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심 20차 공판] 코링크PE 전 이사 임모씨, 검찰 측 증인 출석
정경심, '허위 고문 활동' 취지 검찰신문 반박하며 '직접' 증인신문
검찰, 정경심 WFM 고문활동 뒷전 주식만 관심 부각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25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속행 공판에서 코링크PE가 인수한 영어교육업체 WFM과의 고문 활동과 관련한 의혹을 두고 직접 증인신문에 나섰다. (사진=연합뉴스)
"재판장님. 피고인이 직접 두 가지 정도만 질문하고 싶다고 합니다"
사모펀드 의혹 등으로 기소된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허위 고문계약 의혹'에 대해 직접 증인신문에 나섰다. 정 교수가 피고인 신분으로 증인에게 직접 질문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부장판사 임정엽 권성수 김선희) 심리로 25일 열린 정 교수의 20차 공판에서 정 교수는 변호인의 요청으로 직접 마이크를 켜고 증인에게 질문했다.
이날 재판에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이 투자한 '블루펀드'를 운용한 코링크PE의 전 이사(운용역) 임모씨가 검찰 쪽 증인으로 출석했다. 임씨는 코링크PE가 인수한 '영어교육업체' WFM의 영어사업본부장으로 근무하기도 했다.
정 교수의 직접 증인신문은 정 교수의 WFM 고문 활동에 대한 변호인의 반대신문 과정에서 나왔다.
정 교수는 2018년 12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WFM에서 매달 200만원씩 총 1400만원을 고문료 명목으로 받았는데, 이를 두고 검찰은 정 교수와 정 교수의 시조카 조범동씨가 공모해 회삿돈을 빼돌린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다만 이 의혹에 대해 검찰은 공소사실에 포함하지는 않았다.
코링크PE 전 이사, 검찰신문 "정경심, 고문활동 무관심"
임씨는 검찰 주신문에서 정 교수가 당시 고문 활동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검찰은 임씨의 진술을 통해 정 교수가 WFM의 고문 활동은 뒷전으로 미루고 투자한 WFM의 주가에만 관심을 보였다는 점을 이끌어내려 했다.
검찰이 "피고인이 고문 역할을 한 것이 미팅 한 번 갖고, WFM 교재에 대해 코멘트한 것 이외에 다른 부분이 있었나"라고 묻자 임씨는 "그 외 다른 미팅은 없었다"고 답했다.
이어 검찰은 정 교수가 작성한 경쟁사 분석 자료를 제시하며 "피고인의 분석을 보면 그래프를 단순히 붙여넣기 한 것 외에는 다른 게 없는데 이 그래프가 경쟁사 분석에 도움이 되냐"고 물었고 임씨는 "이렇게 분석하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이 자료를 가지고 미팅하면서 많이 적었다"고 진술했다.
임씨는 또 "'킥오프 미팅' 강의를 요청했는데 정 교수가 이를 거절했냐"는 검찰 질문에 "그렇다"고 답변했다. "증인은 검찰에서 '피고인이 고문 활동을 하지 않은 채 월 200만원씩 받는 것을 보고 조씨가 줘야 할 돈이 있어 그런가 보다'라고 진술했는데 그와 같이 진술한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임씨는 "당시 미팅이 별로 없었고 따로 활동하지 않아서 그렇게 생각한 것 같다"고 말했다.
정경심 직접 증인신문 "받은 책 200권 넘는데 기억 안 나나"
◆…자녀 입시비리·사모펀드 관련 혐의를 받는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25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오전 속행 공판을 마치고 나오며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 교수 측은 검찰 주신문에 즉각 반박했다. 변호인은 정 교수가 WFM 고문 활동과 관련해 영어교재를 건네받아 검토하는 등 성실히 활동했다는 점을 부각하려 했다.
임씨는 변호인 반대신문 과정에서 정 교수에게 WFM 영어교재를 10권 정도 보냈다고 했다가 변호인의 추궁을 받았다. 변호인이 "정 교수에게 교재 10권을 보냈다고 하는데 정확한 기억에 따른 답변이 맞나. 박스로 보낸 것이 기억나지 않나. (교재가) 지금 보관돼 있는데 확실한가"라고 캐묻자 임씨는 "택배를 한번 보내긴 했다"며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변호인은 "그 박스가 엄청나게 컸는데 기억이 나지 않냐"고 재차 물었고, 임씨는 "기억난다"고 했다.
그러자 정 교수가 마이크를 켜고 약 2분간 직접 증인신문에 나섰다. 재판장의 허락을 받은 정 교수는 "처음이라 떨리고 그런데 틀리면 말해달라"며 입을 열었다. 형사소송법 163조에 따르면 검사와 변호인 이외에도 '피고인'이 증인신문에 참여할 수 있다.
정경심 교수 : 당시 내게 보낸 (영어교재) 박스가 WFM 박스가 아니라 '에이원앤' 박스였는데 기억하나? (WFM은 이전에 '에이원앤'이라는 영어교육업체였다)
증인 임씨 : 택배를 보내라고 지시만 하고 보낸 건...
정경심 교수 : 내가 박스로 받은 책이 200권이 넘는데 기억이 나지 않나. 자문위원 팀장인지 누군가에게 사이버 프로그램을 체크하고 싶다고 해서 내게 관리자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준 적이 있는데 기억나나?
증인 임씨 : 기억난다.
정경심 교수 : 그것을 전부 검토하는 데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 아느냐. 책을 다 보는 데 두 달이 걸렸다는 사실을 알고 있나.
증인 임씨 : 많은 시간이 걸렸을 것 같다.
정경심 교수 : 내가 '킥오프 미팅'을 가지 않겠다고 했나.
증인 임씨 : 뉘앙스가...
정경심 교수 : 그러니까 내가 확실히 거절한 것인가. 개강 때문에 바쁘니 시간을 조절해 주면 갈 수 있다고 하지 않았나.
증인 임씨 : (잠시 침묵) 참석할 수 있다고 말은 했지만 웬만하면 빼달라고 했다는 뉘앙스로 느꼈다.
임씨가 검찰 신문 과정에서 정 교수의 고문 활동이 미미했다는 취지로 답변하자 정 교수가 영어교재의 전달 경위와 검토 활동을 확인하려 했던 취지로 해석된다.
앞서 정 교수는 사모펀드 의혹이 불거진 지난해 9월 페이스북을 통해 "영어교육 관련 사업을 자문해주고 자문료를 받은 것"이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당시 정 교수는 "영문학자로서 회사로부터 어학 사업 관련 자문위원 위촉을 받아 영어교육 관련 사업을 자문해주고 자문료로 7개월 동안 월 200만원씩 받았을 뿐"이라며 "WFM의 경영에 관여했다는 보도 내용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한 바 있다.
조국, 정경심 재판에 증인 소환…9월3일 신문 예정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재판에 남편인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증인으로 소환될 예정이다. 정 교수의 재판부는 25일 "증인신문의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조 전 장관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사진=연합뉴스)
한편 이날 정 교수의 재판에 남편인 조 전 장관이 증인으로 채택됐다. 변호인은 "인권 침해적인 요소가 있다"며 조 전 장관의 증인 소환에 강하게 반발했지만 재판부는 "증인 신문의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증인 채택을 강행했다. 조 전 장관은 오는 9월 3일 법정에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조 전 장관에 대한 증인신문은 앞선 재판에서도 논란이 됐는데 재판부는 결국 이날 검찰의 증인신문 요청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형사소송법상 증언거부권이 있는 증인에 대해서도 신문의 필요성이 인정되면 증인으로 채택해 소환할 수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며 "증인은 증언거부권이 있다는 이유로 불응할 수 없다"고 밝혔다.
다만 재판부는 '강남 건물' 등 사생활 영역에 해당하는 부분은 신문 사항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단서를 달았다.
변호인은 이에 "친족간 증언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이 법적으로 보장돼 있다"며 이의를 신청했지만 재판부는 "공소사실 입증을 위해 증인을 소환하는 것과 법정 출석 후 증언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라며 이를 기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