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다른 국가기관은 쇠몽둥이, 내부비리는 솜방망이"
"권력형 비리범 묶기 위한 목적으로 수사하지 않았나" 비판
'유재수 감찰무마' 혐의는 '감찰 종료' 입장 고수
김용범 "靑 요청으로 유재수 사표낸 것 아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14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5차 공판에 출석하며 "검찰이 내부비리에 대해서는 솜방망이조차 들지 않는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냐"고 비판했다. (사진=연합뉴스)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감찰무마를 지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검찰이 다른 국가기관에 대해서는 불문곡직 쇠몽둥이를 휘두르고 내부비리에 대해서는 솜방망이조차 들지 않는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냐"고 비판했다.
조 전 장관은 14일 오전 9시30분께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재판장 김미리 부장판사) 심리로 열리는 5차 공판에 출석하며 이같이 밝혔다.
조 전 장관은 "휴정기가 시작되기 전 공판에서 검찰은 느닷없이 목적을 가지고 수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며 "이에 몇 가지 묻고 싶은 것이 있다"고 운을 뗐다. 그는 "검찰은 민정수석이었던 저를 권력형 비리범으로 묶고 다른 민정수석실 구성원을 공범으로 엮기 위한 목적을 갖고 이 사건을 수사하지 않았느냐"고 되물었다.
이어 "대검과 서울동부지검은 이 사건 수사와 기소, 저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등 모든 과정에서 상호 소통하고 여러 차례 회의를 열지 않았느냐"며 "개인 비리도 감찰 또는 수사대상이었던 전직 특별감찰반원이 갑자기 진술을 번복하게 됐는데 이 과정에서 무언의 압박은 있지 않았나"고 지적했다. 또 "징계권이 없는 금융위원회 관계자 수사에 대해서는 어떠한 압박이 없었나"고 말했다.
감찰무마 의혹과 관련해서도 조 전 장관은 '감찰 중단'이 아닌 '감찰 종료'라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조 전 장관은 "누차 말했지만 민정수석실은 강제수사권과 감찰권이 없다"며 "감찰대상자가 감찰에 불응해 합법적 감찰을 더 이상 진행할 수 없어 감찰을 종료하고 대상자의 사표를 받도록 조치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것이 형사범죄라면 강제수사권과 감찰권을 가지고 있는 검찰에 묻고 싶다. 검사의 개인비리에 있어 감찰조차 진행하지 않고 사표를 받은 사례는 무엇이냐"며 "다른 국가기관에 대해서는 쇠몽둥이를 휘두르고 내부비리에 대해서는 솜방망이조차 들지 않은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고 물었다.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무마를 지시한 혐의로 기소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14일 오전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편 이날 오전 재판에는 '유재수 감찰무마' 의혹 당시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낸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이 증인으로 나와 "유 전 부시장에 대한 사표 수리 방침을 청와대로부터 명시적으로 들은 바는 없다"고 증언했다. 이는 유 전 부시장이 감찰을 받던 중 사표를 낸 것은 청와대의 요청 때문이었다는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의 주장과 배치되는 진술이다.
김 차관은 검찰 주신문 과정에서 "민정비서관실에서 사표를 내라고 한 것이 아니라 본인이 희망해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 수석전문위원으로 가게 된 것"이라고 진술했다. 유 전 부시장은 2017년 11월 68일간 병가를 내고 출근하지 않다가 이듬해 사표를 내 3월경 사표가 수리됐다.
이에 대해 김 차관은 "백 전 비서관으로부터 전화로 유 전 부시장의 혐의가 일부 클리어됐고 일부는 남았다고 통보받았다"며 "이 부분을 '인사에 참고하라'고 들었다"고 증언했다. 또 백 전 비서관의 연락 이외에 청와대로부터 유 전 부시장의 비위와 관련한 구체적 내용은 전해 들은 바 없다고 말했다. 다만 김 전 차관은 "백 전 비서관이 구두로 감찰 관련 내용을 통보한 것도 공식 통보이고 말해준 내용도 단순한 의견 전달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변호인이 "백 전 비서관이 '유재수 정책국장이 더 이상 일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한 말이 사표 처리를 완곡하게 표현한 것으로 생각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묻자 김 차관은 "(백 전 비서관이 한 말은) 당연히 보직해임이라고 생각했는데 징계면직은 당연히 서류가 와야 하니 생각할 수 없었고, 의원면직 뜻일 수도 있겠다고 사후에 생각했다"고 답했다.
조 전 장관의 오후 재판에는 김 차관에 대한 변호인의 반대신문과 최종구 전 금융위원장의 증인신문이 이어질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