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심 계좌 빌려준 주식전문가 이모씨, 증인 출석
이씨 "검찰, 피의자 전환할 수 있는데 배려해준다고 해"
차명계좌 의혹 관련 "교육 목적으로 계좌 빌려준 것일 뿐"
◆…정경심 동양대 교수에게 계좌를 빌려준 계좌 명의인이 2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정 교수의 재판에 나와 "검찰이 피의자로 전환할 수도 있는데 배려해 준다고 했다"고 증언했다. (사진=연합뉴스)
검찰이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받은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페이스북 지인'에게 피의자 전환 가능성을 거론했다는 취지의 증언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5-2부(부장판사 임정엽·권성수·김선희)는 2일 정 교수의 21차 공판을 열고 정 교수에게 계좌를 빌려준 이모씨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했다. 이씨는 2019년 4월경 정 교수에게 증권 선물·옵션 계좌를 대여한 주식전문가로 알려졌다.
이씨는 변호인 반대신문 과정에서 "혹시 검찰 조사 당시 피의자 전환 가능성에 대한 말을 들은 적이 있느냐"는 변호인의 질문에 "직접적인 것은 아닌데 피의자로 전환할 수도 있는데 배려해 준다는 정도로 들었다"고 말했다. 이씨의 증언에 따르면 검찰이 참고인 신분으로 정 교수가 평소 알고 지내던 '페이스북' 지인까지 기소 가능성을 염두에 뒀던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진술이 나오자 방청석에서는 "나쁜 놈들" 등의 야유 섞인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러자 재판부는 "무슨 소리가 들리는데 조용히 하라"고 주의를 줬다.
이씨는 변호인의 "서울중앙지검에 임의출석해 조사받을 때 증인 명의의 계좌를 갖고 갔나. 검사가 자료를 제시하면서 물었을 텐데 임의로 가져간 건 아니냐"는 질문에는 "아니다. 가져갈 상황도 아니었다"고 대답했다.
계좌 명의인 이모씨 "정경심 교육 위해 계좌 빌려준 것"
이씨는 이날 정 교수에게 계좌를 빌려준 경위에 대해 "주식거래의 실전 연습을 위해 (정 교수에게) 계좌를 빌려줬을 뿐"이라고 증언했다. 이씨는 "정 교수가 선물옵션계좌를 사용해서 선물 거래에 이용하는 것이 이렇게까지 문제 될 것으로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공소사실에 따르면 정 교수는 2017년 7월~2019년 9월 정 교수 동생과 단골 미용실 원장, 주식선물투자 정보를 공유한 페이스북 지인 이씨 등 3명의 차명계좌 6개를 이용해 790회에 걸쳐 금융거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두고 검찰은 정 교수가 남편인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공직에 오를 것이 예상되자 공직자윤리법상 재산등록의무 및 백지신탁의무를 피하려고 타인 명의의 주식계좌를 이용할 목적으로 금융거래(금융실명법 위반)했다고 봤다. 조 전 장관이 공직자라 정 교수의 명의가 드러나면 안 되기 때문에 정 교수가 차명계좌를 이용해 주식에 투자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씨는 교육 목적으로 계좌 2개를 만들어 주식투자 연습을 시킨 것이며, 정 교수는 이에 따라 주식을 거래한 것뿐이라는 취지로 진술했다.
이씨는 "정 교수가 선물옵션 거래를 하고 있었고 그때 정보를 제공하며 교육을 했는데 크게 손해가 나자 정 교수가 '그만하고 싶다'고 했다"며 "이후 더 해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4차례 더 권유해서 새로운 계좌 2개를 개설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정 교수는 2018년 12월부터 2019년 4월까지 약 2억2000만원의 손해를 본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이 "이 계좌를 운영한 것이 정 교수가 맞냐"고 묻자 이씨는 "(주식을) 사고파는 문제는 내가 결정했고, 정 교수는 버튼만 눌렀다"고 답했다. 다만 이씨는 "계좌에 있는 4000만원은 정 교수의 돈이 맞지 않느냐"는 검찰 질문에는 "교육 목적으로 계좌를 개설했고 손익이든, 수익이든 그것은 정 교수가 감내해야 하는 것"이라고 했다.
반면 변호인은 정 교수가 소량으로 주식 거래를 했고, 연습한 것이기 때문에 탈법 목적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소량이라고 하기에는 마지막에 점점 100주, 1000주로 거래 규모가 커진다"며 "단순한 거래 목적을 넘어서 투자를 염두에 두고 거래한 것이 아니냐"고 의문을 표시했다. 이에 이씨는 "교육 목적이고, 정보를 드린 것이라 생각해서 교육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정 교수와 협의도 없었고 지시한 대로 정 교수가 이행했다는 것을 재차 강조한 것이다.
그럼에도 재판부가 "자신의 계좌까지 빌려주면서 코치한 이유가 무엇이냐"고 묻자 이씨는 "남을 가르치다 보면 스스로 공부가 되고, 책임 의식과 보람이 있어서 그렇게 한 것"이라고 말했다.
◆…자녀 입시비리·사모펀드 관련 혐의를 받는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2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21차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인섭 원장 "공소제기 염려 있다" 증언 거부…증인채택 결정 취소
한편 이날 오후 재판에는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불출석해 과태료 처분을 받은 한인섭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원장이 나왔지만 재판부는 증인채택 결정을 취소하고 한 원장을 40여분 만에 귀가조처했다. 앞서 한 원장은 지난 5월 14일 증인으로 소환됐지만 출석하지 않아 과태료 500만원을 부과받았다.
한 원장은 이날 재판에서도 "검찰은 저를 처음에는 참고인으로 불렀다가, 다음에는 피의자로 전환했으며 공소제기를 당할 염려가 있다"며 증언을 거부했다. 이어 "검찰은 수사가 일단락된 지 반년 이상 지나도록 불기소 처분을 하지 않고 피의자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면서 "피의자 지위를 방치한 채 오히려 그 상태를 법정에서 제 증언이나 기타 자료를 모아 증거자료를 보강하겠다는 생각도 없지 않은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이에 검찰은 "오해를 하고 있다"며 공소제기될 염려가 있는 부분이 아니라는 취지로 반박했다. 이에 변호인이 "한 원장에 대한 진술조서에 동의한다"는 의견을 내자 검찰은 결국 한 원장에 대한 증인 신청을 철회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