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요커 기고문에서 "미국도 'K방역' 도입해야" 지적
독일과 호주도 도입 뒤 '감염 곡선' 평평해지고 있는 중
미국이 '공공 의료 시스템'에 충분히 투자하지 않은 결과 맞이해
포괄적 공중 보건 방역 없으면, 미국은 '끝없는 터널'에 갇힐 것
◆…김용 전세계은행 총재 (사진 연합뉴스)
미국에선 코로나 바이러스가 너무 퍼져 한국처럼 적극적으로 방역하기엔 너무 늦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한국계 미국인 의사이자 세계은행 전 총재를 지낸 김용 박사는 미국이 아직 늦지 않았다고 20일(현지시각) 뉴요커에 기고한 글에서 주장했다.
김 전 총재는 방역에 성공한 나라들은 전염이 최고조에 올랐을 때도 ▲접촉자 추적 ▲검사 ▲격리 ▲치료 ▲사회적 거리 두기라는 '다섯 가지 방역방법'을 체계적으로 수행해 전염을 효과 있게 막았다고 전했다.
김 전 총재는 한국, 대만, 홍콩이 위 다섯 가지 방법을 써서 코로나19를 성공적으로 통제했으며 독일과 호주도 이를 도입해 전염률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미국도 사회적 거리 두기를 엄격하게 실천한 곳에서 감염 곡선이 평평해지고 있음을 목격할 수 있다며 미국이 나머지 네 가지 방법도 함께 쓴다면 코로나19 확산을 막을 수 있다고 밝혔다.
박사는 매사추세츠 주가 위 방법들을 주 방역 및 치료 시스템과 연계할 계획을 3주 전 착수했으며 본인이 이 계획의 특별 고문임을 밝혔다.
그러면서 김용 전 총재는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첫 단계인 '접촉자 추적'에 성공하려면 빠르고 정확한 '검사'가 필수적이다. 아직 미국에 필요한 양만큼 검사할 시설이 없다. 매사추세츠주에 있는 연구소들을 이용해 일일 검사횟수를 8,000회까지 늘렸으며 다른 주들도 주 안에 있는 연구소를 이용하면 가능하다.
◆…미 메릴랜드주가 한국에서 공수한 코로나19 진단키트. (사진 연합뉴스)
그러나 미국이 이런 전염병에 싸울 준비가 돼 있지 않아 의료종사자들을 보호할 마스크와 감염자를 판단할 검사 도구가 충분히 없었다. 이는 미국이 공공 의료 시스템에 충분히 투자하지 않은 결과이고 수천억 달러(한화 수백조 원)면 확보될 자원이다.
언론인, 경제학자, 정치인들이 코로나19에 대한 여러 가지 모델들을 토론하면서 비관적이거나 낙관적인 전망을 하고 있다. 이런 전망은 충분치 않은 데이터를 통해 얻은 결과일 수 있다. 심지어 위 다섯 가지 방법 중 어느 하나도 제대로 하지 않으면서 4월 하반기에 코로나19가 절정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위 방법을 체계화하지 않는다면 새로운 확진자가 있는지 어디서 전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 수 없으므로 언제까지 여행 제한과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해야 할지 알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선 사람들에게 정상적인 삶으로 돌아가게 할 자신감을 줄 수 없다. '백신'이 보급되려면 1년은 넘게 걸릴 것이며 그 전에 경제를 돌아가게 하려면 위 방법을 통한 '포괄적인 공중 보건 방역'을 해야 한다.
코로나19가 전 세계에 퍼져있어 앞으로 '계절성 독감'처럼 유행이 나타났다 사라졌다 할 것이며, 미국이 강력한 방역 체계를 갖추지 않으면 끝이 보이지 않는 순환 터널에 갇히게 될 것이다.
김 전 총재는 마지막으로 "베이커 매사추세츠 주지사에게 계획을 제시했을 때, 주지사는 이 체계가 너무 비싸다거나 늦었다고 말하지 않았다며 그는 되려 "가만히 앉아 기다릴 수 없다. 바이러스에 반격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앞으로 만들 방역 체계가 상상했던 것보다 굉장히 힘든 도전이 될 것이며, 이 도전이 앞으로 우리 세대를 위한 근본적인 '도덕 명령'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