 '민감한 브레이크'가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고 지적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전자식 변속버튼은 브레이크를 깊게 밟았을 때 바뀐다. 가볍게 밟아 선 바뀌지 않는다. 기어가 변경되지 않을 정도로 브레이크를 가볍게 밟을 수 있다. 정확히 브레이크를 밟았다고 생각해 기어를 변경시켰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이 때 실패 알림이 나오지만 문제가 있음을 충분히 알려주지 못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몇 차례 이런 경험이 있었다. 가볍게 브레이크를 밟고 기어를 변경했다. 그러나 기어변경이 되지 않았다. 나는 '전진' 상태라 생각했으나 실제론 '후진' 상태였다. 이 문제는 브레이크를 얼마나 깊게 밟아야 기어변경을 허락해줄지에 대한 소프트웨어 허용성 문제"라 분석했다.

마지막으로 "자동차가 움직이는 동안 기어변경을 하지 못하도록 막아, 변속기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자동차가 손상되지 않도록 보호할 필요가 없다. 나는 기어변경 실패로부터 나를 보호할 차가 필요하다. 팰리세이드 소유주라면 브레이크가 '매우 민감'하다는 사실을 알 것"이라 강조했다.

다른 제조사 차량과 달리 현대차 '브레이크 답력'은 상대적으로 '초반'에 몰려있어 살짝만 밟아도 차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편이다. 이 민감함이 브레이크를 가볍게 밟는 '습관'과 확실하게 밟았다는 '착각'을 만들어 기어변경 실패를 일으킬 수 있다.

사고 운전자도 분명 차량을 멈추었으나 운전자가 가볍게 브레이크를 밟았거나 경사로에서 밀리는 힘에 변속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결국, 헷갈리는 변속버튼과 민감한 브레이크가 합쳐져 제 2, 제3의 사고를 유발할 수 있으며 특히 옛 시스템에 익숙하고 새 시스템이 낯선 운전자에게 십중팔구 혼란을 일으킨다.

'보편적'으로 시동 꺼지는 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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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한문철씨의 시동꺼짐 여론조사 결과. (출처 한문철TV)

많은 운전자들이 이번 사고에서 '후진 중 시동 꺼짐'을 상식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내고 있다.

교통사고 전문 변호사 한문철씨는 '내리막길에서 후진기어 들어가 있으면 시동꺼짐이 일어나는 것을 아는지' 묻는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총 응답 수 12,611개 중에 '몰랐다'가 84%로 10,714개이다. 

여기에서 읽을 수 있는 사실은 자동변속기와 시동에 관해 사람들이 갖는 '보편적인 생각'이다.

설계 개념 중 가장 쉽고 오래된 개념은 '쓰는 사람 입장에서 물건을 만들자'이다. 쓰는 사람이 누구인지, 그들은 뭘 원하고 있는지, 어떻게 물건을 바라보는지, 어떻게 만들어야 더 편리할지 같은 고민을 하는 것이다. 이것을 '사용자 경험 설계'라 한다.

사용자가 제품의 '본질'을 정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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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경험 설계는 인간이 생각하는 방식에 기초해 인간이 보편적으로 생각하는 구조와 경향에 대해 연구한다. 더불어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사회문화적 공감대와 개별 사용자가 제품과 서비스에 갖는 가치를 이해해 혁신을 만든다.

설계는 '사용자'를 이해해 제품을 만드는 과정이다. 대부분 제품과 서비스는 직접적인 필요에서 시작한다. 왜 사람들이 그 제품을 원할까? 무엇이라 생각할까? 너무 뻔한 질문 일 수 있다. 이에 대한 보편적인 대답'이 때때로 중요한 의미를 차지한다.

사람들이 그 제품과 서비스에 대해서 갖는 가장 직접적인 기대가 그것의 '본질'을 정의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자동변속기와 시동에 관한 본질은 무엇일까?

위 여론조사를 본다면, 사용자가 자동변속기와 시동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대부분은 사람은 자동변속기가 달린 차에서 시동이 꺼질 것이라 생각지 못한다. '자동'이란 이름이 붙으므로 차가 알아서 처리해 줄 것이라 생각한다. 게다가 시동이 꺼지는 일을 거의 경험해보지 않았다.

이것이 이번 팰리세이드 논란의 '핵심'이다. 

사용자 경험을 '강조'했던 팰리세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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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팰리세이드 사고에서 원인으로 지목된 전자식 변속버튼 사용자 경험(UX, User Experience) 개발기. 오조작이 일어나지 않도록 개발했다고 한다. 그러나 사용자들은 오조작을 하고 있다. (출처 현대자동차그룹 저널)

현대자동차는 '사용자 경험'을 중심으로 팰리세이드의 전자식 변속버튼을 깊은 고민 속에서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현대자동차는 팰리세이드 전복사고가 나자 "그런 상황에선 시동이 꺼진다"고 변명하거나 "변속기 체결이 되지 않아 경고음을 냈기에 운전자 과실이다." (현대자동차는 잘못이 없다) 고 소비자 탓으로 돌렸다.

앞으로 현대자동차가 사용자 경험을 고려한 설계를 더욱 세심하게 반영한다면 그에 대한 고객의 답변은 'Buy Hyundai'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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