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 가르기와 타인에 오만한 태도가 가장 큰 문제"
文대통령 겨냥 "'양념'이니 '에너지'니 하면서 유불리만 계산해"
"20년 집권이 목표 될 순 없어...공공선 추구가 필요한 정치"
◆…국회의원 시절의 금태섭 전 의원
금태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1일 페이스북에 '민주당을 떠나며'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탈당을 전격 선언했다. (사진=금 전 의원 SNS 캡처)
금태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1일 결국 탈당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금 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민주당을 떠나며'라는 제목의 글에서 "민주당을 떠납니다"라며 탈당을 전격 선언했다.
그는 "공수처 당론에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징계처분을 받고 재심을 청구한 지 5개월이 지났다. 당 지도부가 바뀐 지도 두 달이 지났다. 그간 윤리위 회의도 여러 차례 열렸지만, 당은 아무런 결정도 내리지 않고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며 "합리적인 토론도 없었다. 결정이 늦어지는 이유도 알려주지 않았다. 당의 판단이 미래에 미칠 영향을 성실히 분석하고 고민하는 모습도 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저 어떻게 해야 가장 욕을 덜 먹고 손해가 적을까 계산하는 게 아닌가 의심스러울 따름"이라며 "이런 상황에서는 차라리 제가 떠나는 것이 맞는다고 생각했다"고 탈당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징계 재심 뭉개기'가 탈당 이유의 전부는 아니다"라며 민주당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금 전 의원은 "민주당은 예전의 유연함과 겸손함, 소통의 문화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변했다"며 "국민들을 상대로 형사고소와 민사소송을 서슴지 않는 것은 김대중이 이끌던 민주당, 노무현이 이끌던 민주당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다른 무엇보다 편 가르기로 국민들을 대립시키고 생각이 다른 사람을 범법자, 친일파로 몰아붙이며 윽박지르는 오만한 태도가 가장 큰 문제"라며 "거기에서부터 우리 편에 대해서는 한없이 관대하고 상대방에게는 가혹한 '내로남불', 이전에 했던 주장을 아무런 해명이나 설명 없이 뻔뻔스럽게 바꾸는 '말 뒤집기'의 행태가 나타난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항상 옳고, 우리는 항상 이겨야'하기 때문에 원칙을 저버리고 일관성을 지키지 않는 것쯤은 아무 것도 아니라고 여긴다"고도 했다.
◆…금태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남긴 SNS 글(사진=금 전 의원 SNS 캡처)
금 전 의원은 또 "건강한 비판이나 자기반성은 '내부 총질'로 몰리고, 입을 막기 위한 문자폭탄과 악플의 좌표가 찍힌다"며 "여야 대치의 와중에 격해지는 지지자들의 심정은 이해할 수 있지만, 당의 지도적 위치에 계신 분들마저 양념이니 에너지니 하면서 잘못을 바로잡기는커녕 눈치를 보고 정치적 유불리만을 계산하는 모습에는 절망했다"며 문재인 대통령의 '양념' 발언을 겨냥하기도 했다.
아울러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저의 책임도 크다"면서 "정치적 불리함과 인간적으로 견디기 힘든 비난을 감수하고 해야 할 말을 하면서 무던히 노력했지만, 더 이상은 당이 나아가는 방향을 승인하고 동의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래서 마지막 항의의 뜻으로 충정과 진심을 담아 탈당계를 낸다"고 탈당 사유를 재차 언급했다.
그는 이어 "독일의 정치학자 칼 슈미트는 '정치는 적과 동지를 구별하는 것'이라는 얼핏 보기에 영리한 말을 했지만, 그런 영리한 생각이 결국 약자에 대한 극단적 탄압인 홀로코스트와 다수의 횡포인 파시즘으로 이어졌다"며 "우리 사회가 그렇게까지 되리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지금처럼 집권여당이 비판적인 국민들을 '토착왜구'로 취급한다면 민주주의와 공동체 의식이 훼손되고 정치에 대한 냉소가 더욱더 판을 칠 것"이라고 경고도 했다.
나아가 "훼손되고 정치에 대한 냉소가 더욱더 판을 칠 것"이라며 "탄핵을 거치면서 보수, 진보를 넘어 상식적인 세력들이 협력하고 경쟁하는 정치를 만들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음에도 과거에만 집착하고 편을 나누면서 변화의 중대한 계기를 놓친 것이 너무나 안타깝다"고 말했다.
금 전 의원은 "정치는 단순히 승패를 가르는 게임이 아니다. 우리 편이 20년 집권하는 것 자체가 정치의 가장 중요한 목표가 될 수도 없다"면서 "공공선을 추구하고 우리 사회를 한 단계씩 더 나아지게 하는 것이 우리에게 필요한 정치"라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면서 "생각이 다른 사람들의 선의를 인정해야 한다. 상대방이 한 일이라도 옳은 것은 받아들이고, 스스로 잘못한 것은 반성하면서 합의할 수 있는 영역을 넓혀나갈 때 정치가 제대로 작동하게 된다"면서 "특히 집권여당은 반대하는 사람도 설득하고 기다려서 함께 간다는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1987년 대선 때 생애 첫 선거를 맞아 김대중 후보에게 투표한 이래 계속 지지해왔고, 6년 전 당원으로 가입해서 대변인, 전략기획위원장 등 당직을 맡으며 나름 기여하려고 노력했던 당을 이렇게 떠나게 되었다"며 "민주당에 있는 동안 고마운 분들도 많이 만났고 개인적으로 크게 성장할 수 있었다. 민주당이 예전의 자유로운 분위기와 활기를 되찾고 상식과 이성이 살아 숨 쉬는 좋은 정당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글을 맺었다.
소위 '조국 사태'때 조국 전 법무장관에 대해 '언행 불일치'라고 지적하고, 지난해말 공수처 법안 처리땐 당내 유일하게 반대표를 던지는 등 민주당내 다른 목소리를 낼 줄 아는 몇 안되는 인사 중 한명이었다.
최근에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의 병역 특례 의혹을 둘러싸고도 당내 추 장관을 엄호하는 분위기 속에서 금 전 의원은 '공정과 정의'를 내세우며 쓴소리를 내기도 해 당내 빈축도 쌌다.
이런 그가 전격 탈당함으로써 민주당내 분위기를 다소 가라앉을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반면 국민의힘은 금 전 의원 탈당 이유를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대여 공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