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로 곤충 생태계 위협
2035년쯤 꿀벌이 지구에서 사라질 수 있다고 경고
올 초 국내에서도 78억마리 꿀벌 실종
꿀벌 감소, 생태계 교란과 식량 안보에 심각한 문제
◆…제주시 구좌읍 행원리 한 양봉농가 벌통이 비어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상 고온 현상으로 전 세계의 꿀벌들이 사라지고 있다. 기후변화가 꿀벌뿐 아니라 곤충 생태계를 위협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 연구진은 과학저널 ‘네이처’지를 통해 기온 상승과 집약농법의 상호작용이 전 세계 수많은 곤충 군집에 광범위한 손실을 초래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표했다고 20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이 보도했다.
이미 기후변화로 인한 벌의 실종을 우려하는 연구 결과는 여러 차례 발표됐다.
제레미 커 오타와대 교수의 연구팀은 지난 2015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한 논문에서 유럽 및 북미에서 호박벌이 감소하고 있다며 지구온난화로 인해 서식지가 줄어든 이유라고 주장했다.
펜실베니아주립대 연구팀 역시 지난 2020년 국제학술지 ‘글로벌 체인지 바이올로지’에 기후변화로 인한 야생벌 멸종 가능성을 지적했다.
◆ 꿀벌이 사라지는 벌집군집붕괴현상
미국은 2006년부터 꿀벌이 떼죽음을 당하기 시작해 최근 10년간 개체수가 40%가량 감소했다. 영국도 2010년 이후 45% 정도 꿀벌이 사라졌다고 밝혔다.
이런 현상을 '벌집군집붕괴현상‘이라고 한다. 꿀과 꽃가루를 채집하러 벌집을 나선 벌들이 집으로 돌아오지 않아 유충과 여왕벌이 폐사하는 현상이다.
국내에서도 지난 1월부터 농촌진흥청, 지방자치단체 등이 전국 양봉농가를 대상으로 꿀벌 현황 현장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조사 결과 약 78억 마리가 넘는 벌이 월동 기간에 '소멸'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엔은 지난 2017년 지구촌 야생벌 2만종 가운데 8,000종이 멸종 위기에 처했으며 이런 속도로 사라진다면 오는 2035년쯤 꿀벌이 지구에서 사라질 수도 있다고 밝혔다.
꿀벌의 감소는 꽃가루 매개자가 필요한 야생식물, 농작물에도 악영향을 준다.
2011년 3월 유엔환경계획(UNEP)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식량의 90%를 차지하는 작물 100종 가운데 코코아, 커피, 아몬드를 포함한 71종 작물이 꿀벌의 수분 작용으로 생산된다. UNEP는 꿀벌이 감소하면 생태계 교란과 식량안보에도 심각한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경고했다.
◆ 각국 꿀벌 개체 수 늘리는 방안 마련
꿀벌의 멸종 위기가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면서 각국에서는 꿀벌 개체 수를 늘리는 방안에 대해 고심중이다. 영국은 2014년부터 꿀벌 친화적 통로인 ‘B-라인’을 만들어 꿀벌의 개체 수 증가에 노력하고 있다고 영국 가디언 일요판인 '옵저버'가 2020년 7월 12일 보도했다.
유럽연합은 2018년 꿀벌 개체수 보존을 위해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쓰이는 ‘네오니코티노이드’(neonicotinoid) 계열 살충제 사용을 전면 금지했다.
미국 루이지애나 주립대의 크리스틴 힐리 교수와 농무부 농업연구소(ARS)의 마이클 시몬-핀스트롬 박사 연구진은 “바로아 응애(Varroa mite)에 저항력을 가진 ‘슈퍼꿀벌’을 개발해 겨울 생존율을 획기적으로 높였다”고 지난 7일(현지 시각) 국제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발표했다.
최용수 국립농업과학원 연구원은 지난달 15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꿀벌이 전 세계의 식량 자원의 70%를 수정해서 결실을 맺게 한다”며 “꿀벌이 사라져 결실을 맺지 못하게 된다면 결국 인류도 식량 부족으로 생존할 수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